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신여동문회는 지난해 108회 총회가 끝난 후, 총회에서 여성에게 강도권을 부여하기로 했다가 이틀 만에 철회한 예장합동을 규탄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총신여동문회는 지난해 108회 총회가 끝난 후, 총회에서 여성에게 강도권을 부여하기로 했다가 이틀 만에 철회한 예장합동을 규탄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뉴스앤조이-엄태빈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오정호 총회장) 총회 여성사역자특별위원회TF팀(여사위TF팀·류명렬 위원장)이 여성 사역자에게 '동역사'라는 명칭을 부여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목사'와 '강도사' 직분은 신학적 이유로 여성에게 줄 수 없으니, 새로운 직분을 만들어 주겠다는 것이다. 이에 총신신대원여동문회(총신여동문회·이주연 회장)는 여성 사역자 처우 개선에 대한 논의 과정에서 여성을 배제한 채 진행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여사위TF팀은 2월 27일 대전남부교회에서 제4차 전체 회의를 열고, 여성 사역자의 실질적 처우 개선을 위한 새로운 개념 및 명칭을 논의했다. TF팀은 신대원을 졸업한 여성 사역자에게 '동역사'라는 새로운 명칭을 부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예장합동은 작년 108회 총회에서 여성 사역자에게 '강도사' 자격을 주기로 결의했다가, 일부 목사의 반발을 이기지 못하고 이틀 만에 이를 번복했다.

'동역사' 개념을 제안한 최윤영 목사는 "여성 사역자들에게 새로운 신분을 부여해 동일 학력의 남성 사역자가 받고 있는 예우와 역할, 지위 등을 부여하게 됨으로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이유를 댔다. 이어 서기 이승호 목사가 "동역사 처우는 목사에 준하며, 세례와 성찬을 집례할 수 있는 권한인 성례권은 노회의 허락하에 가능하게 하자"고 말했다.

TF팀의 의도대로라면 목사와 동역사의 권한과 처우는 사실상 같다. 목사의 핵심 권한인 세례와 성찬을 여성 사역자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역사'는 총회 헌법이나 전례에도 존재하지 않는 개념인데다가, 용어 자체도 사전에 존재하지 않는 어휘다.

포털 사이트에 '동역사'를 치면 나오는 연관 검색어.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은 역명이 길어 '동역사'로 줄여 부르기도 한다. 네이버 검색창 갈무리
포털 사이트에 '동역사'를 치면 나오는 연관 검색어.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은 역명이 길어 '동역사'로 줄여 부르기도 한다. 네이버 검색창 갈무리

총신여동문회는 이것이 예장합동 여성 사역자들의 의견을 듣지 않은 채 남성 목사들이 일방적으로 논의한 결과라고 반발했다. 

총신여동문회 이주연 회장은 3월 14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동역사'는 여성이 목사 안수를 쳐다보지도 못하게 하는, 차별을 더욱 뚜렷하게 하는 지름길이다. 여성에게 장로를 줄 수 없어 권사를 만든 것처럼 말이다. 총회에 여성이 없으니 이런 일이 발생한다. 지금 총회 임원이나, 심지어 여성을 위한 위원회조차 남성으로만 구성돼 있다. 우리가 위원은 못 되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우리 이야기를 들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여성을 위해 아주 좋은 것을 준비했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는데, (목사에) 준하는 대우라면 명칭도 같아야 한다. 그저 대우가 조금 더 좋아진 전도사로 머물게 하려는 거다. 동역사를 위해 헌법과 규칙을 바꿀 노력을 할 바에야, 여성 안수를 위해 헌법과 규칙을 바꿀 노력을 시작하는 토대를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 

TF팀은 '동역사' 제도는 아직 확정된 게 아니라면서도, '여성 안수'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못하는 태생적 한계 안에서 자구책을 찾는다는 입장이다. 위원장 류명렬 목사는 3월 14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동역사는 가칭이며 우리가 이번에 수임한 내용은 여성 강도권과 처우 개선에 대한 것이다. 작년에 강도사를 허락했다가 변경된 것을 합법적이고 문제없이 실시할 수 있는 측면에서 강도권을 허락하고 노회와 총회 소속으로 여성 사역자들을 포함시키는 것, 정년과 사례 부분에서 기울지 않게 하려는 것이 지금의 방향성"이라며 "우리의 태생적 한계가 있다. 수임하지 않은 것(여성 안수)을 다룰 순 없다. 여동문들은 계속 여성 안수를 주장했기 때문에 위원회에 그것을 바라겠지만 수임 사항이 아니라는 안타까움이 있다"고 말했다.

서기 이승호 목사도 3월 1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여전도사라는 직함을 가지고는 처우 개선이 안 된다. 여성 안수는 아직 교단에서 법제화가 되지 않아 다룰 수 없고, 일단 이런 방편으로 여성들의 처우를 목사에 준하는 모습으로 예우해 드리는 게 어떨지 정도까지만 논의가 된 상태이다. 추후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들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승호 목사는 "여성 사역자에게 강도권과, 선교사라든지 특정한 경우 한시적으로 성례권을 허용하는 쪽으로 내부 논의 중이다. 목사들과 여전도사들, 양쪽의 반발을 각오하고 있다. 그렇다고 안 할 수 없는 시대적 정신이 있으니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 사역자 문제에 있어 총회가 하나의 기구를 만들어 상비부나 상설위원회에서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도 말했다. 명칭을 직접 제안한 최윤영 목사는 "현재 대외비인 사안"이라면서 인터뷰를 거절했다. 

TF팀은 3월 28일 간담회를 열어, 수임 사항과 논의 결과를 발표하고 여성 사역자들의 의견을 청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봄 정기노회 시즌을 맞아 전국 노회에 '여성 안수 헌의안'을 상정해 달라고 서신을 보내기도 했던 총신여동문회는, 3월 13일 성명서를 발표해 '동역사' 대신 여성 안수를 전면 도입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동역사가 아니라, '강도사'면 깔끔하게 해결된다. 판사, 의사, 교수, 장관, 대통령도 남녀에 따라 명칭이 둘로 나뉘지 않는다. 역할이 동일하기 때문이다. 왜 주의 복음을 전하는데 남녀 사역자의 명칭이 둘이 되어야 하는가. 역할이 같으면 같은 명칭을 사용하면 된다"고 했다.

아래는 총신여동문회 입장문 전문.

총회 여성사역개발위원회TF팀의 '동역사'에 대한 총신신대원여동문회의 입장

지난 108회 총회 때 여성 강도권이 통과되었다가, 이틀 만에 번복된 사건으로 합동 측 여성 사역자들에게 큰 충격과 아픔, 실망과 좌절을 안겨 주었다. 이후 여성사역자특별위원회TF팀이 구성되어 여성 사역자의 실질적인 처우 개선을 위한 전반적이고도 구체적인 대안으로 '동역사'라는 새로운 명칭 부여 논의를 발표하였다. 그래서 우리는 이에 대한 우리 총신신대원여동문회의 입장을 밝히는 바이다.

우리는 총회가 정하려는 '동역사'라는 명칭 부여를 정중하게 거절한다.
우리는 동일하게 여성 강도권과 여성 안수를 원한다.

여성 사역자에게 동등하게 남성 사역자가 받는 예우와 역할, 지위를 부여할 거면, '동역사'가 아니라, 그냥 '강도사'면 깔끔하게 해결된다. 명칭으로 말하자면 판사, 의사, 교수, 장관, 대통령도 남녀에 따라 명칭이 둘로 나뉘지 않는다. 역할이 동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주의 복음을 전하는데 남녀 사역자의 명칭이 둘이 되어야 하는가. 역할이 같으면 같은 명칭을 사용하면 된다.

총회가 부여하려는 '동역사'는 남녀 차별을 더욱 뚜렷하게 부각시킨다.
헌법 때문에 여성 안수를 논할 수 없다 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헌법에도 없는 이 명칭을 왜 거론하는가. 동역사의 처우가 목사에 준한다면 왜 굳이 동역사라는 새로운 명칭을 필요로 하는가. 헌법과 규정을 바꾼다면, 여성 안수를 위한 헌법과 규정을 만들기를 바란다. 우리는 주님의 나라를 위해 여성 안수를 요구한다.

총회는 여성 안수에 대한 연구를 전문적인 교수들에게 권한을 부여하여 추진하길 원한다.

지난 108회 총회 때, 오정호 총회장은 여성 강도권 허락에 대해 "강도사란 말씀을 전할 수 있는 자격이다. 문제 될 것이 없다"라고 총회 강단에서 선포하였고, 총대들이 이의 없이 받아 통과된 전례가 있다.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는 말씀에도 불구하고, 현재 교단 내 여성 사역자들은 설교를 하고 있다. 하나님이 말세에 남종과 여종들에게 성령을 부어 주신 것은 복음 전파 사명에 남녀 차별이 없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사실 남녀평등의 사회에서 목사가 아니면 제대로 된 사역이 불가능하다. 부디 여성 사역자들을 복음을 함께 전하는 동역자로 인정하고, 강도권과 여성 안수를 허락해 주시기를 바란다.

총회는 이번 일을 계기로 여성사역위원회를 상설화시켜 주기 바란다.
여성 사역 발전에 관한 논의는 TF팀 이후에도 한시적으로 국한시키지 말고, 여성 사역에 관한 연구와 발전적인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또한 여성사역위원회에 당사자인 여성을 포함시켜야 한다. 그래서 졸업한 여동문과 재학생의 의견을 대변할 수 있어야 한다.

총신신대원여동문회는 위와 같이 총회의 '동역사'에 대한 입장을 밝힌다.

2024.3.13.
총신신대원여성동문회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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