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 개봉동에 위치한 광진교회 민경설 원로목사는 후임을 뽑지 않고 교회 정관을 개정해 최장 80세까지 시무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 이를 두고 일부 교인은 사실상 민 목사가 교회를 사유화하려 한다며 비판하고 있다. 광진교회를 거쳐 간 많은 부목사도 교인들 주장에 동의하며 우려를 표했다. 뿐만 아니라 이전 부목사들은 민 목사가 교회를 사기업처럼 운영하면서, 부교역자를 상대로 서약서를 쓰게 하고 사직서까지 강요했다고 폭로했다. <뉴스앤조이>는 광진교회에서 사역했던 부교역자 10명을 인터뷰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이번 기사에서는 민 목사에게 고용 피해를 입은 부목사들 사례를 살펴본다. - 기자 주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광진교회 부교역자들은 부임 첫 주가 되면 모든 교역자가 지켜보는 앞에서 '서약서'를 작성해 공개적으로 낭독한다. 총 7개 항목으로 구성된 서약서의 샘플은 아래와 같다.

서약서

본인은 본 교회의 직원으로서 다음과 같은 조건으로 충성할 것을 서약합니다.

1. 본인은 담임목사님의 목회 방침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며 교회 성장과 하나님나라 확장에 철저히 헌신하겠습니다.

2. 본인의 업무 외의 과실에 있어서는 본인이 책임을 지겠습니다.

3. 본인은 교회의 업무와 교회 내에서 발생되어지는 모든 제반 사항을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고 교회의 덕을 세우기 위하여 하나님 앞에서 일체의 신의를 지키겠습니다.

4. 본인은 본인의 언행과 업무 실수 및 교회의 실책 행위로 인하여 교회와 담임목사님의 목회에 피해가 발생되었을 때 책임을 지고 사임할 것이며 당회장의 권고사직에 동의하겠습니다.

5. 교회에서 임직 중에 제공하는 모든 시설은 임기 안에서만 사용이 가능합니다. (사택·전화 등)

6. 본 교회의 직원의 임기는 1년 단임으로 합니다. 이임은 본 교회에서 2개월 전에 통과하고 재계약은 별도로 진행함을 서약합니다.

7. 이 서약서는 작성 즉시 법적인 효력이 발생합니다.

XXXX년 XX월 XX일
서약자 ○○○

서약서의 핵심은 4항에 담긴 당회장의 '권고사직'이다. 부목사가 잘못을 저지르면 언제든지 민경설 목사가 '자를' 수 있게 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부목사들은 매년 스스로 '사직서'도 써야 했다. 전직 광진교회 부교역자들은 말이 자발적 작성이지 담임목사의 강요나 다름없었으며, 민 목사가 사직서를 빌미로 부목사들을 내쫓기 위해 쓰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무 이유도 없이 사직서를 제출하라고 하면 누구라도 쉽게 응하기 어려울 것이다. 광진교회 부목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사직서를 제출하지 못하겠다고 밝힌 목사들은 결국 집단 해고됐다. 2018년 12월, 서울·시화 예배당 부목사 6명이 일시에 교회를 떠난 것이다.

부목사들은 민경설 목사가 11월 말부터 최소 2주에서 최대 4주 기한을 주고 연말까지 부목사들을 순차적으로 내보냈다고 말했다. 1~2년 사역한 목사부터 10년 이상 사역한 목사까지 근무 기간과 상관없이 교회를 나갔다고 했다. 교인들은 부교역자들이 연말을 맞아 자연스럽게 사임한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당시 교회를 나온 부목사들은 "다 잘린 거다"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ㄱ 목사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그 당시에는 일괄 사직서를 매년 여름에 받았다. 목사들이 사직서를 내지 않겠다고, 낼 의향이 없다고 하니까 (민 목사에게) 욕도 먹고 그만두라는 압력을 계속 받았다"고 말했다.

부목사들이 일괄적으로 해고당할 만한 사유가 있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ㄱ 목사는 "내 기억으로 딱히 그런 사건은 없었다. 내 생각에는 (민 목사가) 은퇴하고도 계속 교회를 장악하는 데 우리가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한 것 같다. 우리가 그 정도로 힘이 있는 사람들이 아닌데도 말이다"고 했다. ㄱ 목사는 "(민 목사가) 몇 번이나 그만두게 하겠다고 말했지만 처음에는 '이 사람이 그냥 엄포 놓나 보다'라고 생각했다. 근데 실제로 다 자르더라"고 말했다.

ㄴ 목사도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부목사들이 (사직서를) 안 내겠다고 하니까, 욕하면서 강요하더라. 그만두라는 압력을 계속 받다가 결국 2018년 11월 말 해고를 통보받았다. 민 목사가 12월 말에 다 나가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가정이 있으니 사택도 옮겨야 하고 다른 목회지를 찾아야 하는데, 40~50대 목사들이 갑자기 어디를 갈 수 있겠나. 그만둘 생각은 없었는데, 나가라고 하니까 나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ㄷ 목사도 갑자기 쫓겨나듯 교회를 떠나야 했다고 말했다. "부목사들이 힘이 어디 있겠나. 담임목사가 나가라면 나가는 것이고, 맞서 싸울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오랜 기간 교회를 섬겨 왔는데 마무리가 깨끗하지 못해 서운하고 교인들에게 죄송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ㄹ 목사 역시 부당하게 교회에서 쫓겨났다고 말했다. 그는 "목사들이 갑자기 사직해야 할 만한 이유는 없었다. 강압적으로 (사직서를) 내라는데 어떻게 하겠는가. 본인(민 목사) 은퇴를 앞두고 교회를 새롭게 한다는데 그게 목사들 자르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나"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교인들에게 그만두는 사실은 알려야 하기 때문에 '담임목사에게 권고사직을 받아서 부목사로서 따를 수밖에 없다. 교인들께 죄송하다'고 문자를 보냈다. 섬기는 교구 교인들에게 그 정도는 당연히 알리고 인사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담임목사는 그것까지 문제 삼더라"라고 말했다.

민경설 목사는 매년 부교역자에게 사직서를 받았다. 사직서 작성을 안 하겠다고 버티면 폭언이 뒤따랐다. 광진교회 유튜브 채널 갈무리
민경설 목사는 매년 부교역자에게 사직서를 받았다. 사직서 작성을 안 하겠다고 버티면 폭언이 뒤따랐다. 광진교회 유튜브 채널 갈무리

사직서 작성을 거부하면 폭언이 이어지기도 했다. 2020년 12월, 민 목사는 모든 부교역자에게 사직서를 쓰라고 강요했다. A 목사는 사직서를 못 쓰겠다고 버텼다. 그는 3개월 전 교회 내에서 부당한 음해에 시달렸다며 사직서 작성이 해고를 위한 명분 쌓기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나갈 수는 없다"는 A 목사의 말에도, 민 목사는 사직서부터 쓰라고 재촉했다. <뉴스앤조이>는 당시 교역자 회의 녹음 파일을 입수했다.

민 목사: 이거부터 쓰란 말이야. 우선 쓰란 말이야 인마. 그 사건은 그 사건이고.

A 목사: 목사님 저 나갈 겁니다. 하지만 저 억울한 부분도 있지 않습니까 목사님.

민 목사: 그거 갖고 그러는 게 아니야. 오래됐기 때문에 그러는 거야. 서약서에 의해서.

A 목사: 아니 그 부분은 저도 이해를 하는데요.

민 목사: (사직서) 다 받았어. 너만 받는 게 아니라. 지금 무슨 얘기를 하는 거야. 왜 너만 나가. 다 받았는데 너는 지시에 안 따르고 있잖아. (중략) 왜 지시를 안 따르냐는 말이야. 웃기는 놈이네 이거. 너는 사표만 써.

A 목사: 제가 너무 억울해서 그렇습니다 목사님. 목사님께서 정의를 세워 주셔야 하지 않습니까.

민 목사: 정의를 세우고 안 세우고 그거는 내가 판단해서 할 일이고. (중략) 그러니까 일단은 사직서를 다 받는 거야. 사표 다 받잖아. 근데 왜 너만 안 내.

A 목사: 3개월 동안 꾹 참고 아무 이야기도 않고 그냥 지금까지…

민 목사: 그거하고 무슨 상관이 있어. 지금 연말이 돼서 내년에 내가 은퇴하고 그러니까 그거에 따라서 사직서를 받는 거잖아. 안 받고도 그냥 (해고)할 수 있어. 왜냐하면 서약서가 있기 때문에. (4조에) 권고사직에 따른다고 다 서약했잖아. 쓰고 얘기해 쓰고.

승강이 끝에 A 목사는 사직서를 썼지만, 더 이상 이렇게 다닐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한 달 만에 교회를 떠났다.

교구 교인 줄었다고 해고
새로 온 부목사도 '서약서' 낭독

부목사들이 부임하자마자 제출한 서약서와 미리 받아 놓은 사직서는 손쉬운 해고 명분으로 작용했다. 민 목사가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대며 교회를 나가라고 해도, 서약서와 사직서 때문에 부목사들은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 2022년 1월, 민 목사의 교회 사유화 의혹이 불거지면서 교인이 대거 이탈했다. 그러자 민 목사는 부목사들에게 화살을 돌렸다. 특히 이탈자가 제일 많았던 어느 교구의 B 목사를 지목했다. 교회를 떠난 150여 명 중 B 목사 교구의 교인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1월 초 교역자 회의 시간 민 목사는 이렇게 말했다.

"이러면 미안하지만 너희들 사표 전부 다 수리할 거다. B 목사, 너네 교구가 제일 엉망진창이다. 도대체 어떤 멘탈을 갖고 있는 거냐. (교구 교인들) 쫓아가서 만나고 사실이 아니라고 얘기해야지, 왜 (반대 교인들보다) 한 수 늦냐."

B 목사는 1월 마지막 주를 끝으로 교회에 나오지 말라는 해고 통보를 받았다. 민 목사는 B 목사에게 교구 출석률을 회복하지 못한 것과 12월 중순 B 목사가 코로나19에 걸린 것 등을 문제 삼았다. 그가 코로나에 걸려서 교회에 피해를 끼쳤다고도 했다.

민 목사는 B 목사에게 해임 이후에도 한 달 치 사례비는 주겠다고 말했지만, 그가 받은 것은 전별금 30만 원이 전부였다. 민경설 목사는 다음 주 곧바로 다른 부목사를 데려왔다. 새로 온 부목사 역시 첫 교역자 회의 때 '서약서'를 낭독하고 사역을 시작했다.

부교역자들은 '슈퍼 을'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른 교회로 옮기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울며 겨자 먹기로 사직서를 쓰고 버티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언제든 담임목사 맘에 들지 않으면 잘릴 거라는 스트레스를 안고 살았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부교역자들은 '슈퍼 을'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른 교회로 옮기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울며 겨자 먹기로 사직서를 쓰고 버티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언제든 담임목사 맘에 들지 않으면 잘릴 거라는 스트레스를 안고 살았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쫓겨나면 갈 데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사직서 작성"

광진교회를 거쳐 간 부교역자들은 임지가 마땅치 않은 한국교회 현실상 '슈퍼 을'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특히 광진교회가 다른 교회와 달리 갈 곳 없는 40~50대 목회자를 부교역자로 주로 채용하고 있기 때문에 민 목사가 부당한 지시를 해도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ㅁ 목사는 "광진교회 부교역자들을 보면 알겠지만 다들 나이가 많다. 개척하다가 잘 안 돼서 오신 분도 있다. 쉽게 말하면 갈 곳 없는 분들이 많다. 그 나이에 어디 나가기 쉽지 않다.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따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직서 강요와 관련해서는 "법적으로 문제 안 만들려고 하는 것이라지만, 정말 (목사로서는) 해서는 안 될 짓이다"고 말했다.

ㅂ 목사는 "예장통합 교회 분위기가 30대 중반에서 40대 초반 부목사를 주로 구한다. 나이가 조금이라도 많으면 갈 데가 없기도 하고, 요즘 같은 시기에는 담임목사 뽑는 자리도 없다. 그렇다 보니 광진교회 같은 곳이 한 줄기 희망처럼 보이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ㅂ 목사는 "솔직히 (사직서) 쓰라는 게 웃기지도 않는 일이지만, 우리가 '을'이고 분위기 자체가 공포스러운데 안 쓸 수 없지 않겠나. 이건 워낙 의례적인 일이 돼 버려서 교인들도 알 정도다. 교인들한테 '오늘 부목사들 사직서 썼다'고 하면 교인들도 '그래요?' 하고 만다. 그냥 관례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ㅅ 목사는 "사직서를 받아서 일괄처리하는 게 아니라서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 일단 받아 놓고 나중에 내보낼 사람은 내보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목사들이 연말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ㅇ 목사는 "민경설 목사가 '내가 너를 쫓아내도 너는 할 말이 없다. 네가 사직서 썼으니까'라고 한다. 악한 일이다. 법적으로는 할 말이 없을지 몰라도 도의적으로는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민경설 목사는 11일 광진교회 앞에서 기자를 만났으나, 사직서 작성 강요에 대해 "그걸 당신이 왜 알려고 하느냐"며 대답하지 않았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민경설 목사는 11일 광진교회 앞에서 기자를 만났으나, 사직서 작성 강요에 대해 "그걸 당신이 왜 알려고 하느냐"며 대답하지 않았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는 3월 11일 민경설 목사를 만나 왜 사직서 작성을 강요하느냐고 물었지만, 민 목사는 "그걸 당신이 왜 알려고 하느냐"며 대답을 피했다. "기자로서 묻는 것"이라고 하자, 그는 "좋은 거나 좀 물어봐라. 개척할 때 얼마나 힘들었는지나 물어보면 안 되나"라며 불쾌해했다.

사직서 작성을 강요하는 행위는 법적으로도 문제가 되는 사안이다. 법원은 사업주가 근로자들에게 일괄 사직서를 작성하게 한 사례와 관련해 민법 107조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해당한다고 보고 해고가 '무효'라는 판례를 여러 차례 내놨다(대법원 92다3670 등).

직장갑질119 오진호 집행위원장은 17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이런 사례의 경우 비진의 의사표시에 해당한다고도 볼 수 있어서 사직서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담임목사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서 위압감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 위원장은 "법원이 부목사를 노동자로 보지 않은 판례가 있기는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부목사에게 사직서 작성을 강요하는 것은 20세기에나 볼 법한 황당한 갑질이다. 교회든 기업이든 이런 악습은 근절돼야 한다"고 했다.(계속)

*기사 내용 추가: 4월 11일 14시 현재

<뉴스앤조이>는 B 목사가 광진교회로부터 퇴직 후 전별금 30만 원만 받았다고 보도했으나, 기사 발행 전인 3월 7일 2개월 치 본봉과 퇴직금을 수령한 것으로 확인돼 내용을 추가합니다.

<뉴스앤조이>는 광진교회 민경설 목사의 폭언·갑질 그리고 광진선교회 재단법인 설립, 부동산·재정 관련 제보를 받고 있습니다. 아울러 담임목사에게 부당한 대우와 갑질을 당한 타 교회 부교역자들의 제보도 기다립니다.

최승현 기자 / shchoi@newsnjo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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