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할 수 없는 약속 - 세월호, 그 곁에 남은 그리스도인들의 이야기> / 4·16생명안전공원예배팀 엮음 / 새물결플러스 펴냄 / 454쪽 / 2만 원
<포기할 수 없는 약속 - 세월호, 그 곁에 남은 그리스도인들의 이야기> / 4·16생명안전공원예배팀 엮음 / 새물결플러스 펴냄 / 454쪽 / 2만 원

[뉴스앤조이-박요셉 간사]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과 이 참사를 '몸'으로 기억하는 그리스도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유가족을 비롯해 목사·신학자·주부·강사·합창단원·활동가 등 사는 곳도 활동 영역도 다른 그리스도인 50명이 참여했다. 편지·시·기도·간증문·수필 등 여러 형태의 고백을 4·16생명안전공원예배팀이 엮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많은 유가족이 교회를 떠났다. 하나님에 대한 원망도 큰 이유였지만, 무엇보다 교회 안에서 벌어진 유가족을 향한 근거 없는 루머와 비난이 이들을 교회 밖으로 내몰았다. 이들은 2015년 초 따로 모여 예배하기 시작했고, 지금도 이 모임은 계속되고 있다. 이 책은 세월호 곁에 머물렀던 '4·16교회'가 내놓은 하나의 '신경'이다.

"2015년 고난주간, 동료 신학자 두 사람과 함께 광화문광장에서 노숙 철야 농성을 했다. 농성 장소가 유가족 텐트가 마련된 이순신 장군상 쪽이 아니라 세종대왕상 쪽이어서, 천막도 없이 침낭에 들어가 밤을 새웠다. 뼛속까지 파고드는 추위도 힘겨웠지만, 신호등 신호에 따른 차들의 주기적 소음과 진동 때문에 자다 깨기를 반복했다.
 

(중략) 해가 떴고, 출근하는 사람들이 우리 앞을 우르르 지나갔다. 그때 그가 물었는지 내가 물었는지 기억이 분명하지는 않은데, 아무튼 누군가가 '신학자들이 이 시간에 여기서 이러고 있는 게 비현실적이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그도 나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지만, 마음 깊은 데서 알고 있었다. 신학자가 있어야 하는 자리는 바로 여기라는 것을." [2장 '연대의 기록 - 아픔의 빈 들에서 교회의 탄생을 보았다'(정경일), 125쪽]

"나와 우리 가족은 세월호 참사 3주기 무렵 교회를 떠났다. 남편이 시무장로였기에 많은 고민과 망설임이 있었다. 그냥 교회가 아니었다. 학생부 때부터 36년간 모든 것을 교회 중심으로 살았던 우리에게 그곳은 젊음과 추억과 땀과 기쁨과 슬픔이 고스란히 배인 삶 자체였다.

 

(중략) 전에는 내 신앙이 온통 하나님께만 집중되어 있었다면 지금은 하나님보다 하나님이 바라보시는 사람에게 집중된 것 같다. 믿음, 거룩, 영광이라는 단어보다도 하나님의 정의와 공의, 공평, 복음의 공공성이라는 말에 더 마음이 간다." [3장 '세월호 이후의 나 – Reborn, 다시 태어난 신앙'(조미선), 232~233쪽]

"2018년, 안산 화랑유원지에 있던 정부 합동 분향소가 없어지면서 예배실도 사라졌다. 막막했던 순간에 4·16 생명 안전 공원 부지에서 예배드리자는 제안들이 모였을 때 투쟁 현장이 아닌 고요한 풀숲에서의 예배가 힘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5월 첫 예배를 드리면서 부모들은 울컥했다. 사방에서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멀리 단원고 건물도 아프게 눈에 들어왔다.
 

(중략) 거리 예배는 현장이 주는 생생함이 있었고 예배의 참여자 모두가 함께 호흡하며 드리는 예배였다. 많은 변수조차 예배의 일부가 되었다. 광화문광장에서, 청계광장에서, 대한문 앞에서, 신학교에서, 안산 화랑유원지 등에서 드린 예배는 자식을 잃고 나서 교회를 떠나고 하나님을 떠나고 때로는 이 세상도 떠나려 했던 가족들을 붙들어 주었다. 그 예배가 우리를 살렸다." [5장 '끝나지 않은 길: 가족 이야기 – 결국 너와 나는 하나가 될 거야'(박은희), 416~4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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