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교회 여성 청년들에게 그루밍 성폭력을 가한 목사를 비호하다가 교단까지 탈퇴한 인천새소망교회(김영남 목사)가 재정 장부를 조작한 정황이 드러났다. 매주 헌금 수입과 지출 내역을 그대로 기록하는 '주계표'가 여러 차례 수정된 것이다. 지출 항목이 삭제되고, 수입·지출 총계가 고무줄처럼 늘었다가 줄어들었다.

<뉴스앤조이>는 2018년 1월부터 12월까지 작성된 인천새소망교회 주계표를 입수했다. 다른 주계표와 달리 2018년 12월 2일 자 주계표는 같은 날짜로 세 번 작성됐다. 교회가 두 차례 장부를 고쳤기 때문이다. 1차 수정 시에는 수입·지출 총계가 크게 바뀌지 않은 선에서 지출 내역만 조정했다. 2차 수정 시에는 일부 항목·비용을 삭제하고, 수입·지출 총계를 절반 가까이 삭감했다.

처음 주계표에는, '목사님 상여금 300만 원', '목사님 사례비 전액 187만 8900원', '사택 수도 1만 1740원' 등이 지출됐다고 기재돼 있다. 이 항목들은 1차 수정된 주계표에서 모두 삭제됐다. 대신 다른 내용이 추가됐다. '임시노회 경비 식사비', '기자단', '노회 임원 정치부 모임', '당회 경비(노회장, 부노회장)', '공동의회 경비', '탈퇴 경고 성명서' 등 임시노회와 교단 탈퇴 관련 비용이다. 지출 총계도 949만 1937원에서 952만 197원으로 상향됐다.

2차로 수정된 주계표에서는 임시노회와 교단 탈퇴 관련 비용이 모두 삭제됐다. 헌금 수입과 지출 총계도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수입 총계가 1108만 7000원에서 582만 7000원으로, 지출 총계가 952만 197원에서 423만 197원으로 변경됐다.

인천새소망교회는 12월 2일 자 주계표를 세 번 작성했다. 가장 왼쪽이 최초 주계표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일부 교인 "의도적 장부 조작
교회가 교단 지원 사실 감추려"
서인천노회 "인천새소망교회,
임시노회 및 정치부 모임 지원 사실"

일부 교인은 김영남 목사와 재정부가 의도적으로 장부를 조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A 권사는 "교회가 교단을 탈퇴하는 과정에서 노회 임원회가 이를 방조했다는 의혹이 있었다. 교회가 교단을 탈퇴했는데도 임시노회 경비를 지원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이를 숨기기 위해 장부를 고친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새소망교회는 지난해 11월 25일 공동의회를 열어,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이승희 총회장) 서인천노회(최석우 노회장)를 탈퇴하기로 결의한 바 있다. 이날은 서인천노회가 임시회를 소집하기 전날이었다. 서인천노회는 11월 26일 임시회에서 김영남 목사 아들 김 아무개 목사 그루밍 성폭력 혐의에 대해 권징 절차를 밟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인천새소망교회가 교단을 탈퇴하자, 서인천노회는 가해자 김 목사를 징계하지 않고 사직 처리하는 데 그쳤다.

인천새소망교회가 교단 탈퇴를 결의한 당회와 공동의회에 최석우 노회장과 이병현 부노회장도 배석했다. 이를 두고 일부 노회원과 교인은 서인천노회가 가해자 김 목사를 두둔하고 교회에 교단 탈퇴를 종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최석우 노회장은 임시노회 당시 기자들에게 자신은 참관만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인천새소망교회는 가해자 김 목사 징계를 논하는 노회 정치부 모임과 임시노회에 경비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석우 노회장은 2월 27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인천새소망교회가 임시노회 경비를 지원하기 위해 노회 통장으로 200~300만 원을 입금한 것은 사실이다. 김영남 목사의 아들 목사 문제로 임시노회를 열었으니, 노회가 비용을 대라고 교회에 요구했다"고 말했다.

최석우 노회장은 김영남 목사가 아들 목사 징계 건을 다루는 회의에도 참석했다고 말했다. 그는 "노회 정치부가 김 목사 징계를 논의하기 위해 서너 차례 모였다. 김영남 목사도 참관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각종 경비도 교회가 자원해서 지출했다"고 말했다.

인천새소망교회는 '그루밍 성폭력' 의혹을 받고 있는 아들 목사에게 퇴직금 1000만 원을 지급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김 목사, 그루밍 성폭력으로
2017년 12월 사직
교회는 2018년 5월까지 사례비 지급
C 장로 "담임목사와 담당자만 재정 집행"

김영남 목사는 지난해 5월 15일 <뉴스앤조이>와의 인터뷰에서, '그루밍 성폭력' 의혹을 받고 있는 아들 목사를 2017년 12월부로 교회에서 사직 처리하고 미국에 보냈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계표를 보면, 인천새소망교회는 2018년 1월부터 5월까지 아들 목사에게 매달 50만 원씩 사례비를 주고, 4월에는 퇴직금 명목으로 1000만 원을 지급했다.

일부 교인은 김영남 목사가 자신과 가족을 위해 교회 재정을 마음대로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B 장로는 "피해자 가족들이 지금도 교회에 출석하고 있는데, 어떻게 교회 재정을 아들 목사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물의를 빚고 교회를 떠난 인물에게 퇴직금을 준 것도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교인들은 교회가 지난 30여 년간 재정 감사를 한 번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감사를 담당했던 C 장로는 2월 24일 기자와 만나 "지난해 재정 문제로 교회가 시끄러워지자 제직들이 재정 감사를 시도하려고 했다. 그러나 재정장로와 실무자가 교회 통장을 가져오지 않고 인터뷰에도 응하지 않아 제대로 검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재정이 실제로 어떻게 집행됐는지 자세히 아는 사람은 담임목사와 담당자밖에 없다. 이번에 드러난 주계표 조작은, 교회 재정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는 인천새소망교회 측 입장을 듣기 위해 D 재정장로에 연락했다. D 장로는 "문제가 있어 내용을 고친 것뿐"이라고 말했다. 어떤 문제인지 물어봤지만 D 장로는 더 이상 묻지 말라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재정 출납을 담당하고 있는 E 권사도 질문에 답하고 싶지 않다며 전화를 끊었다. 김영남 목사는 전화를 받지 않고, 기자가 보낸 문자메시지에도 응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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