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 총회도 동성애를 찬반양론으로 갈라놓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기장 총회도 동성애를 찬반양론으로 갈라놓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이번 주요 장로교단 총회에서는 '반동성애' 관련 헌의안이 예전보다 많지 않았다. 보수 교단들은 이미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거듭 천명했고, 관련한 법 정비도 모두 마친 상태다. 할 수 있는 만큼 한 것인지 최근 몇 년간 교단들을 휩쓸던 반동성애 광풍은 조금 잠잠해진 듯하다.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강연홍 총회장)에는 이제 그 광풍이 들이닥치는 것 같다. 기장 목포노회·경남노회는 이번 107회 총회에, '동성애·동성혼이 본 교단 신앙고백서에 부합하는가'라는 질의를 올렸다. 중립적인 질문 같지만, 본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은 결국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교단 차원에서 천명해 달라'는 것이었다.

기장이 1972년 만든 '신앙고백서'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제3장 인간과 죄

2. 남녀 사람은 구체적으로 남자와 여자로 창조되었다. 그리고 일남 일녀를 결합시켜 공동체를 이루어 생을 즐겁고 풍부하게 하신 것은 하나님의 선하신 창조의 축복이다(창 1:27~31, 2:24~25). 인간이 이성의 상대자와 사랑의 사귐을 위하여 가지는 성은 생의 의미와 창조의 기적을 발휘하는 귀중한 특성이다. 그러므로 성을 오용하거나 남용하여 불행을 초래하지 말고 그리스도 신앙으로 그 질서를 지켜야 한다."

기장 총회 법제부(나신환 부장)는 이 헌의안을 심의한 후, 총회 셋째 날인 9월 22일 "좀 더 기도하고 연구하기로 하다"라고 보고했다. 법제부가 사실상 유보의 입장을 취하자, 일부 총대가 반발하기 시작했다. 한 총대는 "교단이 동성애에 대한 입장을 정해 주지 않으니 교회 현장에서 혼란이 생긴다. 그래서 질의했는데 이렇게 결론 내는 것은 아니다. 이걸 가지고 교회에 돌아가면 총회에 대한 신뢰가 생기겠나"라고 발언했다. 다른 총대는 "우리가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 후폭풍이 우려된다"며 동성애 반대를 명확하게 천명해 줄 것을 요구했다.

법제부장 나신환 목사는 전날 법제부 심의 때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나 목사는 "어느 쪽으로 답하든 그 이후 우리 교단에 미칠 파장이 너무 크다는 고심이 있었다. 동성애에 대한 한국교회의 입장은 분명하다. 모두가 돌을 들고 동성애자를 치려고 하는 입장이다. 우리 기장까지 거기에 돌을 들고 서는 것이 과연 맞나 하는 고민이 있었다. 그래서 좀 더 연구하고 기도하기로 하자고 한 것이다. 예수님도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않겠다'라고 하셨으니, 그 입장에 머물면 어떻겠느냐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희헌 목사(서울노회)는 "김재준 목사님께서 위원장으로 수년 동안 연구하셔서 냈던 우리 교단의 50년 전 신앙고백서가 이런 동성애 프레임으로 재해석되다니 그 상상력이 놀랍다. 50년 전에는 동성애 이슈 자체가 없었다. 신앙고백서 3장 2절은 동성애 반대 규정이 아니다. 이성애에 대한, 엄밀히 말하면 일부일처제에 대한 규정이다. 이것은 '일부다처제나 동성애는 죄'라고 해석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우리 신앙고백서의 전체적인 메시지를 보면, 50년 전임에도 개방성과 포괄성, 진취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을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규정으로 해석하는 것이 말이 되나"라며 "우리 교단은 창립 때부터 에큐메니컬 정신을 표방했다. 세계 교회는 동성애 문제를 수십 년에 걸쳐서 논의하고 결국 수용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우리가 지금 여기서 이 문제를 섣부르게 판단하면, 앞으로 어떻게 에큐메니컬 운동을 해 나갈 것인가"라고 말했다.

기장 107회 총회장 강연홍 목사. 뉴스앤조이 구권효
기장 107회 총회장 강연홍 목사. 뉴스앤조이 구권효

동성애에 대한 논쟁은 뜨거웠다. 여기저기서 발언을 신청하자, 사회를 보던 총회장 강연홍 목사는 분위기 과열을 방지하려 발언을 제지시키기 바빴다. 논의가 점심 식사 시간까지 이르자, 일단 정회하고 오후 회무 시간에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오후 회무 시간에는 과열된 분위기가 조금 가라앉았어도 입장 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결국 한 총대가 "신앙고백서대로 하기로 하다"라고 결의하자고 제안했다. 모호하기는 마찬가지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이 개의안이 힘을 얻어 투표를 하게 됐다. 그 결과 262 대 136으로 이 안이 통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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