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에 있는 ㅅ교회가 재정집사의 횡령 문제로 분쟁을 겪고 있다. 수년에 걸쳐 교회 돈 30억 원을 빼돌린 A 집사는 자신의 횡령 사실이 드러난 직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ㅅ교회 일부 교인은 최종 결재권자인 허 아무개 담임목사가 횡령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며 A 집사와의 공모 여부를 의심하고 있다. 반면 허 목사는 이 사건으로 졸지에 '횡령 목사'가 됐다며 억울해하고 있다. <뉴스앤조이>는 ㅅ교회에서 일어난 재정 문제를 취재해 봤다. - 기자 주

[뉴스앤조이-이용필 편집국장] ㅅ교회 교인들이 기억하는 A 집사는 내성적이긴 했지만 일을 잘했다. 그가 맡는 부서마다 프로그램이 잘 진행됐고 많은 사람이 참여했다. 교회학교 부장, 구역장, 남선교회 회장 등을 두루 맡았고, 젊은 나이에 장로 후보군에 들 정도로 교인들의 신망이 두터웠다. ㅅ교회 한 장로는 "우리 교회에서는 전무후무한 케이스였다. 교인들 중 A 집사를 롤 모델로 삼는 이도 많았다"고 말했다.

허 목사가 보기에도 A 집사는 "아주 충실한 성도"였다. 허 목사는 2015년부터 A 집사에게 건축 회계 재정을 맡겼다. ㅅ교회는 일반 재정과 건축 재정이 구별돼 있다. 매년 일반 재정에서 4억~8억 원의 '잉여금'이 건축 재정으로 넘어왔고, A 집사는 잉여금으로 교회 교육관 부채를 관리해 왔다. 앞서 ㅅ교회는 교육관을 건축하기 위해 은행에서 약 33억 원을 대출받은 바 있다. A 집사는 2021년 12월경 허 목사에게 교육관 부채를 모두 갚았다고 보고했다. 허 목사는 같은 해 12월 29일 "우리 교회가 (교육관 건축) 빚을 모두 갚았다"고 알렸고, 교인들은 박수를 보내며 함께 축하했다.

죽음으로 이어진 횡령 사건
허 목사 "사람 믿은 것, 땅 치고 후회"
교인들 요청으로 외부감사
ㅅ교회는 교육관(사진 정면)을 짓기 위해 은행에서 33억 원을 빌렸다. A 집사는 교육관 부채를 관리해 왔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ㅅ교회는 교육관(사진 정면)을 짓기 위해 은행에서 33억 원을 빌렸다. A 집사는 교육관 부채를 관리해 왔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지난해 9월 초, 허 목사는 은행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은행 직원은 허 목사에게 "이번에 이자율을 잘 조정해 드렸다"고 말했다. 교회 빚을 다 갚았다고 생각한 허 목사는 전화가 잘못 걸려 온 줄 알았다고 했다.

허 목사는 12월 27일 기자와 만나 "처음에는 은행에서 다른 교회랑 헷갈리고 연락한 줄 알았다"면서 "A 집사에게 전화로 물어보니까 '다 갚았는데요'라고 하더라. (A 집사에게) 빨리 와서 확인해 달라 부탁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그게 마지막 통화였다"고 말했다.

A 집사는 허 목사와 통화를 마치고 몇 시간 뒤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죽기 직전 A 집사는 허 목사에게 "정말 죄송하다"는 문자메시지를 남겼다. 허 목사는 유족 요청에 따라 부고 사실을 ㅅ교회에 알리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A 집사의 부고 소식과 추측성 소문이 교인들 사이에서 빠르게 퍼져 나갔다. 허 목사는 해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A 집사가 죽은 지 일주일 만에 공동의회를 소집했다.

허 목사는 공동의회 당시 "(A 집사가) 지난 6년간 교회 빚을 갚고 있다고 했는데, 그 돈들이 완전히 사라진 것 같다. 따져 보니까 37억 원 정도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허 목사는 매달 당회를 열고 A 집사에게 부채 현황 보고를 받아 왔고, 꾸준히 은행 빚을 갚은 줄 알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람을 너무 믿었다. 땅을 치고 후회한다"고 말했다. 허 목사는 이번 일에 대한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20일간 금식 기도에 들어가고, 담임목사직을 내려놓을 결단도 했다고 밝혔다.

교인들은 허 목사가 물러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왜 이런 재정 사고가 발생했는지, 근본 원인은 무엇인지, 빚을 갚았다고 선포했을 당시 왜 은행에 최종 확인은 안 했는지, 횡령 공모자는 없는지 하나하나 파악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진상 규명에 소극적인 사람도 있었다. 한 교인은 "목사님에게 책임을 묻기에 앞서, 우리가 교회 회계를 위해서 한 번이라도 기도는 했는지 돌이켜보자. 목사님이 20일 금식 기도를 한다고 하니까, 우리도 하루에 한 번 (금식에) 동참하자"면서 "이건 사탄의 싸움이다. 우리를 무너뜨리고 미워하는 영에 속지 말자"고 말하기도 했다.

"주식·코인 투자 등에 사용,
외부 공모자 없어"
일부 교인 "담임목사가 모를 리 없어"

ㅅ교회는 격론 끝에 건축 회계 재정에 한해 외부감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외부감사는 광주 지역의 한 법무법인에 맡겼다. 유족 동의를 받아 A 집사와 관련한 모든 금융거래 내역을 확인한 법무법인 측은 지난 10월 26일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A 집사는 2016년 12월부터 2022년 8월까지 30억 원을 횡령했다. 다만 A 집사가 재산을 은닉하지 않았고, 제3자와 공모를 하거나 거래한 흔적은 없는 것으로 나왔다. A 집사는 횡령한 돈 대부분을 주식과 가상 화폐 투자, 사채 상환, 생활비 등으로 썼는데, 이를 교회 대출금을 변제한 것으로 위장했다. 법무법인 측은 법적 절차를 취할 제3자는 없는 상태이며, 유족이 상속을 포기할 예정이어서 유족에 대한 법적 조치도 어렵다고 했다.

외부감사를 종합하면, 평소 금전적인 문제를 겪어 온 A 집사가 단독으로 교회 재정을 빼돌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ㅅ교회 일부 교인은 외부감사 결과는 존중하나, A 집사 혼자 그 큰돈을 횡령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담임목사가 횡령 사실을 수년간 몰랐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허 목사가 A 집사와 공모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장로는 12월 2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은행이 구멍가게도 아니고 대리인이 와서 대출을 연장해 달라고 하면 그냥 해 주겠는가. 한두 해도 아니고 6년간 대출 상환을 연장해 왔다. 담임목사가 몰랐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허 목사는 교회 건축 재정은 A 집사에게 일임했으며, 자신은 은행에서 직접적으로 연락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A 집사가 원금과 이자를 동시에 갚고 있다고 말해 왔는데, 알고 보니 이자만 갚아 왔더라. 이자는 꾸준히 갚았으니까 은행에서 (나한테) 연락이 오지 않았던 것이다. 9월 초에 연락받은 게 처음이었다"고 했다. 이어 "아주 가끔씩 은행에서 대출 관련 문자가 날아오기도 했는데 스팸 메시지인 줄 알았다. 사람들이 이렇게 큰 횡령 사건을 왜 몰랐느냐고 하는데, 내가 순진했고 너무 (A 집사를) 믿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매달 당회에서 건축 회계 재정 보고를 받긴 했지만, 세밀히 확인하는 과정은 없었다고 했다. 허 목사는 "우리 교회는 25년간 급성장한 교회다. 은혜로 잘돼 왔으니까 계속 이렇게 가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며 "당회에서 누구 하나 A 집사에게 '통장 한번 보자. (대출) 잔액 증명서 보자'고 하지 않았다. 통제하고 지시하면 싫어하니까 자율적으로 A 집사에게 맡긴 거다. 크로스 체크를 해야 했는데 순진하게 사람만 믿었고 결과적으로 (사람도 재정도) 놓쳐 버렸다"고 했다.

"ㅅ교회만의 문제 아냐,
왜 이런 일 발생했는지 돌아봐야"
"이제라도 교회 재정 문제 관심 갖겠다"

ㅅ교회 재정 사건은 '믿고 맡기면 알아서 잘할 것'이라는 맹목적 신뢰에서 비롯했다. 이는 ㅅ교회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한국교회의 관행이기도 하다. 교인들이 낸 헌금을 다루는 일인 만큼 제대로 된 감시와 견제가 필요한데도 외려 방치해 온 것이다.

교회재정건강성운동 실행위원장 최호윤 회계사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ㅅ교회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교회가 관행대로 한 명에게 재정을 맡겨 처리해 오다 보니까 이런 일이 계속 벌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최 회계사는 "단순히 담당 재정집사나 담임목사를 비난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왜 그동안 교인들이 재정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는지 성찰하고 돌아봐야 한다. 교회 재정을 건강하고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전 교인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에 ㅅ교회 교인 측은 "평소 허 목사가 재정 문제를 꼬치꼬치 묻는 것을 덕스럽게 여기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지내 온 것"이라며 "이제라도 교회 재정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임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A 집사의 횡령으로 촉발한 ㅅ교회 분쟁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교인은 A 집사의 횡령 사건과 관련해 허 목사와 몇몇 장로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또 외부감사 이후 일반 재정을 자체 감사했는데, 허 목사 일가가 교회 돈을 임의로 가져다 쓴 게 드러났다면서 횡령 혐의로도 고발했다. 사임 의사를 밝혔던 허 목사는 횡령한 사실이 없다며 맞서고 있다. 허 목사는 교회 문제를 해결하고 자신의 명예가 회복되기 전까지는 물러나지 않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다음 기사에서는 ㅅ교회의 일반 재정 전횡 의혹을 다룬다.(계속)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