총신여동문회가 예장합동 총회 회관 앞에서 규탄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총신여동문회가 예장합동 총회 회관 앞에서 규탄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뉴스앤조이-엄태빈 기자] 총신신대원여동문회(총신여동문회·이주연 회장) 회원 20여 명이 9월 25일 서울 대치동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오정호 총회장) 총회 회관 앞에서, 여성에게 강도권을 부여하기로 했다가 이틀 만에 철회한 교단을 규탄했다.  

검은색 복장을 갖춰 입은 이들은 "108회 총회는 죽었다", "하나님 위에 있는 총회" 등의 문구와 근조 리본이 달린 피켓을 들었다. 총신여동문회는 총회가 결정을 번복한 것을 두고 "예장합동이 여성을 남성보다 열등하게 여긴다는 명백한 증거"라며 "여성 강도권 허용 결정 번복은 여성 안수 운동을 30년 가까이 해 온 총신여동문회와 여성 사역자를 무시하고 우롱한 처사다. 예장합동이 여성 사역자들에게 허탈감과 좌절을 넘어 분노를 안겨 주었다"고 말했다.

총신여동문회는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하나님의 형상이라는 성경 말씀을 믿지 않고 오직 '여성은 교회에서 잠잠하라', '여성은 남자를 가르칠 수 없다'는 성경만 믿는다"며 "구시대적 남성우월주의에 사로잡힌 예장합동의 미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총신여동문회는 △합동 교단 여성 사역자 및 총신여동문회에 사과 △총회 권위 실추와 총대의 권한 무시에 대한 사과 △여성사역자위 원결의 준수(강도사 고시 허용 및 여성사역자위 상설화) △여성 안수를 위한 TFT 구성 등을 요구했다. 

이주연 회장(왼쪽에서 세 번째)은 "(여성 안수 금지라는 바위에) 금이 갔다. 이렇게 계속하다 보면 바위가 쫙 갈라지는 순간이 올 거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이주연 회장(왼쪽에서 세 번째)은 "(여성 안수 금지라는 바위에) 금이 갔다. 이렇게 계속하다 보면 바위가 쫙 갈라지는 순간이 올 거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이주연 회장은 기자회견 직후 <뉴스앤조이>와의 인터뷰에서 "총회 둘째 날 (강도권 허용) 소식을 듣고, 하나님이 드디어 우리의 기도를 들으셨나 싶어 말로 다 할 수 없이 기뻤다. 현실인가 싶기도 하고 가슴도 벅찼는데, 그게 오래 가지 않더라. (번복 소식을 듣고) 정말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았다. 이런 감정은 살면서 처음 느꼈다"고 말했다. 

다만 이 회장은 "이번에 (여성 안수 금지라는 바위에) 금이 갔다고 생각한다. 우리뿐 아니라 많은 총대도 이번 총회 결정에 분개하고 있다. 이렇게 계속하다 보면 바위가 쫙 갈라지는 순간이 올 거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총신여동문회는 "총회가 하나님 위에 있는가 각성하라",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라"고 구호를 외치고, 찬송가를 부르며 1시간 동안 집회를 했다. 총회 측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총회 회관에 있던 몇몇 목사는 "기도를 해야 주님이 들어주시지"라며 빈정댔다.  이주연 회장은 오정호 총회장에게 수차례 연락을 남겼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고 했다. 

총신여동문회는 앞으로도 예장합동 총회의 만행과 불법성을 널리 알리고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안수를 받지 않고 전도사만 하겠다고 약속하고 들어온 여학생에게 장학금을 주겠다는 치욕스러운 제안을 거부한다"며 "총회가 제안한 교육사·신학사 등의 모든 직책을 거부하는 한편, 여성 후배들이 우리와 같은 고통을 겪는 것을 방지하고 여성 안수를 위한 운동을 계속 이어 갈 것"이라고 했다.

예장합동의 강도권 부여 철회를 두고 외부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공동대표 강호숙·구교형·김승무·김의신·이문식)은 9월 25일 성명에서 "여성 목사 안수 청원 헌의안은 들여다보지도 않은 채, 여성 강도권도 취소하는 총회 역사상 유례없는 추태를 드러냈다. 여성 강도권을 허용했던 신학적 근거는 무엇이며, 또한 그것을 취소한 이유는 무엇인지를 명백히 밝히라"고 했다.

다음은 총신여동문회 성명서 전문.

여성 사역자를 우롱한 예장합동 108회 총회의 불법을 규탄한다

108회 합동 총회는 죽었다.

2023년 9월 19일 108회 예장합동 총회는 오정호 총회장의 사회로 여성사역자지위향상및사역개발위원회(이하 여사위)의 보고를 통해 여성 강도권 허용과 여사위 상설화를 참석한 총대들의 반대 없는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그런데 21일 오후 총회 임원들과 몇몇 위원회 위원들에 의해 총대들의 찬성으로 통과된 여성 강도사와 여사위 상설화를 백지화시켰다. 총회 정식 회무에서 통과된 안건이 일부 상비부 위원들에 의해 뒤집히는 비상식적이고 불법적인 일을 벌인 것이다. 여성 강도권을 허용하면 여성 목사를 허용하게 될 것이라는 반대 여론에 밀려 총회의 결정을 뒤집었다고 변명하지만 이는 여성 안수를 강력하게 반대하는 일부 세력이 다수 총대들의 결정을 무시한 처사이며 합동 총회의 명예와 권위를 땅바닥에 내동댕이친 폭거이다. 이들은 총회에서 여성 강도권을 찬성한 총대들을 바보로 만들었으며 합동 총회를 온 세상의 조롱거리로 만들었다. 그리고 우린 이런 총회의 불법적인 결정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또한 여성 강도권 허용 결정의 번복은 여성 안수 운동을 30년 가까이 해 온 총신신대원여동문회와 합동에서 사역하고 있는 수많은 여성 사역자를 무시하고 우롱한 처사다. 20년이 넘는 어렵고 힘든 싸움을 통해 간신히 얻은 여성 강도권이 통과 이틀 만에 번복되는 것을 보면서 여성 사역자들은 허탈감과 좌절을 넘어 분노하였다. 이번 여성 강도권 허용 백지화를 통해 합동 교단이 여성 사역자와 교회 여성을 얼마나 무시하고 하찮게 여기는지 잘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갖은 차별에도 불구하고 오직 사명감 하나로 버티는 여성 사역자의 형편을 단 한 번이라도 생각했다면 그리고 여성 사역자를 자신과 동일하게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동역자로 생각했다면 이런 번복은 일어날 수 없었다. 그리고 이 모습을 미리 보는 여성도들의 실망도 염두에 두지 않았다. 이들은 여성을 무시하고 밟아도 괜찮다고 생각하기에 총회에서 결정한 사항도 자랑스러운 얼굴로 종잇장처럼 가볍게 뒤집을 수 있었던 것이다. 총회는 여성들의 좌절과 눈물과 분노에 철저히 눈감고 귀 막았다.

이번 사건은 합동이 여성을 남성보다 열등하게 여긴다는 명백한 증거이다. 합동 신학은 여성이 남성과 모든 면에서 동등한 것을 믿지 않는다. 성경적이란 말을 후렴구처럼 말 속에서 반복하지만 그들은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하나님의 형상이라는 성경 말씀을 믿지 않는다. 그들은 하나님이 여성 지도자들을 부르시고 세우신 것을 믿지 않는다. 성경에 여자 사도 유니아가 존재함을 믿지 않는다. 바울의 수많은 여성 동역자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 그들은 오직 "여성은 교회에서 잠잠하라", "여성은 남자를 가르칠 수 없다"는 성경만 믿는다. 그들이 말하는 성경적 개혁주의는 남성우월주의를 지지하는 성경만 믿는 것임을 분명히 드러냈다. 이렇게 구시대적 남성우월주의에 사로잡힌 합동 교단의 미래는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번 사태로 실추된 총회와 합동 교단의 명예를 회복하고 여성 사역자의 권익을 위해 합동 총회에 다음 사항을 요구한다.

첫째, 합동 총회 총회장과 임원들은 여성 강도권과 여사위 상설화를 백지화한 것에 대해 합동 교단 여성 사역자와 총신신대원여동문회에 사과하라.

둘째, 총회장과 임원들은 총회 총대들의 결정을 뒤집어 총회의 권위를 실추시키고 총대의 권한을 무시한 것에 대해 사과하라.

셋째, 총회장과 임원들은 총회 총대들의 결정이 일부 위원에 의해 번복된 경위와 위법성을 조사하여 명백히 밝히고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

넷째, 총회 총대의 결정대로 목사 후보생 고시와 여성 강도권 허용과 여사위 상설화를 허용하라.

다섯째, 여성 안수를 위한 TFT를 구성하라.

* 총신신대원여동문회는 우리의 요구가 이루어지기 전까지 다음과 같이 행동할 것이다.

첫째, 108회 합동 총회의 만행과 불법성을 널리 알리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둘째, 우리는 안수 안 받고 전도사만 하겠다고 약속하고 들어온 여학생에겐 장학금을 주겠다는 치욕스러운 제안을 거부한다. 또한 교육사, 신학사 등 지금의 전도사와 전혀 다를 것 없는 모든 직책을 거부한다.

셋째, 여학생의 총신 신대원 입학 반대 운동을 해 나갈 것이다. 언론과 홍보를 통해 개교회에 합동 교단 여성 사역자의 현실을 알리고 여학생들이 총신에 입학하는 것을 최대한 막아 후배들이 우리와 같은 고통을 겪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고 사역에 막힘이 없도록 다른 길을 제안할 것이다.

넷째, 여성 안수가 이루어지는 날까지 여성 안수를 위한 운동을 계속 이어 갈 것이다.

합동 교단 내에 정의가 세워지고 남녀평등과 여성 안수가 이루어지길 희망한다.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가 이르노니 나는 이혼하는 것과 옷으로 학대를 가리는 자를 미워하노라 만군의 여호와의 말이니라." (말 2:16)

2023년 9월 25일
총신신대원여동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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