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벳대학교 등 장재형 유관 단체에 몸담았던 이들이, 최근 유튜브를 통해 임금 착취에 시달렸다고 증언했다. 이러한 유형의 폭로가 한국과 일본을 비롯해 미국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유튜브 갈무리
올리벳대학교 등 장재형 유관 단체에 몸담았던 이들이, 최근 유튜브를 통해 임금 착취에 시달렸다고 증언했다. 이러한 유형의 폭로가 한국과 일본을 비롯해 미국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유튜브 갈무리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재림주 논란을 일으켰던 장재형 씨(David Jang)에게 노동 및 임금 착취를 당했다는 피해자들의 증언이 미국에서 이어지고 있다. 12월 12일 공개된 '장재형과 올리벳대학, 이단에서 빠져나온 자들의 증언' 영상에는, 올리벳대학교와 장 씨 유관 단체에서 일했던 피해자 4명의 인터뷰가 실렸다.

피해자들은 과노동에 시달렸는데도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그들은 "그(장재형)는 우리를 노동의 도구로 인식했다", "아무도 노동에 대한 정당한 임금을 받지 못했다", "그를 위해 노예처럼 일했다"고 증언했다.

8년간 멤버 생활을 했다는 한 피해자는 "장재형은 꼭두각시 인형(puppet)처럼 사람들을 움직였다. 우리는 결혼 생활과 부부 관계, 자녀 계획까지 통제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합동결혼식을 치러야 했다고 증언했다. 여러 쌍의 부부가 동시에 결혼식을 하는 합동결혼식은 통일교를 통해 유명해졌지만, 장재형 씨 유관 단체에 몸담았던 이들도 20년 전부터 장 씨의 지시로 합동결혼식을 치러 왔다. 노동 착취와 결혼 통제 등에 관한 이번 피해자들의 증언은, 지난 20여 년간 누적된 장 씨 유관 단체 탈퇴자들의 증언과도 일치한다.

<뉴스앤조이>도 한국에서 불거진 장재형 씨 논란을 소개해 달라는 피해자들의 요청을 받았다. 지난달 화상으로 인터뷰에 참여해, 한국에서 왜 논란이 일어났으며 탈퇴자(피해자)들의 증언에는 어떤 특성이 있었는지, 장 씨의 유관 단체들이 일반적인 한국교회의 모습과 비교하면 어떤 특이점이 있는지 등을 설명했다.

영상 제작자 측은 장재형 씨 집단의 보복성 인신공격을 우려해 동영상 제작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밝히지 않는다고 <뉴스앤조이>에 밝혔다. 피해자들 또한 같은 이유로 익명·모자이크 처리했다. <뉴스앤조이>는 인터뷰에 등장한 4명 중 2명과 직접 대화를 나누면서 이들의 신원을 확인했고,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말하기 어려운 구체적인 전도 과정, 집단 내부 생활, 탈퇴 경위 등을 직접 청취했다. 증언을 뒷받침할 만한 자료도 상당수 확보했다.

올리벳대학교 캠퍼스가 있는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 지역의 지역 언론은, 학생들이 감금과 굶주림 등의 문제에 시달렸다고 19일 보도했다. 더프레스엔터프라이즈 갈무리
올리벳대학교 캠퍼스가 있는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 지역의 지역 언론은, 학생들이 감금과 굶주림 등의 문제에 시달렸다고 19일 보도했다. 더프레스엔터프라이즈 갈무리

12월 19일에는 미 캘리포니아 남부 지역 소식을 주로 다루는 지역 언론 <더프레스엔터프라이즈>가 올리벳대 학생들이 감금과 굶주림 등 문제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조 넬슨(Joe Nelson) 기자는 '사기·돈세탁 수사로 궁지에 몰린 리버사이드카운티의 기독교 대학(Embattled Riverside County Christian College under under investigation for fraud, money-laundering)' 기사에서, 지난 2018년 3월 911(긴급 전화번호)에 구출 신고를 하고 학교를 탈출한 인도계 학생 레베카 싱(Rebecca Singh)과 그를 구출해 냈던 올리벳대 전 식당 매니저 멜리사 심스(Melissa Sims)의 이야기를 보도했다.

심스는 <더프레스엔터프라이즈>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싱이 911에 구조 요청을 하던 날 자신에게도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학교 문은 잠겨 있었지만 자신이 직원 출신이었던 덕분에 비밀번호를 알 수 있었고, 수풀 속에서 몸을 웅크린 채 숨어 있는 싱을 발견해 구조했다고 말했다. 이후 싱을 팜스프링스 국제공항으로 데려가, 싱의 가족이 사는 보스턴으로 보냈다고 말했다.

심스는 올리벳대 학생들이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한다는 취지의 증언도 했다. 심스는 2017년부터 약 1년간 올리벳대에 근무하면서 배고픔을 호소하는 학생들을 위해 학교에 조치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에 식당 예산을 늘려 달라고 얘기했으나 거절당했다면서 "학생들에게 밥을 먹이기 위해 매우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그들에게 적절한 식단을 제공하기 위해 싸웠다"고 말했다. 심스는 학교 내에는 식음료 자판기도 없을 뿐더러, 학교가 운영되는 시간에도 식당이 열리지 않았으며 학생들은 빈약한 쌀과 야채로 근근이 버텼다고 증언했다.

심스의 증언 역시 한국과 일본 등지에서 나왔던 장재형 씨 유관 단체 피해자들의 증언과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 2018년 <뉴스앤조이>가 만난 일본 피해자는 대출까지 받아 헌금하는 상황에서 정작 먹을 게 없어 빵 쪼가리를 먹으며 버텼다고 말한 바 있다.

올리벳대, 운영 어려움 직면
뉴욕주 이어 워싱턴 D.C. 등 다른 곳도
캠퍼스 인증 재심사
올리벳대에 대한 각종 의혹이 불거지면서, 뉴욕주를 비롯한 여러 주가 올리벳대 캠퍼스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대학 인가 업무를 맡은 ABHE는 올리벳대에 경고 조치를 하고, 내년 학교를 방문해 감사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ABHE 갈무리
올리벳대에 대한 각종 의혹이 불거지면서, 뉴욕주를 비롯한 여러 주가 올리벳대 캠퍼스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대학 인가 업무를 맡은 ABHE는 올리벳대에 경고 조치를 하고, 내년 학교를 방문해 감사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ABHE 갈무리

올리벳대가 '유학 비자'를 내세워 해외 유학생들을 모집한 후, 교육과정은 제대로 진행하지 않고 학생들에게 일을 시킨다는 의혹은 한국과 일본 등에서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미국에서는 2014년 탐사 보도 매체 <마더존스> 보도로 널리 알려졌다.

<뉴스위크>도 올리벳대 관계자를 인용해, 한 학생은 신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마법처럼" 경영학 석사 학위(MBA)도 취득했다고 했다. <뉴스위크>와 인터뷰한 올리벳대 관계자는 이런 비상식적인 조작이 벌어진 이유는 대학 인증을 유지하기 위한 실적을 채워야 했기 때문이라고 봤다.

<뉴스앤조이>도 비슷한 증언을 직접 확보했다. 2010년대까지 올리벳대 내부 공동체에 있었던 피해자 A는 올리벳대가 학사 운영을 엉터리로 했다는 증거로, 2개의 신학사 졸업장을 기자에게 보여 줬다. 그는 2000년대 초반 이미 올리벳대의 전신인 올리벳신학교(Olivet Theological College&Seminary)에서 신학사 학위를 받았는데도, 2014년 올리벳대 이름으로 또다시 학위를 받았다. 그는 "이것은 대학 인증을 받기 위해 벌어진 일이다. 나는 제대로 된 수업을 들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올리벳대가 대학 본연의 업무 대신 돈세탁, 인신매매 등 구설수에 휘말려 벌금을 납부하고 수사를 받는 상황이 지속되자, 미국 각 주 정부는 학교 운영 승인 인가를 재검토하고 있다. 올리벳대는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처음 시작해,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 인근 안자(Anza)와 뉴욕주 도버 플레인스(Dover Plains) 캠퍼스를 중심으로 영역을 확장해 왔다. 그 외에도 시카고와 세인트루이스, 올랜도, 내쉬빌 등 미국 전역에 확장 캠퍼스(Extension Site)를 운영 중이라고 홍보해 왔다.

첫 테이프는 뉴욕주가 끊었다. 뉴욕주 교육부는 올해 6월 30일 자로 올리벳대 핵심 캠퍼스인 도버 플레인스 캠퍼스 운영을 중단하라고 통보했다. 이곳은 장재형 씨가 "세계 복음주의 선교의 허브"라고 명명했을 정도로, 장 씨와 그 유관 단체의 핵심적인 캠퍼스였다.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주 가운데 한 곳인 뉴욕주 교육부의 운영 중단 처분은, 다른 주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12월 1일 자 <뉴스위크> 보도에 따르면, 미국 내 10개 이상의 주에서 올리벳대 확장 캠퍼스(Extension Site)가 인가 재검토 절차를 밟거나, 올리벳대 스스로 캠퍼스 홍보물을 조용히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뉴욕주 다음으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한 곳은 워싱턴 D.C.다. 워싱턴 D.C. 고등교육면허위원회(HELC)는 올리벳대가 뉴욕 캠퍼스 폐쇄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은 의무 위반이라며 인증 재검토에 들어갔다. HELC는 학교 측 소명을 토대로 12월 8일 인증 여부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는데, 현재까지 회의 결과 및 회의록은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뉴스위크>는 테네시주와 인디애나주도 검토·조사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또한 올리벳대 일리노이주 시카고 캠퍼스와 캐나다 퀘벡주 캠퍼스는 주 정부의 교육기관 인가를 받은 적이 없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논란이 지속되자, 미국 성서고등교육협회(ABHE)에서도 올리벳대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 내 신학교들의 대학 인증을 맡은 ABHE는 11월 9일 자로 올리벳대에 '경고' 처분을 내리고, 2023년 대학을 감사하겠다고 밝혔다. 경고 처분 자체로 인증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올리벳대가 이 기간 안에 문제를 개선하지 않으면 보호관찰 또는 인증 철회를 당할 수 있다. 올리벳대는 일단 2024년 2월까지 인증을 연장받은 상태인데, 이후 인증에 실패하면 유학생 모집 등 운영에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수사관들이 사과하고 돌아갔다"던
올리벳대 수사, 여전히 진행 중
"채팅 기록에서 범죄 혐의 발견"
올리벳대를 향한 각종 의혹은 결국 설립자 장재형에게로 향하고 있다. 탈퇴자들은 장 씨가 아주 세밀한 지시까지도 내리는 사람이라고 공통적으로 증언했다. 인신매매나 돈세탁 등의 일도 장재형을 통하지 않고는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올리벳대 홈페이지 갈무리
올리벳대를 향한 각종 의혹은 결국 설립자 장재형에게로 향하고 있다. 탈퇴자들은 장 씨가 아주 세밀한 지시까지도 내리는 사람이라고 공통적으로 증언했다. 인신매매나 돈세탁 등의 일도 장재형을 통하지 않고는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올리벳대 홈페이지 갈무리

올리벳대가 유학생들을 상대로 인신매매, 노동 착취, 돈세탁, 비자 사기 등을 저질렀다는 혐의에 대한 미국 연방 정부의 수사도 계속되고 있다. <뉴스위크>는 올해 4월, 미국 국토안보부가 2021년 4월 올리벳대 캠퍼스를 돈세탁 및 인신매매 혐의로 급습했다는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올리벳대는 급습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단순한 해프닝에 불과했으며 도리어 수사관들이 학교 측에 사과하고 돌아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뉴스앤조이> 취재 결과, 수사기관은 최근 올리벳대 측의 범죄 혐의를 일부 발견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 거주 중인 올리벳대 전 멤버 B는 12월 14일 <뉴스앤조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국토안보수사국(HSI)으로부터, 지난해 급습 당시 압수한 컴퓨터와 휴대전화에서 범죄 혐의 일부를 발견해 수사 중이라는 말을 직접 들었다"고 말했다.

B는 "수사관으로부터 구체적으로 마크 스피삭(Mark Spisak) 등 수사 선상에 이름을 올린 몇 명에 대한 이름도 직접 들었다"고 말했다. 스피삭은 현재 세계올리벳성회(World Olivet Assembly)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장재형 씨 측 최고 핵심 인사 중 한 명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범죄 혐의가 무엇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B에 따르면 올리벳대 인사들은 보안 메신저 '텔레그램'과 '시그널(signal)'을 통해 대화를 주고받았으며 일부는 가명을 사용했다.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메신저 시그널은 상대방에게 메시지가 전해지는 즉시 서버에서 데이터를 삭제해, 보안성 측면에서 텔레그램보다도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뉴스앤조이> 확인 결과, 장재형 씨와 연관된 국내 유관 단체의 언론인·기업인·목사들도 상당수 시그널에 가입한 상태다.

장재형 씨 집단에서 탈퇴한 이들은 장 씨가 사소한 것 하나까지 모두 직접 지시하는 스타일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 때문에 올리벳대의 유학생 모집을 가장한 노동 착취, 비자 사기 의혹의 최정점에는 장 씨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뉴스앤조이>는 각종 의혹에 대한 올리벳대의 입장을 듣기 위해 12월 15일 이메일로 질의했으나, 답장은 돌아오지 않았다. 한편 올리벳대는 <더프레스엔터프라이즈>가 보도한 싱과 심스의 주장에 대해서는 해당 매체에 "터무니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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