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감정들이 격해져 가지고. 동수도 안 한다고 뛰쳐나갔지, 예진이도 너무너무 속상해했지, 영만이 안 나오지…." (수인 엄마 김명임)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때아닌 갈등이 폭발한 모습이 영상으로 흘러나오자 관객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세월호 엄마들끼리 감정 싸움을 하게 된 원인은 다른 게 아니라 '왜 어떤 엄마만 비중이 큰 배역을 맡느냐'였다. 정말 저런 걸로 질투하는 건가 싶을 정도로 엉뚱한 전개였다. 사춘기 소녀 같은 모습에 귀여움(?)마저 느껴졌다. 하지만 극단은 그야말로 중대 위기를 맞이하는데….

4월 5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장기 자랑'은 세월호 엄마 7명으로 구성된 '416가족극단 노란리본'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장기 자랑'은 노란리본 극단이 무대에 올린 연극 중 하나이기도 하다. 영화는 연극 장기 자랑을 중심으로 세월호 엄마들의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영화를 만든 이소현 감독은 극단을 4년간 따라다니며 촬영했다고 한다. 개봉을 앞두고 3월 25일 언론 시사회가 서울 용산CGV에서 열렸다. 

다큐멘터리영화 '장기 자랑' 시사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이소현 감독, 수인 엄마 김명임 씨, 예진 엄마 박유신 씨, 동수 엄마 김도현 씨, 윤민 엄마 박혜영 씨, 순범 엄마 최지영 씨, 영만 엄마 이미경 씨, 애진 엄마 김순덕 씨, 김태현 감독. 뉴스앤조이 구권효
다큐멘터리영화 '장기 자랑' 시사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이소현 감독, 수인 엄마 김명임 씨, 예진 엄마 박유신 씨, 동수 엄마 김도현 씨, 윤민 엄마 박혜영 씨, 순범 엄마 최지영 씨, 영만 엄마 이미경 씨, 애진 엄마 김순덕 씨, 김태현 감독. 뉴스앤조이 구권효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은 2015년 9월 만들어졌다. 참사를 겪은 지 1년 반, 때는 참사의 진실 규명을 정부·여당이 적극적으로 방해하던 때였다. 격한 투쟁이 이어지던 무렵 엄마들이 연극을 한다는 것은 일면 사치로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또한 세월호를 알리고 시민들과 만나는 하나의 통로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엄마들은 연극을 해 보기로 했다. 

엄마들을 만나 연극을 해 보자고 설득한 극단 노란리본의 연출가 김태현 감독은 시사회에서 "제가 당시 했던 연극이 주로 코미디였다. 연극이 갖고 있는 힘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이분들이 합법적으로(?) 웃을 수 있는 기회를 연극을 통해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7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 극단 노란리본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200회가 넘는 공연을 했다. 그간 작품 총 4개를 무대에 올렸지만, 연극 '장기 자랑'은 엄마들에게 좀 더 각별하다.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는 고등학생들이 장기 자랑을 준비한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엄마 7명 모두 자녀가 다녔던 단원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연기한다. 

"그리고 이 연극의 가장 좋은 점, 우리 아이들은 제주도에 도착을 못 했지만, 이 장기 자랑 안에서는 모든 아이들이 다 같이 제주도에 도착을 하게 됩니다." (애진 엄마 김순덕)

영화가 끝나고 엄마들이 연극 '장기 자랑'을 10분 정도 직접 보여 줬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영화가 끝나고 엄마들이 연극 '장기 자랑'을 10분 정도 직접 보여 줬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다큐멘터리에는 연극 장기 자랑을 준비하고 공연을 해 나가면서 겪은 우여곡절이 담겨 있다. 엄마들의 배역을 정하는 것에서부터 갈등이 시작됐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세월호 엄마들도 모두 성격이 다르다. 주인공을 맡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고, 주인공이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사람도 있다. "그 언니 이제 안 본다"며 갈등의 당사자가 된 사람도, 그들을 옆에서 지켜보며 힘들어 하는 사람도, 그저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사람도 있다.

한국 사회에서 자녀가 있는 여성은 '○○의 엄마'로 정체화하게 된다. 특히 세월호 참사를 겪은 엄마들은 이제 '희생자 ○○의 엄마'로 살 수밖에 없게 됐다. 이제는 스스로도 자신을 그렇게 소개하는 게 익숙하다. 하지만 다큐를 보다 보면, 세월호 엄마들이라도 '참사의 피해자'라는 하나의 성격으로만 규정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엄마들에게 다양한 감정과 욕망이 있다는 사실을 흥미진진하게 보여 준다. 

"물론 다른 사람들이 손가락질할 수도 있겠지. '엄마가 애 보내고 나서 뭐가 저렇게 좋아 가지고 저렇게 하면서 살 수 있지?'라고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그냥 나는 더 멋지게 살고 싶을 때도 있어요." (영만 엄마 이미경)

그래서 이 다큐는 세월호 엄마들을 '평범한 이웃'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간 세월호를 다룬 다큐는 여러 개 나왔지만 대체로 어둡고 무거웠다. 사안의 엄중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장기 자랑은 결이 조금 다르다. 한 엄마의 말처럼 "보통 다큐는 끝이 무겁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장기 자랑은 누군가의 손을 잡고 다시 볼 수 있을 것 같은 영화다". 

세월호 참사 9주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극단 노란리본을 소개하는 일 자체도 의미가 있지만, 엄마들의 가장 큰 목적은 역시 세월호를 알리는 일이다. 엄마들은 이 다큐를 통해 사람들이 세월호를 다시 한번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고 거듭 말했다. 다큐멘터리 장기 자랑은 4월 5일 극장에서 개봉한다. 상영 관련 소식은 '영화사 진진' 소셜미디어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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