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회재 의원(더불어민주당 여수을). 뉴스앤조이 이용필
김회재 의원(더불어민주당 여수을). 뉴스앤조이 이용필

To. 김회재 의원님(더불어민주당 여수을)

김회재 의원님, 얼마 전 10월 26일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여수노회에 방문해 인사하신 것을 봤습니다. 의원님은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차별금지법이 논의되고 있다며 "교회가 이제는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제정에 반대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죠. 이에 더해 차별금지법의 내용이 아주 심각하다며 한 가지 사례를 말씀하셨습니다. 지난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존중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나, 서울광장에서 퀴어 문화 축제가 열리면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의견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한 안철수 후보의 발언을 언급하며, 이것이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혐오 표현'으로 결정 났다는 말을 전하셨습니다.

의원님은 차별금지법과 관련해서 무슨 말씀을 하실 때마다 위 사례를 언급하시는 모양입니다. 지난 10월 6일 열린 '포괄적 차별금지법 무엇이 문제인가' 서울 공청회에서도 위 사례를 이야기하시며 "그 결론대로라면 제가 여기 와서 반대하는 거는 완전히 혐오 표현에 해당되고, 성소수자들을 괴롭히는 게 되는 겁니다"라고 말씀하셨죠.

'딩동댕'입니다. 의원님께서 뭘 알고 맞추신 것 같지는 않지만, 찍었어도 아무튼 맞춘 건 맞춘 거니까 저는 우리 의원님께 동그라미를 쳐 드리겠습니다. 그런데 말이에요, 이렇게 찍어서 맞추면 오답 노트를 정리할 적에 그 문제도 함께 정리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아, 이거 맞춘 거지' 하면서 어물쩍 넘어가지 마시고, 정리를 한번 해 봅시다. 그래야 다음번에 재선도 하고, 민주당에도 좋은 일이 있을 겁니다.

의원님이 제게 "반대를 하는 것이 혐오 표현이냐"고 물으신다면, 그에 답하기 전에 의원님께 되묻고 싶은 것이 많습니다. 하나씩 천천히 답해 보세요. 의원님은 무엇을 반대하시나요? 의원님이 반대하시는 것이 '집회 신고제'인가요, 아니면 모든 집회가 신고만 하면 할 수 있어도 '퀴어 문화 축제'만큼은 허가 여부를 따로 따져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그러니까 모든 국민에게 보장된 집회·결사의자유가 성소수자에게는 해당이 안 된다고 말씀하시는 건가요? 성소수자는 국민도 아니라고 판단하시는 건가요?

의원님, 우리 조금 더 솔직해집시다. 안철수 후보가 토론 당시 "반대 의견도 존중받아야 한다"라고 한 말이 "폭력도 존중받아야 한다"라는 말과 어떻게 다른가요? 의원님은 정치인이 공적인 자리에서 사회적 소수자를 향해 폭력적인 말하기를 하는 상황을 그냥 두고 보는 것을 '존중'이라고 부르실 건가요? 우리는 그걸 '혐오'라고 부르기로 했는데 말이에요.

의원님은 차별금지법이 '입에 재갈을 물리는 법', '무슨 말을 못 하게 하는 법'이라고 말씀하셨죠. 복음을 전파하고 하나님나라를 확장해야 하는데, 죄를 죄라고 말하지 못하는 아주 심각한 문제가 생기면 안 되니, 교회가 기도하면서 이 법 제정을 꼭 막아야 한다고요. 의원님께서는 장로님(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이시기도 하니, '복음 전파'와 '하나님나라 확장'을 중요히 여기시는 마음이야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더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의원님은 복음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복음을 전파하는 데 무슨 차별과 혐오의 말을 더하시려고 교회가 기도씩이나 해 가면서 차별금지법을 막아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건가요? 의원님도 "사랑하니까 반대한다"는 그런 말을 '복음'이라 생각하시는 건가요? 성서는 분명히 말하고 있습니다. 사랑은 이웃에게 해를 입히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사랑은 율법의 완성입니다. 모든 계명은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여라"라는 말씀에 요약돼 있습니다. 여기 어느 틈에 차별과 혐오가 끼어들 수 있나요? 의원님,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복음을 전파하고, 하나님나라를 확장하는 일에 차별금지법은 방해가 되지 않습니다. 이해가 잘 안되신다면, 외우셔도 좋습니다.

"차별금지법은 복음 전파와 하나님나라 확장에 방해가 되지 않습니다."

종종 그런 사람들을 봅니다. "아니 뭐, 내가 무슨 말만 하면 혐오 표현이래. 나 참, 무서워서 무슨 말을 못하겠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요. 저는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차별금지법이 제정되고, 그들이 이번 기회에 말을 가려서 하는 법을 배우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이제껏 너무 아무 말이나 하고 살았던 게 아닌지 성찰해 볼 기회가 되면 참 좋겠습니다.

아무쪼록 김회재 의원님께 하나님의 너른 사랑이 닿기를 빕니다. 하나님 사랑은 놀랍게도 사람을 가리지 않으니까요. 지금 부산에서부터 서울까지 도보로 행진하고 있는 두 활동가가 있습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11월 10일까지 국회를 향해 걷고 있다고 합니다. 이제 국회가 응답할 때입니다. 의원님이 일하실 때입니다. 의원님이 하나님의 사랑을 누리셨다면, 이제 괜히 어디 노회 돌아다니지 마시고 어서 가서 일을 하세요. 의원님이 하나님나라를 확장하는 데 보탬이 되는 일은 지금 가서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일입니다. 지켜보며 응원하겠습니다. 화이팅!

김유미 / 한국교회를 향한 퀴어한 질문, 큐앤에이(Q&A)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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