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륜교회가 방송실을 외주화하면서 반대하는 직원 8명을 해고하거나 근무지를 지방으로 옮겨 논란이 됐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부당 해고 또는 부당 배치 전환에 해당한다며 이들을 원직 복직시키라고 판정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오륜교회가 방송실을 외주화하면서 반대하는 직원 8명을 해고하거나 근무지를 지방으로 옮겨 논란이 됐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부당 해고 또는 부당 배치 전환에 해당한다며 이들을 원직 복직시키라고 판정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지난해 7월, 오륜교회(김은호 목사) 이 아무개 사무국장은 방송실 전 직원을 한자리에 불러 모았다. 이 자리에는 당회원 장로 3명도 함께했다. "건강하고 행복한 교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인도해 달라"는 장로의 기도가 끝난 뒤, 또 다른 장로가 당회 결정 사항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오륜교회를 30년 동안 하나님께서 지켜 주셨고 여러분들 그동안 수고 많이 하셨다. 여러 조직 중에서 일단 방송실 조직을, 업무 능력 향상과 효율적 운영을 위해 외주로 하기로 결정했다."

이 아무개 사무국장은 "교회에서 크게 결정한 사항이니 잘 협조해서 따르고, 교회를 위해 더욱 쓰임받는 우리 직원들이 되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후 당회 결정 사항을 전했던 장로의 기도로 통보는 끝이 났다. 사실상 해고 통보에 걸린 시간은 고작 7분이었다. 기도 시간을 빼면 1분밖에 되지 않았다.

직원들은 갑작스럽고 일방적인 통보에 반발하며 이 사무국장에게 항의했다.

직원 A / 여러 생각들이 있을 수 있지만 교회가 일반 기업도 아니고 효율성 따지면서 아웃소싱 하는 사례가 있었나요, 정직원들 대상으로? 뉴스에 날 토픽감인데요.

사무국장 / 그럼 뉴스에 내시든지.

직원 A / 내시든지가 무슨 말씀이에요. 지금 물어보는 거잖아요. 기업에서 따지는 그런 효율성을 교회에서 지금 적용하겠다는 거잖아요.

사무국장 / 그렇지. 당회가 결정해서 하는 건데 교회에서 그런 걸 하냐고 지금 나한테 따지는 거야?

7월 당회 결정 후 8월부터 '외주화'
협의 없이 "외주 업체로 가라"
반대하는 직원은 지방 발령

오륜교회 당회는 비대면 예배의 중요성이 증가하자, 방송실 운영을 더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외부 업체에 컨설팅을 맡기기로 했다. 이를 방송실 직원들에게 통보한 후 직원들에게 외주 회사인 M사로 소속을 옮기라고 요구했다. 외주화에 관한 당회 결정이 7월 7일에 있었고, 이를 직원들에게 통보한 것은 7월 13일이었다. 7월 16일 M사가 고용 승계 등에 관한 설명회를 열었고, 7월 20일 직원들과 M사가 근로계약을 맺어 8월 1일부터는 외주화를 시작하기로 했다.

방송실을 외주화하게 되면 직원들은 오륜교회 정직원에서 M사 정직원 신분으로 바뀐다. M사와 오륜교회는 파견 계약을 맺는 셈이 된다. 만일 오륜교회가 M사와 계약을 해지하면, 기존의 방송국 직원들은 교회에서 일할 수 없게 된다.

길게는 15년, 짧게는 5년 이상 오륜교회 방송실 정직원으로 근무했던 일부 직원은 당회 결정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외주 업체는 전 직원을 고용 승계하고, 급여도 보장하겠다고 했지만, 이전과 같은 일을 하고 급여도 똑같다면 왜 소속을 외주 업체로 옮기라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려웠다. 결국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 교회가 M사와 계약을 해지하고, 직원들을 교회에서 쫓아내려는 건 아닌지 의심도 들었다.

당회의 일방적 통보에 방송실 직원 17명 중 8명은 소속을 옮기는 데 동의했다. 1명은 퇴직했다. 나머지 8명은 외주화는 부당하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그러자 당회는 고용 승계를 거부한 직원들을 대기 발령하고 정리 해고하겠다고 했다. 계속 일하고자 하는 직원은 지방에 있는 오륜교회 시설 또는 지교회에서 업무를 맡기겠다고 했다.

직원들은 당회의 제시안은 근로기준법상 '해고 회피 노력' 명분 쌓기에 불과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오륜교회는 10월 1일 자로 8명 중 5명을 해고하고, 3명은 각각 오륜교회 행정실 간사, 평택 송탄오륜교회 간사, 가평 비전빌리지 간사로 발령했다.

교회 "긴박한 경영상 필요" 주장
지노위 "교인 감소, 효율성 제고 등
교회 주장 인정 안 돼"
지노위는 오륜교회가 왜 외주 업체를 선정했는지 이유가 잘 소명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지노위는 오륜교회가 왜 외주 업체를 선정했는지 이유가 잘 소명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직원들은 부당 해고와 부당 인사 발령에 맞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 진정했다. 지노위는 지난 12월 1일, '오륜교회 직원 5명 부당 해고 및 3명 부당 배치'를 전환하라고 판정하면서 직원들을 원직에 복직시키라고 했다.

지노위 판정문을 보면, '효율화'를 목적으로 방송실을 외주화했다는 교회 주장은 하나도 인정되지 않았다. 먼저 교회는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라고 주장했다. 또 "코로나19로 인한 출석 교인 수 급감으로 재정적 위기 상황"이라면서도 "이번 해고는 비용 절감 등 도산을 회피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방송의 효율성 및 전문성 향상을 위한 외주화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노위는 교회 주장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했다. 이에 관해 근로기준법 24조 1항은 "사용자가 경영상 이유에 의하여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교회는 코로나19로 교인이 줄었다고 주장하면서도 관련 자료를 내지 않았다. '효율성·전문성'을 제고하겠다며 외주화를 했는데, 정작 교회는 "외주 업체 M사의 매출이나 실적을 파악하지 못했다"며 왜 M사를 외주 업체로 선정했는지 설명하지 못했다. 외주화 전후를 비교해서 전문성·효율성이 향상됐는지에 대한 여부도 입증이 부족하다고 봤다.

지노위는 "전문성·효율성 제고를 위한 판단이라 하더라도, 외주화 과정에서 근로자의 의사에 반해 근로계약을 종료하려면 객관적인 인원 감축 합리성이 인정돼야 하는데, 단순히 외주화가 비용 절감, 효율 등에서 우월하다는 사정만으로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을 충족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교회는 일부 직원을 해고하지 않고 가평 오륜빌리지와 평택 송탄오륜교회로 발령 낸 것을 '해고 회피 노력'의 일환이라고 주장했지만, 지노위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오륜교회는 1월 26일 자로 직원 8명 중 4명의 복직을 결정했다. 부당 해고자들은 교회가 어떤 기준으로 4명만 복직시켰는지 모르겠다며, 이행강제금(복직시키지 않을 시 내야 하는 금액)을 줄이려 그런 것 아닌가 추측하고 있다.

부당 해고 사건을 대리한 한용현 변호사(법률사무소 해내)는 1월 26일 <뉴스앤조이>와의 인터뷰에서 "일반 기업에서도 핵심 부서 근로자 17명을 한 번에 외주화하고 정리 해고한다면 굉장히 큰 사건이다. 경영난에 빠져 있거나 도산이 임박한 수준이 아니면 이런 규모의 정리 해고를 시도하기 어려운데, 비교적 경영상 어려움이 덜한 대형 교회에서 이러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 지노위는 교회가 경영상의 긴박한 필요를 주장하면서도 입증할 만한 자료를 아무것도 제출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 변호사는 "외주화가 정말 필요하다면 근로자들과 충분히 협의해 진행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근로자들에게는 아무 말 없다가 갑자기 '당회가 결정했다'고 통보하며 밀어붙였다. 알고 보니 교회 내 장로 및 집사의 지인에게 컨설팅을 받더니 그 업체에게 외주를 준 것이었다. 지노위 위원들도 교회가 근로자들과 외주화에 대한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몰아붙인 것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오륜교회 방송실에는 영상, 음향, 조명, 인터넷팀 등 총 17명이 근무했다. 예배 생중계와 영상 편집 등의 업무를 맡았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오륜교회 방송실에는 영상, 음향, 조명, 인터넷팀 등 총 17명이 근무했다. 예배 생중계와 영상 편집 등의 업무를 맡았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직원 8명 중 4명 복직
교회, 중노위에 재심 신청
부당 해고자들 "명예 회복해 달라"

부당 해고를 당한 오륜교회 직원 A는 1월 27일 <뉴스앤조이>를 만나 "교회는 직원들을 '멀티플레이어'로 만들겠다며 외주화를 주장하는데, 음향 담당자가 영상도 찍고 편집도 하라는 거다. 단순히 버튼 켜고 끄는 일도 아니고 전문적인 작업을 시키면서 어떻게 그렇게 하라는 것이냐"고 말했다.

직원 B는 그동안 교회에서 오랜 기간 일해 온 사람들이 그간의 헌신을 모두 부정당했다면서, 이번 일로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교회 영상팀과 비교해 봐도 오륜교회는 업무 강도가 매우 높다. 방송국도 없는데 전담 방송 프로그램까지 만들어 일했다. 청춘을 바쳐 헌신적으로 일한 곳이기에 어떻게든지 명예를 회복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부당 해고와 관련해 직원들은 김은호 목사를 찾아가 부당하다고 호소했지만, 김 목사는 "장로들이 결정한 일이라서 어쩔 수 없다", "나도 번복할 수 없다", "적응해야지 어떻게 하겠느냐", "지금처럼 잘해 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은호 목사는 28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그들과 가깝게 잘 지냈고 지금도 좋은 관계인데 이렇게 돼 안타깝다"면서도 "당회에서 컨설팅 후에 결정한 것이다. 나는 교회 재정이나 인사, 행정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 직원 뽑는 것도 마찬가지다. 목양에만 올인하고 있다"며 자신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교회는 지노위 결정에 불복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다. 교회 측 변호사는 28일 "사건을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자세한 이야기를 하긴 어렵지만, 기본적으로 이게 언론에 날 만큼 큰 이슈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교회의 특수성을 고려해 주시면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양측이 (법적 분쟁으로 가기 보다는) 잘 조율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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