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노동자 권익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 '근로기준법'. 교회는 신앙에 따른 자발적 봉사와 헌신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그렇다고 치외법권 지역은 아니다. 하지만 교회를 비롯한 기독교 기관에서 이 최소한의 기준을 지키지 않아 법적 조치를 받는 일이 종종 있다. 최근에는 유난히 '부당 해고' 문제가 잇따랐다.

근로기준법 23조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설령 근로자가 직장에서 실수를 저질렀거나 근무가 태만하다고 해도, 아무 절차 없이 내쫓을 수는 없다. 대법원은 해고 사유가 사회 통념상 인정할 만해야 하며, 입증 책임은 사용자에게 있다고 봤다.

해고 사유를 따지기에 앞서 법이 정한 절차를 밟지 않으면 그 자체로 부당 해고가 된다. 근로기준법 26조와 27조에 따르면,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적어도 30일 전 예고해야 하고, 그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만 한다. 그런데 이 '서면 통지 의무'를 위반해 부당 해고 판정을 받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최근 한국기독교선교100주년기념교회(이재철 목사)는 법이 정한 요건을 갖추지 않아 부당 해고 판정을 받았다. 교회는 소속 직원들에게 "앞으로 업무를 자원봉사 체제로 전환하기로 했다"고 통보했다. 교회는 직원들이 권고사직에 합의했다고 주장하며, "해고하려면 서면 통지하라"는 직원들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서울지노위)는 이에 부당 해고 판정을 내렸다.

교회 측은 직원들에게 퇴직을 준비할 수 있도록 6개월이라는 시간을 주며 배려했고, 교회는 '기업'과는 달리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특수성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지노위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총신대학교에서 여성과 관련한 강의를 하던 강호숙 박사는 2016년 1학기를 며칠 앞두고 수업 3과목에서 돌연 배제됐다. 강 박사는 자신이 평소 여성 안수를 지지했기 때문에 학교가 강의를 갑자기 취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6년 8월, 서울지노위는 강호숙 박사가 부당 해고를 당했다고 판정했다. 지노위는 강 박사 강의를 취소한 것이 '근로관계의 일방적 종료'에 해당하기에 해고라고 봤다. 해고하려면 이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하는데, 학교가 이 절차를 밟지 않았기 때문에 해고 사유의 정당성은 따질 필요도 없다고 판단했다. 학교는 재심을 신청했지만,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는 이를 기각했다.

해고 사유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으면 '부당 해고'가 된다. 그 사유도 사회 통념상 인정될 정도여야 한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해고 이유와 시기를 서면 통지하고 징계 절차를 합법적으로 밟았다 하더라도, 모든 해고가 정당한 것은 아니다. 숭실대학교 원격평생교육원(김비호 원장)에서 쫓겨난 직원 A 팀장은, 일부 징계 사유가 존재하지만 해고는 과도하다는 이유로 부당 해고 판정을 받았다. 서울지노위가 3월 16일 A 팀장을 원직 복직시키라고 판정했고, 6월 8일 중노위도 학교의 재심 신청을 기각했다.

제천 ㄱ교회 B 담임목사는 교회가 운영하는 어린이집 C 원장을 2015년 9월 해고했다. B 목사는 C 원장이 정관을 함부로 변경하려 했다며, 이는 이사회와 교회를 기만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C 원장은 정관 개정안을 B 목사에게 먼저 보여 줬으며 실제로 정관을 개정하지도 않았다. 지방·중앙노동위는 C 원장을 해고할 사유가 없다고 판정했다. 목사는 불복하고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도 노동위 판정이 정당했고 해고할 만한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교회 내에서도 해고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에 따라 적법한 절차대로 진행해야만 한다. 기본적으로 사용자와 근로자가 동등한 위치에서 대화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언론에 보도된 부당 해고 사례는 일부에 불과하다. 중노위 홈페이지에서 '교회'를 검색어로 판정·결정 요지를 검색하면, 2003년부터 2018년까지 공개된 사례만 100건에 이른다. 올해 1월에도, 교회 직원 해고 시 안수집사 전원이 참석하는 회의에서 의결해야 한다는 교회 정관을 무시하고 일부 집사만 모여 직원 해고를 의결한 사례가 부당 해고로 판정됐다.

아직 법적으로 부당 해고 판정이 나지는 않았지만, 일산 벧엘교회(박광석 목사)가 찬양팀원들을 해고한 것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방식이었다. 찬양팀원들은 주일예배 찬양 연주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한 부목사에게 "다음 주부터 나오지 말라"는 통보를 전화로 받았다. 해고된 이들 중 두 명은 교회의 행태를 비판하며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고양지청에 진정을 낸 상태다.

직원을 고용한 교회나 기독교 기관은 근로기준법을 지켜야 한다. 그러나 사용자 위치에 있는 목회자들은 이런 감수성이 떨어진다. 기독교 기관이 섬김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는 특수성을 주장하려면, 직원들이 그렇게 일하기를 바라는 동시에 사용자도 근로기준법 이상으로 직원들을 섬겨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직원이 필요가 없어지거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나오지 말라고 통보하는 식이다. 기독교 기관에서 부당 해고된 사람 대부분은, 사용자가 표면적으로 제시한 이런저런 해고 사유가 문제가 아니라 실제로는 그저 자신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아서' 해고한 것이라고 말한다.

노동법·교회법 전문가 강문대 변호사는 "혹 목회자들이 직원 때문에 감정이 상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자기 말 하나로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법에 따라 정확하게 해야 한다. 해고할 만한 정도의 명분이 없다면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종강 교수(성공회대 노동대학 학장)는 "교회 내 노동자가 신앙을 이유로 자발적으로 봉사할 수는 있지만, 그 말이 법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종교 기관이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도록 제도를 신설하거나 보완할 필요는 없고, 기존 법만 잘 지켜도 된다고 했다.

사실 목사만 노동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하종강 교수는 "한국에서 사용자 위치에 있는 대부분이 제대로 된 노동 교육을 받지 않고 있다. 한국은 학교에서 노동 교육을 하지 않는 거의 유일한 나라다. 이런 현실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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