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 앞에 도열하거나 온갖 의전을 차리는 게 '부교역자'의 일일까. 영화 '신세계' 갈무리
담임목사 앞에 도열하거나 온갖 의전을 차리는 게 '부교역자'의 일일까. 영화 '신세계' 갈무리

"밟았어! 신발 밟았어!"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광진교회 교인들의 정성 어린 헌금으로 구입해 민경설 목사에게 봉헌된 국내 최고 대형 세단 제네시스 G90의 뒷바퀴가 운동화 앞코를 밟고 지나갔다. 기자는 민경설 목사와 그의 운전기사에게 다급하게 신발을 밟았다며 차를 멈추라고 했는데, 민 목사가 기자를 나무랐다.

"에이… 왜 반말을 하고 그래."

괜찮냐고 물어봐야 마땅한 와중에도 민경설 목사는 기자의 반말성 외침이 거슬렸던 모양이다. 그 말이 너무 황당해서 "목사님도 부목사님들한테 반말하시는데요"라고 되물었다. 설교 때나 회의 때나 교인에게나 부교역자에게나 언제 어디서나 반말을 일삼던 그는, 기자의 반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동안 광진교회를 거쳐 간 부교역자 10여 명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 목사는 교회에서 왕 같은 대접을 받았다. 그가 출타를 할 때면 부교역자와 직원들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도열해 배웅해야 했다. 그뿐 아니라 사실상 부교역자의 밥줄을 손에 쥐고 있으면서 서약서·사직서 작성을 강요했고,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을 때마다 폭언을 일삼았다. 민 목사의 비인격적 행동과 목회 방식에 아무도 문제를 제기할 수 없는 위계 구조였는데, 민 목사는 이를 당연하게 여겨 왔다. 그렇게 왕 대접을 받던 이가 30대 기자에게 따지듯 반문을 들었으니 민 목사 입장에서도 황당하긴 했을 것이다.

높은 자리에 앉아 온갖 대접과 특혜를 받는 건 비단 민 목사뿐만이 아니다. 기자가 취재를 하면서 직간접적으로 들은 사례만 해도 셀 수 없이 많다. 공용 엘리베이터 전용처럼 이용하기, 담임목사실에서 예배당까지 '하이패스'처럼 문 열어 주기, 강단에서 내려올 때 신발 갖다주기, 외투 입혀 주기, 생선 가시 발라 주기, 도착 30분 전 대기하고 있다가 에스코트하기, 설교 요약해서 제출하기, 경호원처럼 기자 질문 막으며 접근 차단하기…. 이렇게 극진한(?) 대접을 누릴 심산으로 담임목사 된 거냐고 진지하게 한번 묻고 싶다.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싶다가도, 이런 비인격적 행동을 일삼는 담임목사가 적지 않다는 사실에 연거푸 충격을 받는다. 광진교회를 취재하던 도중 제보가 들어왔던 목포사랑의교회 백동조 목사의 '부목사 가르마 공개 질책' 사건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이런 기사가 지나치게 지엽적이거나 공격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제보가 들어온다면 앞으로도 계속 보도할 생각이다. 담임목사 개인을 향한 비판을 넘어서, 목사가 '왕'처럼 군림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한국교회 시스템이 바뀔 때까지, 최소한 '이렇게 행동하면 공개 망신당하는구나, 누가 됐든 언행을 가려 가며 해야겠구나' 하고 인지할 때까지 말이다.

그런 차원에서 <뉴스앤조이>는 계속해서 제왕적 담임목사 제도하에서 고통받는 이들의 목소리를 들으려 한다. 아래 링크를 통해 '부교역자 인권 침해, 부당 해고' 제보를 받고 있다. 부교역자 중에 담임목사 수발을 들기 위해 신학 공부를 한 사람은 없다. 외침 없이는 변화도 없다. 용기 있는 부교역자들의 제보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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