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벳대학교가 학교를 제대로 운영해 오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아 승인 취소될 위기에 놓였다. 캘리포니아주 사립고등교육국은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 캠퍼스를 방문해 조사한 후 14가지 위반 사항이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올리벳대 캠퍼스 전경. 올리벳대 홈페이지 갈무리
올리벳대학교가 학교를 제대로 운영해 오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아 승인 취소될 위기에 놓였다. 캘리포니아주 사립고등교육국은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 캠퍼스를 방문해 조사한 후 14가지 위반 사항이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올리벳대 캠퍼스 전경. 올리벳대 홈페이지 갈무리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장재형 씨가 설립해 미국 내 핵심 커뮤니티 역할을 해 온 올리벳대학교가 부실 운영으로 폐쇄 위기에 몰렸다. 캘리포니아주 사립고등교육국(BPPE·Bureau for Private Postsecondary Education)은 주 정부 소비자보호국(DCA·Department of Consumer Affairs)에 올리벳대 취소 및 운영 정지를 요구하는 고발장(accusation)을 지난 3월 17일 제출했다. 한국어 '고발'로 번역되는 이 처분은, 한국에서 교육부의 대학 폐쇄 절차와 비슷한 성격을 지닌다.

캘리포니아주 롭 본타(Rob Bonta) 검찰총장 명의로 제출된 고발장을 보면, 주 정부는 지난해 11월과 올해 1월 안자(Anza)에 있는 올리벳대 메인 캠퍼스와 샌프란시스코 밀 밸리(Mill Valley)에 있는 캠퍼스를 불시 방문해, 대학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했다. 

점검 결과, 수업 커리큘럼이 주 정부에 신고된 것과 다르게 운영되고, 수업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여러 문제가 드러났다. BPPE는 캠퍼스 방문 당시 학교 문이 잠겨 있었으며, 학교 측에 여러 번 전화를 걸었으나 연결도 제대로 되지 않아 캠퍼스 진입에도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BPPE는 실사 과정에서 올리벳대가 학생과 교수진에 관한 데이터 등을 제대로 보관하지 않고, 학교가 서류 내용과 다르게 운영되고 있는 점 등을 발견했다. 뿐만 아니라 BPPE가 직접 참관해 확인한 한 수업은 대면 수업과 온라인 수업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수업'으로 개설돼 있었는데, 대면으로 진행해야 할 수업에 정작 교수가 출석도 하지 않아, 강의실에 나온 학생들이 교수 없이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는 촌극이 발생하기도 했다.

게다가 강의계획서가 아예 존재하지 않거나, 학사 과정 수업을 석사과정 수업과 함께 진행했거나, 교수 명단이 실제와 일치하지 않는 등 대학 운영상 심각한 문제로 볼 수 있는 사항이 다수 드러났다. 특히 올리벳대 교수 중 상당수가 타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전문 인력이 아니었고, 일반 학문과 관계없는 올리벳대 목회학 석사(M.Div) 출신인 것으로 드러났다. BPPE는 고발장에 이러한 위반 사항 총 14가지를 담아, 올리벳대의 승인을 취소해 달라고 요구했다.

캘리포니아 사립고등교육국은 올리벳대학교의 여러 위반 사항을 지적하면서 올리벳대학교의 설립 승인을 취소하거나 보류해 달라고 소비자보호국에 요청했다. BPPE 홈페이지 갈무리
캘리포니아 사립고등교육국은 올리벳대학교의 여러 위반 사항을 지적하면서 올리벳대학교의 설립 승인을 취소하거나 보류해 달라고 소비자보호국에 요청했다. BPPE 홈페이지 갈무리

올리벳대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복 교단, 언론사 <크리스천투데이>·<기독일보> 등의 핵심 인사들과도 긴밀히 연결돼 있다. 장재형 씨와 관련된 핵심 인사들이 이 대학에서 공부하는 등의 직·간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앞서 올리벳대를 탈퇴한 이들은 장재형과 그의 측근들이 '유학 비자'를 내세워 한국과 중국 등에서 유학생을 모집한 후, 미국 내 공동체를 형성했다고 폭로해 왔다. 지난 10년간 미국 여러 매체에서 보도한 임금 착취 등의 논란도 올리벳대 유학생들을 중심으로 벌어진 일이었다. 

이번 캘리포니아주 정부의 대학 인증 취소 요구는 "유령 수업을 개설하고 학위를 남발해 왔다"고 폭로한 전 올리벳대 출신 탈퇴자들의 증언과도 일맥상통하는 지점이 있다. 앞서 <뉴스앤조이>는 2010년대까지 올리벳대 내부 공동체에 있었던 탈퇴자들을 인터뷰하면서 이와 같은 증언을 확보했다. 탈퇴자들은 올리뱃대가 수업을 제대로 하지 않았고, 대학 인증(감사) 시에만 그럴듯하게 포장하기에 바빴다고 폭로했다. 올리벳대 측은 이런 주장을 '음해'라고 치부했지만, 캘리포니아주 정부가 이와 같은 학사 부실 운영 정황을 직접 목격하고 점검·확인하면서 피해자들의 증언은 한층 더 힘을 받게 됐다. 

물론 혐의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BPPE의 고발은 캘리포니아 행정법 판사가 주재하는 청문회로 이어진다. 청문회 과정에서 올리벳대 측은 제기된 문제에 대해 소명할 수 있다. 청문회를 거친 후 주 정부 소비자보호국의 최종 결정이 나올 예정이다. 

한편 올리벳대는 지난해 뉴욕 캠퍼스가 폐쇄되면서 핵심 캠퍼스와 시설 운영상 타격을 입은 데 이어, 워싱턴 D.C. 등 다른 지역에서도 올리벳대 캠퍼스를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또한 성서고등교육협회(ABHE·Association for Biblical Higher Education) 역시 올리벳대를 경고 상태로 올려 두고, 지난 4월 초 캠퍼스를 방문해 실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ABHE 인증은 대학 운영 자체가 아닌 '학위 인증'과 관련돼 있다. 올리벳대가 ABHE의 인증을 받지 못하면, 대학 졸업장이 연방 정부 학력으로 인정되지 않아 유학생 모집 등 대학 운영에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돈세탁과 비자 사기 등 여러 중범죄 혐의에 대한 연방 정부 차원의 수사도 진행 중이다.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Homeland Security Investigations)은 여전히 올리벳대학교와 세계올리벳성회(World Olivet Assembly) 등 장재형 씨 유관 단체의 핵심 인사들의 돈세탁 및 사기 등의 혐의를 살펴보고 있다. 특히 HSI는 2021년 안자 캠퍼스 급습 당시 확보한 기록 등에서 상당수 혐의를 포착해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리벳대 측은 이와 관련된 수사가 '모두 종결'됐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지만, <뉴스앤조이>는 연방 수사기관이 최근까지 관련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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