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교인이 낸 감사 헌금을 사적으로 사용해 온 목사가 있다. 이를 알게 된 교인들이 소속 노회에 징계해 달라고 소송을 냈지만, 노회 측은 재판국이 없다는 이유로 수년간 재판을 개시조차 하지 않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류영모 총회장) 평남노회(김문재 노회장) 소속 ㅁ교회 ㄴ 목사 이야기다.

사건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2년 ㅁ교회에 다니던 A는 건강이 회복되자 가족을 통해 ㄴ 목사에게 회복 사실을 미리 알리고 기도를 받은 뒤, 교회에 감사 헌금 170만 원을 냈다. 다음 주일 주보 감사 헌금 명단에는 A 이름이 올라와 있었다. 그런데 이듬해 초 기부금 납입 영수증을 받아 보니 감사 헌금 170만 원이 누락돼 있었다. 이때는 착오가 있었다고 생각하고 말았다. 교회에 문의한 후 영수증을 재발급받았다.

그런데 이후에도 똑같은 일이 발생했다. 2013년 A는 ㄴ 목사를 찾아가 기도를 받고 감사 헌금 100만 원을 냈다. 역시 다음 주일 주보 헌금 명단에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런데 2014년 초, 기부금 납입 영수증을 받아 보니 100만 원이 빠져 있었다. 이때도 교회에 문의를 했고, 기부금 영수증을 정정 발급받았다.

2년 연속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게 석연찮았던 A는 2015년 7월, 교회 재정부에 2012~2013년 본인의 헌금 내역을 뽑아 달라고 요청했다. 확인 결과 재정부 자료에는 A의 2012년 감사 헌금과 2013년 감사 헌금이 누락돼 있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몇몇 교인이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문제가 커지자 ㄴ 목사는 사실을 자백했다. 헌금 명단에만 이름을 올리기만 하고 돈은 개인적으로 썼으며, 이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재정부 자료도 건드렸다고 실토했다.

ㄴ 목사가 2015년 12월 19일 자로 쓴 각서에는 "본인은 2012년 8월 19일 1건(170만 원)과 2013년 10월 20일 1건(100만 원)의 감사 헌금을 개인적으로 사용하였고, 2015년 9월 재정부 감사 헌금 현황 서류 및 컴퓨터를 조작하였습니다. 그리하여 ㅁ교회 성도님들에게 신앙적, 도의적 책임을 통감하며 앞으로 이와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였을 경우에는 조건 없이 즉시 담임목사직을 사임할 것을 서약합니다"는 문구와 함께 ㄴ 목사의 서명·도장이 담겨 있었다.당시 ㅁ교회 당회는 ㄴ 목사의 각서를 받는 선에서 이 문제를 덮었지만, 약 2년이 흐른 뒤 안수집사 B가 문제를 공론화했다. B는 자백까지 한 ㄴ 목사가 뒤에서 A는 물론이고 문제를 제기한 안수집사들까지 음해 세력으로 몰아갔다고 주장했다.

B는 2017년 ㄴ 목사를 비롯해 부목사·장로·간사를 재정부 서류 은폐·조작에 관여한 혐의로 노회에 고소했다. 그는 "ㄴ 목사가 교인들에게 거짓말을 한다. 횡령과 은폐를 하고서도 오히려 헌금을 한 가족과 이의를 제기한 교인을 불의한 음해 세력으로 몰아가 교인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상처를 입혔다"며 권징해 달라고 했다.

ㄴ 목사는 자신이 헌금을 사적으로 사용했다고 자백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ㄴ 목사는 자신이 헌금을 사적으로 사용했다고 자백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당사자가 자백하고 시인한 문제인 만큼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사안인데, 평남노회는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문제를 다루지 못하고 있다. 평남노회 안에 재판국이 없기 때문이다. 평남노회는 2015년 평양노회에서 '평양남노회'(현 평남노회)로 분립해 나올 당시 재판국과 기소위원회를 두지 않기로 결의했다. 극심했던 강북제일교회·두레교회 분쟁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재판국 무용론'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평남노회는 노회 안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화해조정위원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평남노회는 2018년 B에게 "재판국이 구성될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통지했다. 2019년 가을 평남노회는 재판국을 만들었지만 B는 이 사실을 올해까지도 모르고 있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평남노회는 2018년 B에게 "재판국이 구성될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통지했다. 2019년 가을 평남노회는 재판국을 만들었지만 B는 이 사실을 올해까지도 모르고 있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이 때문에 2017년 B가 낸 소송도 묻혀 버렸다. 평남노회는 '노회 재판국이 없다'는 이유를 들며 이 사건을 총회 재판국으로 보냈다. 하지만 총회 재판국은 2018년 7월 이 사건을 노회로 돌려보냈다. 총회 재판국은 "총회 헌법 정신을 고려하여 헌법에 명문화되어 있는 기소위원회·재판국을 조직하라는 행정 지시와 함께 이 사건을 노회로 이송했다"고 밝혔다. 예장통합 헌법에 노회별로 재판국을 구성하게 되어 있으니, 노회에서 먼저 처리한 다음 올리라는 것이었다.

결국 평남노회는 2019년 가을 정기노회에서 재판국을 설치했다. 이를 뒤늦게 알게 된 B는 2021년 10월 평남노회 기소위원회에 공문을 보내, 재판 절차를 안내해 달라고 했다. 그러나 평남노회 기소위원회는 "수신자명이 평양남노회(평남노회가 2019년 개명하기 전 이름)으로 기재돼 있어 서류 수신자가 잘못됐다"며 이를 반려했다.

B는 11월 18일 기자를 만나 노회가 헌금을 횡령한 목사를 같은 편이라서 봐주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평남노회'를 '평양남노회'로 적었다는 이유로 서류를 반려했는데, 제대로 처리하려고 하는 것인지 의심이 든다"며 "노회가 차일피일 미루는 사이 60~70명이 ㅁ교회를 떠났다. 나도 어린 시절을 함께한 교회지만 지금은 다른 곳에 출석한다"고 말했다. 그는 고소가 유야무야되는 사이 ㄴ 목사는 예장통합에서 요직으로 꼽히는 장로회신학대학교 이사까지 맡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ㄴ 목사 헌금 문제와 관련해 평남노회 관계자들은 말을 아꼈다. 김문재 노회장은 "죄송하다"며 전화를 끊었다. 김 아무개 기소위원장은 "접수된 서류를 검토해 기소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현재로서 정해진 것은 없다"고 답했다.

<뉴스앤조이>는 헌금 유용에 대한 ㄴ 목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를 걸었으나, 그는 "오래전에 다 끝난 일이다"라며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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