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피나 봐요
이 겨울도 끝이 나요
보고 싶다
보고 싶다
조금만 기다리면
며칠 밤만 더 새우면
만나러 갈게
데리러 갈게"

[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안산 화랑유원지 내 생명 안전 공원 부지에 가수 BTS의 '봄날'이 합창으로 울려 퍼졌다.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들로 이뤄진 4·16합창단의 노래였다. 노래를 부르던 가족들은 끝내 참고 있던 눈물을 터뜨렸다. 이들을 바라보던 참석자들도 함께 울었다. 노래가 끝난 후에도 한동안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이어졌다.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들로 이뤄진 4·16합창단. 뉴스앤조이 나수진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들로 이뤄진 4·16합창단. 뉴스앤조이 나수진

세월호 참사 9주기를 맞은 4월 16일, 생명 안전 공원 부지에서 기억 예배가 열렸다. 2019년 건립이 확정된 생명 안전 공원 부지에는 여전히 마른풀이 뒤엉켜 있었다. 그 앞에 펼쳐진 단상에는 세월호 참사 이후 꽃꽂이를 배운 지성 엄마 안명미 씨가 손수 만든 색색의 꽃이 놓였다. 유가족과 참석자들은 노란 리본 모양으로 배치된 의자에 빼곡히 모여 앉았다. 일부 참석자들은 자리가 모자라 뒤편에 서서 예배에 참석했다. 4·16생명안전공원예배팀이 준비한 이날 예배에는 유가족·그리스도인 300여 명이 참석했다.

증언을 맡은 안명미 씨는 두 손을 모은 채 말문을 열었다. 그는 "세월호 가족들은 아이들의 진실을 밝혀 주겠다고 마음먹고 9년 동안 노력해 왔다. 안 해 본 것 없이 다 해 봤다. 그런데 이뤄진 건 없고 시간만 흐른 것 같아서 너무 속상하다"고 말했다.

안 씨는 생명 안전 공원이 하루빨리 건립될 수 있도록 관심을 모아 달라고 했다. 그는 "우리 아이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서 한곳으로 모아야 하는데, 그 일을 이루기가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 국제 설계 공모를 해서 당선작이 나왔고, 설명회까지 마쳤는데도 (정부는) 작년부터 이제나저제나 자꾸만 미룬다"면서 "세월호 가족들은 생명 안전 공원을 통해 생명이 얼마나 존귀한지 알려지기를 원한다. 이 모든 것이 이뤄지려면 우리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가족들이 지속적으로 이야기해 온 안전한 사회를 위해 손을 맞잡고 끝까지 함께해 달라"고 말했다.

지성 엄마 안명미 씨(사진 위)는 생명 안전 공원 건립을 위해 관심을 가져 달라고 했다. 김경호 목사(사진 아래)는 마침내 숨겨진 진실이 드러나고, 평화롭고 안전한 세상이 찾아올 것이라고 설교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지성 엄마 안명미 씨(사진 위)는 생명 안전 공원 건립을 위해 관심을 가져 달라고 했다. 김경호 목사(사진 아래)는 마침내 숨겨진 진실이 드러나고, 평화롭고 안전한 세상이 찾아올 것이라고 설교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설교는 김경호 목사(강남향린교회)가 맡았다. 그는 고린도전서 15장이 억울하게 죽임당한 이들의 부활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했다. 마침내 숨겨진 진실은 드러나고, 평화롭고 안전한 세상이 도래할 것이라고 했다. 김 목사는 "다시는 억울한 사고가 없는 안전한 나라,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에 대한 꿈은 잠자고 있다. 이 꿈은 비록 무덤 속에 있지만 죽은 것이 아니다. 지금은 기다리는 시간일 뿐이다. 무덤과 같은 세상 속에 우리의 인내심도 고갈되고 영원히 진실은 땅에 묻혀 버릴 것 같지만, 언젠가 이 역사의 나팔 소리가 울려 날 때를 기다리고 있다. 그때 우리들은 모두 함께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이름을 부르며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10·29 이태원 참사 등 또 다른 사회적 참사 희생자들도 언급했다. 성찬 시간, 참석자들은 전병과 포도주를 나눈 뒤 희생자들의 이름이 적힌 노란 팻말을 하나씩 받아 들었다. 단원고 학생 250명과 선생님 11명 등 별이 된 304명의 이름이 참석자들의 무릎 위에 안겼다. 이들은 각자 팻말에 적힌 희생자들을 호명하며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와 온 사회적 참사의 희생자들을 잊지 않고, 가난하고 연약한 이웃의 곁이 되어 하나님나라를 이루는 삶을 살겠다"고 한목소리로 기도했다. 이들은 세월호를 기억하고 함께하겠다고 다짐하는 노래 '약속해'를 부르고, 함께 축도문을 읽으며 예배를 마쳤다.

"정의롭고 자비로우신 주님, 그 봄날 '세월호 참사'를 겪은 청소년이 자라 그 가을날 '이태원 참사'를 겪는 청년이 되었습니다. 바다에서도, 땅에서도, 그 어디서도 우리는 안전하지 못합니다. 국가가 국민을 버리는 세상에서 우리는 서로의 슬픔을 나눕니다. (중략) 우리와 동행하시는 그리스도의 은혜와, 함께 아파하시는 하나님의 사랑과, 위로하시며 힘 주시는 성령의 사귐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과, 이 땅의 고통받는 모든 이웃과 그들의 곁이 되고자 하는 우리 모두에게 지금 여기에서 함께하시길 빕니다."

참석자들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이름이 적힌 팻말을 들고 끝까지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사진 제공 4·16생명안전공원예배팀
참석자들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이름이 적힌 팻말을 들고 끝까지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사진 제공 4·16생명안전공원예배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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