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ㅇ교회는 교인이 500명 정도 모이던 중형 교회였다. 그런데도 한 해 지출은 18억 원(2022년 기준)에 달했다. 천 아무개 목사의 재정 의혹이 불거지자, ㅇ교회는 자체 감사를 실시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분당 ㅇ교회는 교인이 500명 정도 모이던 중형 교회였다. 그런데도 한 해 지출은 18억 원(2022년 기준)에 달했다. 천 아무개 목사의 재정 의혹이 불거지자, ㅇ교회는 자체 감사를 실시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치유와 청년 상담을 내세워 여성 교인들을 그루밍 성폭력한 분당 ㅇ교회 천 아무개 목사가 헌금을 사적으로 사용해 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ㅇ교회가 자체 재정 감사를 한 결과, 천 목사는 매달 5000만 원의 '인센티브'를 받았고 이 돈으로 4억 원 상당의 '골드바'를 구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교회에서 열린 세미나 참석비, 대안 학교 학비 등으로 6억 원 상당의 은 유가증권도 사 모았다. ㅇ교회 측은 대다수 교인은 평소 어려운 교인에 대한 구제와 '십오조'를 강조하던 천 목사가 거액을 받는 줄 몰랐고, 재정 관리가 불투명하게 이뤄져 왔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천 목사의 재정 문제는 ㅇ교회 1호 교인이던 전도사와 그의 가정이 올해 2월 중순 갑작스레 교회를 떠나면서 불거졌다. 이들은 천 목사가 여성 교인들을 상대로 성폭력을 저질러 왔고, 교회 재정을 마음대로 사용해 왔다고 폭로했다.

ㅇ교회는 감사팀을 꾸리고 감사에 돌입했다. 교인 7명으로 구성된 감사팀은 2월 20일, 그동안 ㅇ교회 재정을 관리·집행해 온 재정본부장 C와 재정간사에게 교회 명의로 된 통장 4개의 입출금 내역과 증빙서류를 달라고 했다. 그러자 천 목사가 다음 날 오전, 감사위원들을 불러 모았다. 이 자리에는 천 목사의 측근인 비서실장 겸 재정본부장 C도 참석했다.

천 목사는 감사팀에게 감사를 어떻게 진행할지 피드백을 하라고 시켰다고 한다. 감사팀 D는 <뉴스앤조이>와의 인터뷰에서 "감사를 받아야 하는 천 목사가 첫날부터 감사팀을 소집하더니, 한 명 한 명 '피드백'을 시켰다. 마지막에는 C가 '담임목사님께서 인센티브를 받으신 게 있는데, 그걸 건축 헌금으로 모으셨다'는 이야기를 슬쩍 했다. 인센티브도 그렇고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감사팀은 교회 헌금 통장을 확인하면서 인센티브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천 목사는 사례비 300만 원 외에 인센티브 3000만 원, 헌금 인센티브 약 1500만 원(월 헌금액의 10%), 주간 활동비 100만 원 등을 받고 있었다. 여기에 더해 천 목사의 건강보험비, 자동차세, 병원비, 사택 대출이자 등 수백만 원이 교회 통장에서 빠져나가고 있었다.

감사팀은 천 목사가 매월 5000만 원에 달하는 인센티브를 받아 온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D는 "감사를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천 목사를 믿었고, 감사에 동참한 것도 교회 재정이 투명하게 관리돼 왔다는 순수한 생각에서 임했다"고 했다. 그는 "천 목사가 공동의회나 예배에서 인센티브를 받고 있다는 것을 언급한 적이 없었다. 당시 내용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교인들에게는 도저히 보고할 수 없다는 생각마저 들었다"고 말했다.

감사 결과, 천 목사는 교인들 몰래 매달 5000만 원가량의 인센티브를 받고 있었다. ​ㅇ교회 인스타그램 갈무리
감사 결과, 천 목사는 교인들 몰래 매달 5000만 원가량의 인센티브를 받고 있었다. ​ㅇ교회 인스타그램 갈무리

인센티브 말고도 수상한 점은 또 있었다. 재정본부는 세미나 통장과 ㅇ교회가 운영하던 대안 학교(리더십스쿨·리더십아카데미) 학비 통장 일부에서도 500만~1000만 원이 수차례 인출된 것을 확인했다. 고액이 출금됐는데도 사유가 적혀 있지 않거나, 출금인이 'ㅇ교회'라고만 기록돼 있었다.

감사팀이 추궁하고 나서자, 천 목사가 입장을 밝혔다. 천 목사는 인센티브로 4억 원 상당의 골드바를 샀고, 세미나 통장과 대안 학교 통장에서 인출한 현금으로 6억 원 상당의 '은 유가증권'을 구매했다고 실토했다. 다만 천 목사는 돈을 빼돌린 게 아니고, 교회를 이전할 때 골드바와 은 유가증권을 쓰려고 했을 뿐 다른 목적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2월 25일 간사 모임에서 '성 추문'에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사임하고, 골드바 5kg와 은 유가증권 600여 장을 각각 교회와 대안 학교에 반환하겠다고 발표했다.

감사팀은 천 목사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사임하겠다고 하자 감사를 중단했다. 2월 26일 주일예배에서 감사팀장은 "지난 1년간 우리 교회 월평균 헌금 수입 1억 5000만 원 중 목사님 관련 지출 비용은 5600여만 원으로 37%를 차지했다. 목사님께서는 금괴와 은 유가증권 등 모두를 당초의 목적대로 건축 헌금 등 교회 재정과 리더십스쿨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해 주셨다"며 간략히 보고했다. ㅇ교회 교인들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꾸리고 사건을 수습해 가기로 했다.

2016년부터 헌금 '10억 원' 현금 인출
일본 메이지 천황 손자(?) 병원비·투자금 지원도

천 목사는 얼마 지나지 않아 말을 바꿨다. "골드바와 은 유가증권은 사유재산이니 돌려 달라"고 ㅇ교회에 요구했다. ㅇ교회 비대위는 제대로 된 감사와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3월부터 '2차 감사'에 돌입해 전체 계좌의 입출금 내역을 하나하나 뜯어봤다.

이 과정에서 천 목사가 헌금을 사적으로 사용한 정황이 발견됐다. 천 목사가 2016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교회 명의 통장 4개에서 현금으로 인출한 금액만 10억 원에 달했다. 건축 헌금 통장에서는 천 목사의 이사 관련 비용으로 약 1억 7000만 원이 지출돼 있었다.

특정인에게 교회 돈이 지출되기도 했다. 평소 천 목사는 교인 장 아무개 씨를 두고 "일본의 숨겨진 메이지 천황의 손자로서, 향후 천황 자리에 오를 사람"이라는 황당한 이야기를 해 왔는데, 그런 장 씨에게 입원비·병원비 명목으로 약 4000만 원이 지급됐다. 장 씨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곧 남북 전쟁이 일어나니 북으로 피난해야 한다"는 등의 음모론을 펼쳐 왔다. 천 목사는 장 씨의 동생이 운영하는 회사에 약 4000만 원을 빌려주기도 했다.

천 목사는 교회 돈으로 약 10억 원 상당의 골드바와 은 유가증권을 구매했다고 실토했다. 이를 간사들 앞에 꺼내 보이며 교회에 모두 반환하겠다고 했지만, 이후 말을 바꿨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천 목사는 교회 돈으로 약 10억 원 상당의 골드바와 은 유가증권을 구매했다고 실토했다. 이를 간사들 앞에 꺼내 보이며 교회에 모두 반환하겠다고 했지만, 이후 말을 바꿨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편지, 선물, 돈 봉투 요구,
재정 감사 제대로 한 적 없어"
천 목사 측, 재정 전횡 의혹 부인
"10년간 사례비 안 받아"

출석 교인 500명에 달하던 ㅇ교회에는 한 달 수입의 절반을 헌금으로 내는 '십오조 클럽', 100만 원을 헌금하는 '백만 원 클럽'이 있었다. 매년 초에는 '헌금왕', '전도왕' 등을 뽑아 금·은·동으로 만들어진 상패를 시상하기도 했다. ㅇ교회 교인들은 천 목사가 평소 헌금을 강조해 왔다고 했다.

교인 H는 천 목사가 평소 교인들에게 "대출을 받아서라도 헌금을 내라"며 강요하고, 상담이나 축복기도를 명목으로 한 달에 한 번씩 '책값'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천 목사는 교인들이 자신을 만나러 올 때 항상 3종 세트를 강조했다. '편지', '선물', '돈 봉투'였다. 요즘 사람들이 감사 표현을 잘 못하기 때문에 그런 문화를 만들어 내기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그 정도가 과했다"고 말했다.

과거 재정간사를 맡았던 교인 I는 "재정 감사를 제대로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일 년에 한 번 권사님 두 분을 불러 월별로 통장 정리한 내역을 보여 드리고 사인하는 게 다였다. 그중 한 권사님이 이의 제기를 했는데도 소용이 없었다"고 했다.

I는 "(천 목사가) 통장에 얼마까지 모였는지 묻곤 했다. 몇천만 원이 있다고 하면, 현금으로 뽑아 오라고 시켰다. 이런 일이 빈번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시킬 때도 있었다. 500만 원은 기본으로 넘었고, 2000만 원이 넘을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천 목사 측은 재정 전횡 의혹을 부인했다. 사건 이후 교회를 떠난 C는 5월 23일 통화에서 "목사님이 횡령을 했다면 부동산이나 자동차를 사거나 해외에 아파트를 사지 않았겠나. 하지만 그런 게 전혀 없으시다. (골드바와 은 유가증권은) 목사님이 번 돈으로 산 것이고, (인센티브는) 목사님이 10년 이상 사례비를 받지 않으셨기 때문에 10년 치 활동비를 드리자고 재정위원회에서 결의한 것이다. 목사님 덕분에 돈을 많이 벌어서 눈물 흘리며 피드백하던 교인들이 이제는 재정 비리를 말하고 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는 천 목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연락을 했지만, 그는 이번에도 응답하지 않았다.

ㅇ교회 교인들은 5월 22일 기자회견에서 천 목사의 헌금 횡령과 배임을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ㅇ교회 교인들은 5월 22일 기자회견에서 천 목사의 헌금 횡령과 배임을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천 목사가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아무 잘못이 없다는 태도로 나오자, ㅇ교회는 천 목사의 성폭력과 재정 전횡 의혹을 공론화했다. ㅇ교회는 5월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천 목사는 잘못을 뉘우치고 성폭력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와 교회를 흔드는 일을 중단하라고 했다.

ㅇ교회 교인들은 "진심으로 천 목사가 회개하고 뉘우치기를 바랐지만, 그는 성폭력 피해자들을 지금도 꽃뱀으로 몰아가고, 피해자들이 교회를 장악하려고 자신을 내쫓았다는 음모론을 설파하고 있다. 또 (교회에) 기부했다고 밝힌 골드바가 자기 사유재산이라며 돌려 달라는 내용증명을 보내고, 교회 보증금도 자신의 이름으로 계약했으니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거짓으로 임하는 천 목사에게 법적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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