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조사는 끝났지만 우리는 어떠한 답변도 듣지 못했다. 진상 규명과 제대로 된 책임자 처벌을 위해 국회와 정부의 기한 없는 조사가 필요하다. 진실이 명백하게 드러나고 철저한 처벌이 이루어져야 다시는 이와 같은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수 있다. 우리의 질문은 그대로 남아 있고, 우리의 요구는 여전히 유효하며, 따라서 우리의 싸움은 이제 다시 시작이다."

[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2월 5일이면 10·29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100일이 된다. 참사 100일을 앞두고 '10·29이태원참사를기억하고행동하는그리스도인모임(그리스도인모임)'이 출범했다. 교계 단체 33개와 교회 11개로 이뤄진 그리스도인모임은 1월 30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유가족들과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했다.

이태원 참사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와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 수사가 모두 종료됐지만, 원인과 책임 소재는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유가족들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비롯한 책임자를 처벌하지 않은 조사·수사 결과에 대해 비판하며 △독립적인 기구를 통한 조사 △특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가한 희생자 이지한 씨의 어머니 조미은 씨는 "며칠 전 유가족들은 9쪽짜리 특수본 수사 결과지를 받았다. 성역 없는 수사를 약속했지만, (참사 책임자인)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오세훈 서울시장을 소환하지 않은 어처구니없는 결과지"라고 했다. 그는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을 향해 "지금부터라도 10월 29일 그날의 진실을 온 정성을 다해 성역 없이 수사하도록 다시 지시하고, 특별법을 만들어 독립된 조사 기구를 설치하고, 특검도 실시하도록 지시하라"고 말했다. 

10·29이태원참사를기억하고행동하는그리스도인모임이 1월 30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10·29이태원참사를기억하고행동하는그리스도인모임이 1월 30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그리스도인모임은 이태원 참사를 기억하고, 유가족들의 요구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조직됐다. 10·29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 위원을 맡고 있는 박영락 목사는 기자회견에서 "100일이 지난 시점에 이 모임을 새롭게 출범하는 이유는 여전히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았고, 여전히 아무것도 치유되지 않았으며, 여전히 대한민국 사회는 위태롭고 위험천만하기 때문이다. 이 모임의 출범은 곧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하는 그리스도인들의 굳은 다짐이자 약속이고 결단"이라고 말했다. 

교회개혁실천연대 김종미 공동대표는 그동안 그리스도인이 유가족과 함께하지 못하고, 2차 가해를 저지른 것에 대해 대신 사과한다고 했다. 그는 "그리스도인들이 이 일에 함께 분노하고 목소리를 내 달라고 호소하던 희생자 박가영 님의 엄마 최선미 집사님의 말에 대해, 같은 그리스도인으로서 손잡고 더 위로하지 못해 너무 죄송하다. 하나님의 뜻을 운운하며 '그만 울라', '그만 슬퍼하라', '귀신 축제에 갔다'고 정죄한 일부 신앙인을 대신해서 깊이 사과드린다. 오늘 발족하는 이 모임을 통해 이태원 참사를 기억하고 책임자 처벌과 명확한 진상 규명이 이뤄지는 날까지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는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허재용 씨의 누나 허경주 스텔라데이지호대책위원회 부대표도 함께했다. 허 부대표는 "똑같은 일을 겪은 사람으로서 미안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피해를 입은 가족들이 또 다른 피해를 입은 가족들에게 미안하다고 하는 게 정상인가 싶지만, 스텔라데이지호 유가족이 5년째 싸웠음에도 변화가 없었고 똑같은 아픔을 겪는 국민들이 생겼다는 게 미안하다. 100일, 200일, 300일, 1년이 되더라도 쉽게 해결되지 않을 수 있지만, 그렇게 시간이 장기화하지 않도록 함께 끝까지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소속 목회자들도 참사 100일을 앞두고 이태원역 참사 현장과 합동 분향소를 찾았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소속 목회자들도 참사 100일을 앞두고 이태원역 참사 현장과 합동 분향소를 찾았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이날 오후에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 소속 목회자들이 찾아와 유가족들을 위로하기도 했다. 교회협 강연홍 회장과 이홍정 총무, 기독교한국루터회 김은섭 총회장, 한국기독교장로회 김창주 총무 등은 참사가 벌어진 이태원역 해밀턴 호텔 옆 골목을 둘러보며 "지금까지도 진실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어느 누구도 나서서 책임지지 않는 상황이다. 하나님께서 기억해 주시고 고난 가운데 유가족과 함께해 주셔서 위로함을 달라. 이 사건을 조롱하는 이웃들의 마음을 움직여 주셔서 유가족들의 아픔을 함께 아파하도록, 이 땅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 달라"고 기도했다. 

이어 이들은 합동 분향소로 이동해 조문한 뒤 유가족들과 면담했다. 10·29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이정민 부대표(고 이주영 씨 아버지)와 김상민 씨(고 김연희 씨 아버지) 등 유족들은 한국교회가 외롭고 지친 유가족들의 버팀목이 되어 주고, 참사 진상이 밝혀지도록 관심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김상민 씨는 "특수본 수사도 하고 국정조사도 다 했는데 더 이상 밝힐 게 뭐가 있겠느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시민들이 모르는 부분이 너무나 많다. 사고 발생 직후 몇몇 아이는 맥박이 있었지만 차가운 길바닥에 50분 넘게 방치됐다. 충분히 살릴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못했다. 정부가 유족들이 가지는 의문점을 샅샅이 설명해 준다면, 유족들이 여기에 있을 이유가 없고 다 일상으로 돌아가면 된다. 그런데 정부는 그걸 해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교회협 소속 목회자들과의 면담에서, 참사 진상이 아직 다 밝혀지지 않았다며 한국교회가 진상 규명에 함께 목소리 내 달라고 했다. 목회자들은 유족들의 요구가 관철될 수 있도록 정부를 향해 목소리 내겠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유족들은 교회협 소속 목회자들과의 면담에서, 참사 진상이 아직 다 밝혀지지 않았다며 한국교회가 진상 규명에 함께 목소리 내 달라고 했다. 목회자들은 유족들의 요구가 관철될 수 있도록 정부를 향해 목소리 내겠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목회자들은 참사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묻고, 시민의 생명·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유가족과 연대하겠다고 말했다. 이홍정 총무는 "이태원 참사는 시민들의 일상과 여가 생활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보장해야 할 국가가 부재한 상황 속에서 일어난 참사였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가 촛불 시민 혁명으로 이어진 것처럼, 이태원 참사가 시민의 힘을 불러 모으는 동력이 되는 것을 꺼리는 정부는 지금과 같이 미온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00일이면 모든 현실이 잘 드러나는 시점이고, 우리가 함께 풀어야 할 공동의 과제가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는 시점이다. 일차적으로 교회협에서 성명을 발표해 회원 기관들에게 발송하고, 연대 조직 활동을 통해 유족들의 요구가 관철될 수 있도록 힘이 되겠다"고 말했다. 강연홍 회장도 "늘 가까이 동행하면서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끝까지 함께하겠다. 함께 길을 걷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10·29이태원참사를기억하고행동하는그리스도인모임 입장문 전문.  

10·29이태원참사를기억하고행동하는그리스도인모임 입장문

10·29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100일 가까이 지났지만, 참사의 원인에 대한 규명,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방안 마련 등 무엇 하나 제대로 이루어진 것이 없다.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 조사와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정조사'는 그 명칭이 민망할 지경이다.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2022년 11월 24일 첫 회의를 시작한 이후 한 달이 지나서야 첫 현장 조사를 나갔다. 총 55일간의 활동 기간 중 실제 활동한 시간은 28일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여야는 참사를 정쟁의 도구로 전락시키며 유가족과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묵살하였다.

부실한 국정조사에 대한 비판에 직면하여 2023년 1월 5일 여야는 가까스로 10일이라는 시간을 연장하기로 합의하였으나, 진상을 밝히고 책임자의 잘못을 명명백백 따지며, 앞으로 이와 같은 참사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막는 제도적 방안을 모색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시간이었다. 결국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어떠한 성과도 내지 못한 채 마무리되고 말았다.

유가족들과 피해자들은 왜 참사 당일 압사 사고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 경찰을 배치하지 않았는지, 당일 신고가 접수되었는데도 경찰은 왜 출동하지 않았는지, 이와 같은 잘못된 판단과 공권력 집행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앞으로 다중 밀집 현상이 다시 발생할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계속해서 물어 왔다. 그러나 이에 대한 명확한 답변은 아직까지도 나오지 않고 있다. 일어났던 일에 대한 질문에 답변을 내놓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진실을 숨기고 왜곡하려는 의도를 의심하지 않고서는 현재의 이 답답한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재난 안전 관리의 총책임자인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은 국정조사에서 당시 현장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진술했지만, 참사 보고를 받은 뒤 85분 동안 단 한 통의 전화를 걸었을 뿐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유족 명단이 없다는 거짓말로 유족들이 모여 서로의 아픔을 보듬고 위로할 기회를 박탈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참사 당일에는 어떠한 안전 관리 계획도 세우지 않고 재난안전상황실도 운영하지 않았으면서, 자신을 비롯한 용산구청의 부적절한 대응을 은폐하기 위해서는 기록을 조작하고 증거를 인멸하는 데 적극적이었다. 윤희근 경찰청장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의 책임 방기도 참사의 중대한 원인이다. 그러나 이들 중 어느 누구도 국정조사에서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고 진심 어린 사과를 하지 않았다.

국정조사는 끝났지만 우리는 어떠한 답변도 듣지 못했다. 진상 규명과 제대로 된 책임자 처벌을 위해 국회와 정부의 기한 없는 조사가 필요하다. 진실이 명백하게 드러나고 철저한 처벌이 이루어져야만 다시는 이와 같은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수 있다. 우리의 질문은 그대로 남아 있고 우리의 요구는 여전히 유효하며, 따라서 우리의 싸움은 이제 다시 시작이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국회는 철저한 진상 규명에 나서라. 참사 당일 경찰 인력이 왜 배치되지 않았는지, 빗발치는 신고에도 불구하고 구조 인력의 출동은 왜 늦어졌는지, 희생자들의 마지막 행적은 어떠했으며 어떠한 이유로 뿔뿔이 흩어져야만 했는지, 유가족들의 만남을 막으려 한 자는 누구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한 진실을 분명하게 밝혀라. 이를 위해 모든 구조와 제도를 동원해야 할 것이다.

하나, 정부는 책임자를 처벌하라. 꼬리 자르기식 수사는 용납될 수 없다. 참사 당일 현장에서, 이후 속속 드러나는 정부 고위층의 대응에서, 그리고 국정조사 청문회와 공청회를 통해 우리는 누가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 알아가고 있다. 우리 모두가 이 참사의 목격자인 만큼 이제는 우리 모두가 감시자가 되어 책임자가 제대로 처벌받을 때까지 폭로와 비판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하나, 정부는 유가족과 생존자, 이태원 주민과 상인, 목격자와 긴급 구호 인력 등 심각한 트라우마에 고통 받는 모든 이들에 대한 정서적, 심리적 지원을 제공하라. 또한, 이들에 대한 2차 가해를 당장 중단시켜라. 극도의 절망감에 아파하는 유가족들을 조롱하고 모욕하는 것은 명백한 2차 가해이며 반인륜적 범죄이다. 정치인을 포함한 2차 가해자들에게 책임을 묻고 추가적인 혐오 발언 및 행동을 막기 위한 실질적 방안을 마련하라.   

하나, 정부는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지키는 사회 체계 마련에 적극 나서라. 살릴 수 있었던 생명들을 더 이상 잃을 수 없다. 참사의 순간마다 국가와 안전 시스템의 부재를 한탄하고 있을 수만도 없다. 재난이 반복된다면 그것은 결국 무능과 무심함을 방증할 뿐이다. 정부는 반복되는 사회적 참사를 뼈아프게 성찰하고 안전 사회 구축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하나님의 위로가 희생자를 비롯한 모든 이에게 깃들기를, 그와 함께 하나님의 정의가 불의한 자들을 끝내 심판하기를 마음 다해 기도한다. 우리 '10·29 이태원 참사를 기억하고 행동하는 그리스도인 모임'은 유가족협의회와 생존자, 이태원 주민 및 상인들과 함께, 슬퍼하고 분노하며 기도하고 실천하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2023년 1월 30일

10·29이태원참사를기억하고행동하는그리스도인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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