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교회 개혁을 위한 과제 중 가장 중요한 것 하나만 꼽으라고 하면, 저는 주저하지 않고 '인적 구성 쇄신'을 꼽습니다. 60대 이상 남성 목회자로 구성된 의사 결정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한국교회에 새로운 바람은 불지 않을 것입니다. 좀 더 희망적으로 이야기해 보자면, 인적 구성만 바꿔도 교회는 새로운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여성과 청년이 의사 결정 과정에 적극 참여하고, 사역의 중심 역할을 감당하기만 해도 교회와 교단은 여러모로 긍정적인 변화를 얻게 되리라 믿습니다.

여기에 언론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교회 내 여성과 청년의 목소리를 찾고 조명하는 일입니다. 2021년에도 <뉴스앤조이>는 이러한 상황 인식을 지면에 녹여 내기 위해 애썼습니다. 3월부터 8월까지 '교회와 여성들'이라는 주제로 신학교를 졸업한 젊은 여성 10명과 담임목회자 2명을 연속 인터뷰했습니다. 현재 부교역자로 사역하는 여성들 혹은 신학교를 졸업했지만 목회의 길을 포기한 여성들의 사연을 소개하며, 이들의 눈으로 보는 한국교회는 어떤지 심층적으로 살펴봤습니다. 저는 감히 이들의 말 속에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모두 나와 있다고 생각합니다.

12월 한 달 동안은 '교회 성폭력 생존자의 오늘'이라는 제목으로, 목회자 혹은 신앙의 선배에게 그루밍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의 심층 인터뷰 5편을 보도했습니다. 특히 이 연재는 그간 언론에서 주목하지 않았던 성폭력 피해자의 '피해 회복'에 집중했는데요.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받지 않은 사례뿐만 아니라 제대로 처벌받은, 그래서 겉으로 보기에는 사건이 '정의롭게' 처리된 것 같은 사례에서도 피해자의 회복은 쉽사리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드러냈습니다. 가해자에게 합당한 징계를 내리는 것조차 버거워서, 그걸 성공하면 칭찬이라도 해야 할 것 같은 교계 분위기가 왠지 부끄러웠습니다.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 2030 연구원들의 연재물 '부름받아 나선 이년'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이어졌는데요. 파격적인 제목처럼 톡톡 튀면서도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비장한 내용이 총 8회 연재됐습니다. '부름받아 나선 이년'은 현재 <뉴스앤조이> 홈페이지에서 읽어 보실 수는 없습니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12월 초 책으로 출판했거든요! 단행본 <부름받아 나선 이년>은 <뉴스앤조이> 연재분에 4명의 이야기를 더한 '열두 여성의 저항 서사'입니다. 주요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주문할 수 있습니다. 단 돈 1만 4000원, 싸다 싸~

공간엘리사벳 대표이자 한국예수교회연대라는 새 교단을 연 오현선(free다) 목사의 '함께고통함께평화'는 3월부터 7월까지 총 8회 연재됐습니다. 여성 목사·신학자로서 한국교회를 어떻게 진단하는지, 교회는 사회적 약자들과 왜, 어떻게 연대해야 하는지, 오 목사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연재였습니다. 11월 말부터 연재 중인 자칭 '불량 사모' 민달팽이(필명)의 '사모행전'은 어떻게 보시고 있나요? 목회자 아내의 삶은 아직도 많이 이야기되어야 할 주제인 것 같습니다.

작지만 꼭 들어야 할 목소리를 찾는 것도 언론의 역할입니다. 

올해는 교단에서도 작게나마 축하할 일이 있었습니다. 9월 열린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106회 총회에서는, 교회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헌법을 일부 개정했습니다. 목사 고시 응시 전 성폭력 예방 교육을 필수로 받아야 한다는 안건도 통과됐습니다. 기장은 이번에 김은경 목사(익산중앙교회)가 총회장에 올라, 주요 장로교단 최초로 여성 총회장을 배출한 교단이 됐습니다. 그러고 보니 5월에는 기장 서울북노회에서 어머니와 딸이 동시에 목사 안수를 받은 일도 있었네요.

10월 말 있었던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 입법의회에서도 주목할 만한 결의가 있었는데요. 이름만 있었던 성폭력대책위원회를 가동하려 세부 규정을 만들었고, '교리와장정' 범과의 종류에 '성폭력'과 '유사 성행위'를 명시했습니다. 또 감독·감독회장 선거에 있어 평신도 선거권의 15%를 여성에게 의무적으로 할당하게 했습니다.

대한성공회는 올해가 여성 사제 서품 20주년이 되는 해였습니다. 여성 사제들은 대한성공회 최초로 사제 서품을 받은 여성 민병옥(카타리나) 사제 서품일에 맞춰 4월 말 감사 성찬례를 올렸습니다. 9월 초에는 대한성공회 여성 단체들이 연합해 여성 사제 서품 20주년 기념 감사 성찬례를 열었습니다. 여성 단체들은 기념 영화 '여성 사제'와 기념집 <우리들의 사제>(성공회출판사)를 제작하기도 했죠.

기념할 만한 일들이 있었지만 후퇴한 일도 있었는데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106회 총회에서는 여성에게 강도권도 줘서는 안 된다는 결의가 있었습니다. 통합 총회에서는 양성평등위원회가 제대로 된 논의 과정도 없이 통폐합됐고, 여성 총대 할당제도 의무가 아니라 권고 사항일 뿐이라고 재확인했습니다. 아직도 여성에게 안수직을 주지 않는 고신과 합신 총회에서는 여성과 관련한 안건이 하나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권력을 쥐고 있는 남성들이 듣지 않을 뿐, 여성들은 외치고 있습니다. 그 목소리를 듣지 않는 곳은 언제고 망할 것입니다. 좀 더 희망적으로 이야기해 보자면, 지금이라도 여성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면 망해 가는 한국교회가 살길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사실 기성 교회가 듣건 듣지 않건, 여성들은 말하기 시작했고 이 흐름은 계속될 것입니다. <뉴스앤조이>는 2022년에도 교회 내 여성들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말할 수 있는 공간이 되겠습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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