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이태원 참사로 딸을 잃은 최선미 집사가 독립적인 조사를 통한 진상 규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한국교회가 나서 달라고 호소했다. 최 집사는 1월 26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위험 사회에서 안전 사회로' 포럼에 참석해, '딸이 왜 살아 돌아오지 못했는지, 왜 그런 모습으로 왔는지, 언제 어디서 그렇게 됐는지' 알지 못한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참사 이후) 88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부와 경찰, 소방은 단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 경찰서로, 소방서로, 용산구청으로 다니며 아무리 물어봐도 '여기는 잘 모르니 다른 곳으로 가서 물어보라'고 한다. 정말로 답답하고 환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교회가) 유가족과 함께 울어 달라. 함께 우는 방법은 유가족들에게 용기를 주는 것이다. 모든 일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서명운동에 동참하고, 독립적인 조사 기구 설치를 위한 특별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장기적으로는 추모 공간이 설치될 수 있도록 기도해 주고 함께 목소리를 내 달라"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주변 지인과 내 아이의 이야기나 예쁘게 찍은 사진, 아이를 가졌을 때, 낳았을 때, 키우면서 말썽 부리던 이야기, 행복했던 때를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아이를 과거형으로 이야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내 아이를 과거형으로 이야기한다는 것은 절망이고, 죽기보다 더 싫은 일입니다. 그러나 유가족들이 모이면 서로의 아이들을 현재 진행형으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여러분은 없다고 생각하는 우리 아이들을 우리가 키우는 방법입니다. 유가족들이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 버틸 수 있도록 (한국교회가) 지지하고 응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구석진 곳에서 기도만 하지 말고, 모든 것 하나님이 다 하시라고 하지 말고, 일하시는 그 하나님의 도구가 되어 주십시오."

목회자들에게는 분향소를 찾아와 유가족과 예배해 달라고 했다. 최선미 집사는 "참사 80일 만에 교회 목사님이 올라오셔서 처음으로 분향소에서 예배를 드렸다. 목사님은 너무 늦게 와서 미안하다고 하시는데, 가장 빨리 오셨던 것이다. 물론 분향소를 돌봐 주시는 목사님도, 조문 오시는 목사님도 계시지만, 목사님들과 교회 단체들은 조문만 하지 한 번도 예배를 드리지 않는다. 목회자들이 이런 낮은 곳에서 예배드리고 위로하고 손잡아 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 최선미 집사는 △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서명운동 △독립 조사 기구 설치를 위한 특별법 제정 △추모 공간 설치에 함께해 달라고 당부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이태원 참사 유가족 최선미 집사는 △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서명운동 △독립 조사 기구 설치를 위한 특별법 제정 △추모 공간 설치에 함께해 달라고 당부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이순창 총회장) 사회봉사부·사회선교회가 주관한 이날 포럼에는 세월호 유가족 박은희 전도사(단원고등학교 2학년 3반 유예은 양 엄마)도 참석해, 대형 참사 이후 유가족들이 겪은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 후 가족들을 가장 힘들게 한 것은 제도의 시스템이 멈췄다는 것이다. 현장도, 현장의 윗선도, 그 윗선도, 심지어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까지도 사라져 버렸다는 것이다. 그들은 조직에 숨어서 자신을 보호하기에 급급했다. 자기는 그저 조직의 한 부분이라고, 나와는 상관없다고 빌라도처럼 변명했다. '보고받지 못했다', '명령받지 못했다', 이 두 가지면 면죄가 된다"고 말했다.

박 전도사는 참사 책임자들을 제대로 처벌하지 않는다면 사회적 참사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계속 이런 식의 면죄부를 준다면 앞으로도 이런 유형의 사회적 참사는 반복될 것이다. 그 때문에 제대로 된 책임 추궁이 필요하다. 유가족들이 책임자 처벌에 힘을 쏟는 이유도 그래서다. 책임의 무게를 알게 해야 수천만 명의 목숨을 보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