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인천새소망교회 김 아무개 부목사의 성폭력은 교회에서 벌어지는 '그루밍 성폭력'이 얼마나 심각한지 세상에 알린 사건이었다. 2018년 5월 <뉴스앤조이> 첫 보도 이후 교계뿐 아니라 일반 언론에서도 이 사건을 주목했다. 결국 김 목사는 2021년 7월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이 사건은 또한 교회에서 벌어진 성폭력 사건에 대한 교회 및 교단의 무능도 드러냈다. 김 목사의 아버지 김영남 목사는 소속했던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에서 총회 임원까지 할 만큼 영향력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의 권위를 이용해 아들의 성폭력을 덮으려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교회 안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교인들을 출교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노회는 김영남 목사를 제재하기는커녕 그가 교단을 탈퇴할 수 있도록 길을 내 줬다.

김영남 목사를 지지하는 교인들은 반대 교인들이 예배당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았다. 쫓겨난 교인들은 예배당 출입 방해 금지 가처분을 신청해 승소했다. 이 소송에서 김 목사를 지지하는 교인들이 강행한 출교도 적법성이 인정되기 어렵다는 판단이 나왔다. 하지만 김 목사와 그를 지지하는 교인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쫓겨난 교인들은 어쩔 수 없이 김영남 목사의 담임목사 직무 집행정지 가처분도 신청했다. 이것도 작년 11월 30일 받아들여졌다.

법원은 김영남 목사의 담임목사 직무를 정지하고, 쫓겨난 교인들의 소송 대표자 박성철 목사(하나세교회)를 인천새소망교회 임시당회장으로 인정했다. 박성철 목사는 독일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뒤 횃불트리니티대학원대학교 초빙 교수, 경희대학교 객원교수를 역임했다. 종교 중독과 권위주의를 연구해 2020년 말 <종교 중독과 기독교 파시즘>(새물결플러스)을 펴내기도 했다. 지금은 2022기독교대선행동 정책위원장으로 활동하며 교회 개혁 및 사회 선교 운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지금까지 박성철 목사의 행보와 인천새소망교회 임시당회장직은 어울려 보이지 않았다. "동명이인인 줄 알았다"고 말하자, 그는 "말할 때마다 사람들이 놀라는데 나는 사실 예장합동 소속이다"라며 멋쩍게 웃었다. 박 목사는 1월 6일 서울 중구 희년평화빌딩에서 <뉴스앤조이>와 만나, 인천새소망교회 임시당회장을 맡게 된 사연부터 교회 성폭력 및 분쟁으로 상처받은 이들에 대한 목회, 교단의 무관심 등 이번 사건이 드러낸 교회의 민낯에 대해 이야기했다.

인천새소망교회 임시당회장이 된 박성철 목사를 만났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인천새소망교회 임시당회장이 된 박성철 목사를 만났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마음이 '찢겨' 있는 교인들

- 어떻게 인천새소망교회 임시당회장이 된 건가.

이 사건을 처음부터 도왔던 정혜민 목사(성교육상담센터 숨)에게 작년 8월 전화가 왔다. 정 목사는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던 사이였는데 부탁할 게 있다더라. 인천새소망교회에서 김영남 목사에게 문제를 제기하던 교인들이 직무 집행 정지 가처분을 신청하려 하는데, 인천새소망교회가 소속했던 예장합동 교단 목사가 대표자가 되어 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들어 보니, 교인들이 이미 예장합동 목사 몇몇에게 부탁을 했는데 번번이 거절을 당했더라. 내가 생각해도 그럴 거 같았다. 우리 교단에서 누가 이런 분쟁 있는 교회, 더구나 그루밍 성폭력 사건이 생긴 교회에서 피해자 편에 서려고 할까….

'이걸 감당할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만약 여기서 나도 거절하면 다른 사람 찾기가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이미 여러 번 거절당하고 왔다는데 어떻게 나까지 거절할까. 그간 교회 개혁을 많이 이야기해 왔고, 이 사건은 내가 속한 교단에서 일어났다는 부채 의식도 있었다. 이후 일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소송에 대표자로 이름을 올리기로 했다. 그때는 어쨌든 재판을 진행하는 게 중요했으니까. 근데 11월 말 우리가 이긴 거다. 김영남 목사의 담임목사직은 정지됐고, 즉시 소송의 대표자인 내가 임시당회장이 됐다.

- 이후로 한 달이 지났다. 지금 교회 상황은 어떤가.

12월 초부터 쫓겨난 교인들과 인천새소망교회 건물 1층 카페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 이분들은 그루밍 성폭력 피해자와 가족들, 김 목사에게 문제를 제기했다가 출교당한 사람들이다. 대부분 중직자다. 총 25명 정도 되고 현장 예배는 방역 상황에 따라 10~15명이 함께한다.

김영남 목사와 그를 지지하는 교인이 한 서른 명 정도 되는 것 같은데, 우리가 본당에 못 들어가게 막고 있다. 자신들이 주일 오전 10시 2층 본당에서 예배를 하고, 우리는 들어가지 못하도록 문을 잠근다. 이렇게 하는 건 불법이라고, 법원에서 인정한 임시당회장의 직무를 방해하는 행동이라고 말해도 그들은 문을 열어 주지 않았다. 경찰이 출동한 날도 있다. 그래도 아랑곳하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지난주에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 고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나도 목사라서 웬만하면 소송은 하지 않으려 한다. 그런데 김 목사를 지지하는 교인들은 대놓고 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있다. 이건 전형적인 종교 중독 현상이고 사교 집단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어쨌든 쫓겨난 교인들이 예배당에서 예배할 수 있어야 하는데, 들어가려 하면 물리적 충돌을 피할 수 없다. 교인들은 이미 상처를 많이 받았다. 그런 충돌까지 겪는 일은 없어야겠다 싶어 고소를 진행했다.

- 인천새소망교회 그루밍 성폭력 사건은 언론을 통해 많이 알려졌다. 임시당회장이 되기 전 밖에서 사건을 봤을 때와 지금 피해자 및 교인들을 만났을 때 느낌이 다를 것 같다.

피해자와 교인들을 직접 만나기 전에는 가해자에게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언론으로만 접했을 때는 가해자가 어떤 처벌을 받는지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루밍 성폭력은 심각한 성범죄 아닌가. 목사가 그런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에 굉장히 분노했고, 성범죄를 일으켰으니 당연히 처벌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11월 말 재판에서 이기고, 그 주에 바로 피해자와 가족들, 쫓겨난 교인들과 통화도 하고 직접 만났다. 근데 이분들 마음이 정말 '찢겨' 있더라. 분명히 소송에서 이겼는데, 하나도 기쁜 얼굴이 아니었다. 예배를 드리고 싶다더라. 2년 반을 길거리에서 예배했다고. 내가 "어떻게 버티셨나" 물어보니 "악으로 깡으로 버텼다"고 하더라. 언론 보도로 보면 그저 "2년 반 고통을 받았다"지만, 직접 이야기를 나눠 보니 정말 그 찢긴 마음이 너무 많이 보였다.

이후로 가해자보다는 피해 교인들이 더 눈에 들어왔다. '회복'이라는 말을 쓰는데, 이게 그냥 한국교회에서 흔히 쓰는 회복·위로 이런 건 아닌 거 같다.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정의로운 회복? 그런 회복이 돼야 하는데…. 범죄로 피해를 입은 분들이기 때문에 그냥 마음에 위로를 받는다고 해서 회복되는 게 아니라, 가해자가 처벌받는 것은 물론 이분들이 원래 자리로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 직장에서 성폭력 문제가 생기면 가해자는 처벌받고 피해자는 직장으로 돌아가는 것이 정의로운 회복 아닌가. 이분들도 원하는 곳에서 예배를 드리고 신앙생활 할 수 있을 때 정의로운 회복이 이뤄진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김영남 목사를 지지하는 교인들의 저항이 정말 거세더라. 예배당 문 잠그고 불법을 저지르는 것에 전혀 두려움이 없고, 가해자를 두둔하며 피해자들에게 저주의 말을 내뱉는 것에도 전혀 양심의 가책이 없어 보였다. 특히 안타까운 건, 그루밍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 중 일부도 김영남 목사 편에 서 있다는 점이다. 피해 교인들도 그들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다. 그루밍 성폭력과 종교 중독 문제가 이렇게나 심각하구나 다시 한번 깨달았다.

김영남 목사에게 문제를 제기했던 피해자들과 교인들은 교회에서 쫓겨났다. 사진은 2019년 4월 7일 피해자들과 교인들의 예배 및 피켓 시위 현장. 뉴스앤조이 박요셉
김영남 목사에게 문제를 제기했던 피해자들과 교인들은 교회에서 쫓겨났다. 사진은 2019년 4월 7일 피해자들과 교인들의 예배 및 피켓 시위 현장. 뉴스앤조이 박요셉
'목사'라는 게 부끄러웠다

- 이 사건은 아들 목사의 성폭력도 그렇지만, 이를 묻으려고 한 아버지 김영남 목사 문제도 컸다. 같은 교단 목사로서 어떻게 봤나.

정말 부끄러웠다. 이 사건의 원인은 단순히 한 교회 목사의 개인적 일탈이 아니다. 이건 예장합동 교단이 가지고 있는 구조적 문제의 단면을 보여 준다. 만약 교단 내 법이 제대로 작동하고 법을 지키는 구조가 잡혀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갈 문제가 아니었다. 마땅히 노회가 가해 목사를 징계하고 피해를 입은 성도들을 위해 나섰어야 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노회가 그 반대 역할을 했다. 가해 목사와 그를 두둔했던 김영남 목사가 교단을 탈퇴하는 걸 방관했다.

이 사건은 지금 한국의 보수적인 교단들 혹은 근본주의적 교회들의 성 인지 감수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을 방증한다. 그런 곳에서는 언제고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사회는 계속해서 변하고 있다. 느리든 빠르든 성 인지 감수성이나 성폭력, 양성평등, 젠더 평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바뀌고 있다. 그런데 교회는 여전히 구시대적인 인식 속에서 벗어나기를 원하지 않는 것 같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와 인식론적 한계가 인천새소망교회 사건을 통해 드러난 것이다.

그런데 교단이 너무 관심이 없다. 김영남 목사는 교단을 탈퇴했다고 하지만, 어쨌든 우리 교단에 있을 때 벌어진 일 아닌가. 피해 교인들이 교단 목사들에게 몇 번이나 거절당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너무나 부끄러웠다. 요청을 수락하고 피해 교인들과 통화를 했는데, 그들이 제일 먼저 하는 이야기가 "목사님 고맙습니다"였다. 정말 얼굴이 확 붉어지더라. 무슨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내가 목사인 게 너무 부끄럽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 교단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이런 생각도 든다. 예장합동에 여성 목사가 있었다면 교단 차원에서 성폭력에 대한 논의가 좀 더 있지 않았을까.

당연하다. 만약 우리 교단에 여성 목사가 있었으면 성폭력 문제가 생겼을 때 좀 더 잘 대처할 수 있었을 것이다. 교단 자체가 여성 목사 안수를 반대하는 구시대적 인식 속에 있으니까 성폭력 문제 해결도 더 어려운 거다. 이 사건이 드러난 몇 년 전에는 총회장이 교단 차원에서 성교육을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것도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내가 막상 교회 성폭력과 그로 인한 분쟁으로 피해를 입은 성도들을 목회하게 됐는데, 누구한테 물어볼 수가 없다. 우리 교단은 이런 문제에 대해 어느 누구도 교육을 하지 않는다. 대부분 성도들이 잘못했을 때 목사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가르치지, 목사가 잘못해서 교회에 문제가 생기고 성도들 마음이 깨졌을 때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더구나 이렇게 가해자와 피해자가 명확한 사건에서, 가해자를 사교 집단의 지도자처럼 따르는 사람들이 있을 경우, 신앙의 이름으로 2차 가해를 정당화하는 집단이 있을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느 누구도 말해 준 적이 없다.

- 목사님 스스로도 답답하겠지만, 어쨌든 임시당회장으로서 상처 입은 교인들을 목양하는 역할을 맡았다. 어떻게 할 계획인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어쨌든 성도들에게는 "끝까지 도와드리겠다"고 말했다. 이건 불의한 일이고 가해자가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지, 피해자가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라고도 말씀드렸다. 그러면서 성경에서 말하는 공의가 무엇인지, 피해자를 위한 공의란 무엇인지 계속 설교하고 있다. 그렇게 마음을 위로하면서 한편으로는 법적인 절차를 진행하거나 언론을 통해서 공론화하는 역할을 감당해야 할 것 같다. 꾸준히 만나야 지금 성도들도 교회나 목회자에 대한 신뢰가 어느 정도 회복될 것 같다. 지금은 막 시작한 단계라 얼마나 걸릴지, 어떤 방법이 효과적인지 모르겠다.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 자체가 없을지도 모른다.

매주 배워 가는 중이다. 나는 종교 중독에 대한 공부도 했고 담임 목회도 해 봤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방향은 있다. 하지만 지금은 피해자들의 생각이 우선인 것 같다. 이야기를 많이 들으려 한다. 그들의 생각을 이해하고 그들이 뭘 원하는지 알고 거기에 맞게 반응하는 게 회복을 위한 목회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피해를 당한 성도들이 충분히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게 해 주고, 그들의 발걸음에 내가 맞추려 한다. 그렇게 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좀 더 긴 호흡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지금은 이 방법 외에는 어느 누구도 '이게 좋은 방법이다'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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