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2021년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부활절 연합 예배는 '쉬운 해고'로 삶을 위협받는 이들과 함께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영상 예배로 진행했다. 주최 측은 해고 노동자들의 투쟁 현장을 찾아 함께 성찬을 집례하며 찍은 영상과 구리 희망찬교회(양민철 목사)에서 사전 녹화한 예배 영상을 편집해 4월 4일 오후 3시 <뉴스앤조이> 유튜브 채널로 송출했다. 120여 명이 실시간으로 예배에 참여했다.

LG 트윈타워 해고 청소 노동자 최명자 씨는 더 많은 시민의 연대와 관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유튜브 영상 갈무리
LG 트윈타워 해고 청소 노동자 최명자 씨는 더 많은 시민의 연대와 관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유튜브 영상 갈무리

얼마 전 투쟁 100일을 맞은 LG 트윈타워 해고 청소 노동자 최명자 씨는 노동조합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한 억울한 현실을 증언했다. 최 씨는 "노동조합에 가입한 것밖에 없는데 왜 우리가 이렇게까지 (부당한) 대우를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동안 무임금으로 강도 높은 노동을 해 왔고, 그 권리를 찾으려 했던 것뿐인데 (사측이) 우리를 해고하고 이렇게 밖으로 내쫓았다"고 말했다.

최명자 씨는 투쟁 현장에 있어 보니, 억울하게 쫓겨나서 길거리로 나앉은 사람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비정규직·계약직 노동자는 업체가 바뀔 때마다 불안에 떨어야 한다. 빨리 고용 승계가 돼서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도록 시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아시아나케이오지부 김계월 지부장은 투쟁 현장을 찾아 연대하는 기독교인들에게 큰 위로를 받았다고 했다. 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아시아나케이오지부 김계월 지부장은 투쟁 현장을 찾아 연대하는 기독교인들에게 큰 위로를 받았다고 했다. 유튜브 영상 갈무리

300일 넘게 거리에서 복직 투쟁을 이어 가고 있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케이오지부 김계월 지부장도 부당 해고 노동자로 사는 삶을 증언했다.

"지난 봄에 해고가 됐는데 다시 봄이 왔다. (중략) 봄이면 천지에 꽃들이 펴서 그 꽃을 바라보기만 해도 서럽고, 여름은 또 너무 더워서 서러웠고, 가을은 또 마음이 서럽고, 겨울은 너무 추워서 서러웠다. 이렇게 해고자로 산다는 게 너무 고통스럽고 서러웠다."

늘 서럽기만 한 건 아니었다. 김계월 지부장은 투쟁 현장을 찾아 연대하는 그리스도인들에게 많은 위로를 받았다고 했다. 김 지부장은 "이 투쟁 천막에 오셔서 단식하며 기도해 주는 목사님들의 기도를 들었을 때, 그 기도가 우리의 상처를 씻어 주는 듯한 느낌을 받아 많이 울기도 했다"고 말했다.

예수 부활의 의미를 생각하고 있다는 김계월 지부장은 "부활한 예수님이라면 노동자·민중들을 많이 보듬고 안아 주실 것 같다. 소원이 있다면, 부활하신 예수님이 우리 해고자들을 하루빨리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여기서 매주 예배를 인도해 주시는 목사님들은 부활하신 예수의 제자로 사회적 역할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믿는다. 앞으로도 가난하고 소외받고 고통 속에 있는 민중들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고 보듬어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득훈 목사는
박득훈 목사는 "예수님의 부활은 오늘 우리 사회에서 고통 당하는 노동자에게 위로와 희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튜브 영상 갈무리

설교는 성서한국 사회선교사로 활동 중인 박득훈 목사가 맡았다. 박 목사는 에스겔 16장 6절 본문을 읽고, '살아 있으라, 주가 함께하신다!'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에스겔 16장 6절은 이제 막 태어났지만 들에 버려진 연약한 아기를 예루살렘에 빗댄 구절이다. 핏덩이 아기로 비유한 예루살렘을 향해 하나님은 "피투성이라도 살아 있으라"고 말씀하신다.

박득훈 목사는 버림받은 예루살렘에서 오늘날 해고된 노동자들을 본다고 했다. 하나님은 고통받는 노동자들을 뜨거운 사랑으로 끌어안으시며 "제발 살아만 있어 달라"고 말씀하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랑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이 땅에 보내시고, 지배 동맹 세력에 저항하게 하시고, 끝내 죽음에서 부활하게 하신 것이라고 했다.

박 목사는 "예수님의 부활은 불의와 폭력이 난무하는 지배 체제는 결코 정의와 평화가 서로 얼싸안는 하나님나라를 무력화할 수 없음을 확인해 주는 사건"이라고 했다. 그는 "부활하신 예수가 불안과 두려움에 떨고 있을 제자들을 찾아가 위로하신 것처럼, 예수님의 부활은 오늘 우리 사회에서 고통 당하는 노동자에게 위로와 희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자들이 잘 산다는 것은, 오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경제적 삶의 질에 있어서 부당하게 차별받지 않고 평등하게 사는 걸 뜻한다. 바로 그런 삶이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실현되게 하고자 예수님은 이 땅에 오셨고, 치열하게 사랑하며 평화적으로 저항하셨고, 불의한 세력에게 처형당하셨고 그러면서도 용서하셨다. 그런 아들을 하나님은 부활시키지 않을 수 없었다."

박득훈 목사는 해고 노동자들과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했다. 박 목사는 "여러분은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우리 또한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주님의 사랑과 위로를 힘입어 승리할 때까지 싸울 것이기 때문이다. 이 사실이 여러분에게 한없는 위로와 벅찬 희망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며 설교를 마무리했다.

이어 영등포산업선교회 최성은 목사, 선교 단체 새벽이슬의 이성훈 청년, 월간지 <복음과상황> 김다혜 기자가 나와 각각 △불안정한 환경에 놓인 노동자들을 위해 △노동 현장에서도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이주·청년·여성·장애인 노동자들을 위해 △세월호 참사 유가족,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 성소수자, 미얀마 시민들을 위해 기도했다.

아시아나케이오 투쟁 현장에는 손은정 목사(영등포산업선교회)와 심승미 씨(버들다리)가 성찬을 집례했다. 유튜브 영상 갈무리
LG 트윈타워 현장(사진 위) 성찬식은 전남식·이한주 목사(성서대전)가 담당했다. 아시아나케이오 투쟁 현장에서는 손은정 목사(영등포산업선교회)와 심승미 씨(버들다리)가 성찬을 집례했다. 유튜브 영상 갈무리

해고 노동자들과 함께한 성찬은 방역 수칙을 지키기 위해 일회용 성찬기로 진행했다. 여의도 LG 트윈타워 현장에서는 전남식·이한주 목사(성서대전)가,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 아시아나케이오 투쟁 현장에서는 손은정 목사(영등포산업선교회)와 심승미 씨(버들다리)가 성찬을 집례했다.

"'지극히 작은 이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다'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한다. 지극히 작은 자들을 돌보고 격려하고 그 아픔을 함께하는 일이 곧 예수님을 섬기는 일이요, 그것이 참된 예배라고 말씀하셨다. 이 건물 안에서 주인 행세하고 있는 자들에게 부활하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섬기고 예배할 수 있는 기회를 허락해 달라. 상한 갈대를 꺾지 않고, 꺼져 가는 심지를 끄지 않는 하나님, 부디 이 봄에 상한 갈대 같은 우리들을 회복하고 꺼져가는 심지와 같은 우리들에게 희망의 불씨를 살려 달라."

주최 측은 부활절 연합 예배 헌금을 모아 해고 노동자들 투쟁 현장에 전달한다.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연합 예배는 성탄절 또 다른 연대의 현장을 찾아가 함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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