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무 인선을 위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임시총회가 8월 3일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열렸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총무 인선을 위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임시총회가 8월 3일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열렸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명성교회 김삼환 원로목사의 최측근 인사로 알려진 김종생 목사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 총무로 선출됐다. 교회협은 8월 3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총무 인선 투표를 진행했다. 김 목사는 출석 인원 168명 중 과반인 97표를 받아 총무로 취임했다.

이날 임시총회는 교회협 대의원 271명 중 168명이 참석(위임 47명, 불참 56명)한 가운데 진행됐다. 총회 시작 전부터 총회 장소 앞에서는 김 목사의 총무 선출을 반대하는 목회자·활동가 수십 명의 기자회견이 열려 김 목사의 사퇴를 촉구했다. 총회가 개회하자 이들은 총회장 뒤편에 서서 피켓 시위를 이어 가기도 했다.

강연홍 회장은 투표에 앞서 김종생 총무 후보 소속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이순창 총회장의 추천사를 듣자고 했다. 이 총회장은 "이분은 교회협의 교회 일치와 협력의 정신으로 잘 살아왔고 하나님의 영광을 높이는 데 전력을 다해 온 분이다. 이름 자체가 종생, '종으로 살아라'여서 종의 삶도 잘 감당할 수 있는 화목한 사람이다"라며 대의원들이 한마음으로 김 목사를 선출해 달라고 말했다.

김종생 목사도 소견을 발표했다. 가장 먼저 명성교회 김삼환 원로목사의 측근이라는 우려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예장(통합) 총회 사회봉사부 총무로 사역하던 중 김삼환 목사와 만나게 됐다. 어떤 분들은 제게 부역자다, 심복이다 등 여러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저는 나름대로 명성(교회)의 자원을 우리 사회의 아픈 곳에 일정 부분 견인했다고 자부한다. 부끄럽지 않게 돈을 사용해 왔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총무가 된다면 교회협이 당면한 재정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다. 그는 "사무처의 재정이 부족하다. 교단 분담금으로는 현실적으로 30%가 충당된다. 각 위원회 회비와 회원 교회의 지원금 확충이 과제다"라면서 "개교회의 금고에 있는 돈이 나오는 게 아니라 과부의 두 렙돈이 여기에 동참되도록, 함께 이 어려운 난국을 타개해 나가도록 협조해 달라"고 말했다.

이날 투표를 앞두고 명성교회 김삼환 원로목사와 김종생 목사의 연관성을 묻는 질의가 쏟아졌다. 김종생 목사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반박하면서도, 명성교회 세습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입장 표명을 피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이날 투표를 앞두고 명성교회 김삼환 원로목사와 김종생 목사의 연관성을 묻는 질의가 쏟아졌다. 김종생 목사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반박하면서도, 명성교회 세습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입장 표명을 피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김 목사의 총무 선출을 반대하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대한성공회 소속 한 대의원은 "김삼환 목사의 불법 세습과 공교회 사유화와 관련해 어떤 대책을 갖고 있는지, 명성교회가 세습을 철회하는 데 총무로서 어떤 노력을 할 것인지 궁금하다. 아울러 예장통합 총회 개최지가 명성교회로 결정된 것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밝혀 달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 목사는 "나는 목회를 하느라 세습 현장에 있지 않았다. 우리 교단이 정한 바가 있기 때문에 총회의 일원으로서 세습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다. 지난 7월 말에 명성교회 관련 기관에서도 사임했다. 돈이 맘몬이 되어 우리 에큐메니컬 정신과 가치를 훼손하지 않도록 처신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명성교회 총회 장소 선정과 관련해서는 "그 부분은 내가 말씀드릴 건 아닌 것 같다. 총회에서 총회장님과 임원들이 조정을 한 것이기 때문에 언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대의원들은 계속해서 "명성교회와 절연을 명확하게 표현하지 않으면 뽑아서는 안 된다", "합의 없이 이대로 선거를 진행하면 에큐메니컬 정신은 분열된다. 이런 상황이라면 선거를 유보하고 다시 의견을 모아 총무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기독청년협의회 하성웅 총무가 "김종생 목사가 총무로 선출된다면 더 이상 교회 사유화에 대해 아무런 이야기도 할 수 없고, 교회 윤리에 대해 아무런 목소리도 낼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재정 문제와 한국교회 보수화 때문에 교회협이 흔들리는데, 총무 선출마저 이렇게 물러나야 하는 현실이 굉장히 서글프다"고 말하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토론이 과열되면서 찬반 양측 사이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반대 의견이 계속되자, 기독교대한복음교회 이철호 총무는 "복음교회는 작지만 단 한 명의 세습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대형 교단들이 다른 교단의 세습 문제에 거품 물고 이야기할 자격이 있나. (김종생 목사가) 세습 문제를 주도한 것도 아닌데 연관돼 있다는 한 가지 문제만 가지고 사람을 판단하는 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투표를 곧바로 진행하자고 했다. 이 총무의 발언에는 곳곳에서 헛웃음과 함께 "창피한 줄 알아라", "그만해"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결국 강연홍 회장은 토론을 중단하고 곧바로 투표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일부 대의원이 토론을 계속해야 한다며 거세게 항의했지만, 강 회장은 "여러분의 의사를 표로 표현해 달라"며 제지했다. 투표 직전 위임 인원을 의결정족수에 포함해야 하는지에 관한 문제도 불거졌지만, 예장통합 김의식 부총회장이 "위임한 경우는 표결에 포함한다는 명시 조항이 없으면 일반적으로 제외하고 표결하는 것이 상례다. 우선 표결을 진행하고, 불만이나 이의가 있으면 나중에 행정소송을 하든 하고 선거를 속행해 달라"고 말하면서 투표는 그대로 진행됐다. 개표 결과 김 목사는 찬성 97표, 반대 69표, 무효 2표로 참석자 과반의 동의를 얻었다.

김종생 목사의 소속 교단인 예장통합 김의식 부총회장(사진 엘리베이터 안)은 목회자들의 항의에 뜬금없이 '용서'를 언급했다. 앞서 그는 올 가을 예장통합 정기총회 장소로 명성교회를 선정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김종생 목사의 소속 교단인 예장통합 김의식 부총회장(사진 엘리베이터 안)은 목회자들의 항의에 뜬금없이 '용서'를 언급했다. 앞서 그는 올 가을 예장통합 정기총회 장소로 명성교회를 선정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김의식 부총회장은 김종생 목사 총무 당선이 확정되자 곧바로 자리를 떠났다. 소속 교단 목회자들이 항의하자 김 부총회장은 손을 휘저으며 "예수님 말씀대로 용서하면 다 끝난다"고 말했다.

김종생 목사는 이어지는 취임식에서 "오늘 총회에서 보여 주신 여러 우려와 염려를 마음 깊이 받아들이고 더 겸손하게 정중동의 자세로 걸어가겠다"며 인사했다. 그는 취임사에서 "하나님의 생명과 정의와 평화에 반하는 죽임과 불의와 분열에는 과감하게 거리 두기를 하겠다. 부족한 재정 문제가 과제로 주어졌지만 그렇다고 신앙과 양심을 저버리기보다는 맘몬과 거리를 두며 넓은 길이 아니라 주님의 좁은 길을 선택하겠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100년을 맞아 다양한 대화 마당을 만들어 한국교회의 고백과 기대를 모아 에큐메니컬 정신과 가치를 구현해 가겠다"고 말했다.

교회협 총무로 선출된 김종생 목사는 2025년까지 전임 이홍정 총무의 잔여 임기를 수행한다. 이날 이 전 총무는 코로나19 확진으로 불참했다.

김종생 목사는 취임사에 앞서 "우려와 염려를 받아들이고 더 겸손하게 정중동의 자세로 걸어가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김종생 목사 총무 선출을 반대해 온 목회자·활동가들은 이번 투표 결과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교회협 청년위원회 이은재 전도사는 기자와 만나 "교회협은 교회 세습을 비판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다. 이를 위해 총무는 세습 문제에 대한 입장을 명확하게 표명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는데, 사회적으로 가장 큰 비판을 받는 명성교회 측근 목사가 총무로 뽑혀 정말 안타깝다. 100주년을 앞둔 상황에서 내부 분열을 어떻게 봉합하며 에큐메니컬 정신을 가져갈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국기독청년협의회 하성웅 총무는 "참담하다. 에큐메니컬 청년 활동가들이 이번 일로 마음이 많이 다쳤다. 하지만 총무 한 사람 때문에 에큐메니컬 운동이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지금 처한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면, 청년 단위들이 더 뭉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회개혁실천연대(공동대표 김종미·남오성·임왕성)는 교회협 임시총회 직후 논평을 발표하고 "수많은 우려와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진행된 임시총회는 교회협이 자본 권력에 굴복한 수치스러운 기록으로 남게 되었으며, 이 참담하고 시대착오적인 결정에 대하여 슬픔과 눈물을 감출 수 없다. 시대를 역행하고 하나님의 정의를 거스르는 교회협의 이번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비판했다.

임시총회 시작 전 한국기독교연합회관 앞에서는 에큐메니컬 단체·목회자들의 총무 선출 반대 기자회견이 열렸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임시총회 시작 전 한국기독교연합회관 앞에서는 에큐메니컬 단체·목회자들의 총무 선출 반대 기자회견이 열렸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총회 개회 후에도 김종생 목사 총무 선출을 반대하는 피켓 시위가 이어졌다. 목회자·활동가 수십 명은 총회 장소 뒤편에서 피켓을 들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총회 개회 후에도 김종생 목사 총무 선출을 반대하는 피켓 시위가 이어졌다. 목회자·활동가 수십 명은 총회 장소 뒤편에서 피켓을 들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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