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평등법 제정을 염원하는 그리스도교 단체들이 주최하는 '세상을 바꾸는 여름' 마지막 강의가 8월 16일 온라인으로 열렸다. 8주간 진행된 포럼의 마지막 시간에는 에큐메니컬 운동에 앞장서 온 해외 교단의 성소수자 지지 현황과, 이들이 어떻게 성소수자를 환대하게 됐는지 과정을 소개했다.

한국교회와 다르게 세계 교단 중에는 성소수자를 환대하고 포용하는 곳도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신정호 총회장),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이건희 총회장)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미국장로교회(PCUSA)는 성소수자 목사 안수는 물론, 목회자 재량으로 동성 커플의 결혼을 주례할 수 있게 했다. PCUSA 동아시아지부 이은주 목사는 40년 넘게 치열하게 논의한 끝에 이런 결과를 이끌어 냈다고 소개했다.

'세상을 바꾸는 여름' 마지막 강의가 8월 16일 온라인으로 열렸다. 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세상을 바꾸는 여름' 마지막 강의가 8월 16일 온라인으로 열렸다. 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이은주 목사는 "성소수자라고 해서 차별받으면 안 된다는 개념은, 1950~1960년대 걸쳐 미국 사회에서 전개된 인종차별·성차별과 싸웠던 민권운동의 결과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1987년 PCUSA 총회에서 "성소수자들이 고용, 주거, 공공시설 사용 등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고 요구했다"며 평등법(차별금지법)에 대한 일종의 지지 성명을 발표했다고 했다.

계속되는 논의 과정에서 성소수자에 반감을 지닌 일부 교회와 교인이 교단을 떠난 것도 사실이라고 이은주 목사는 말했다. 하지만 이 목사는 "끊임없는 협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교인 다수가 성적 지향이 취향이나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동성애 관련 말씀을 해석할 때 법과 판단이 아닌 사랑과 정의라는 폭넓은 범주 안에서 다루게 되는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기장과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캐나다연합교회(UCC)에는 '어펌유나이티드(Affirm United)'라는 단체가 있다. 1982년 설립된 단체로 성소수자 당사자와 지지자들이 참여한다. 이 단체는 교단 내에서 성소수자와 관련한 교육, 지지, 연대 활동을 주로 해 왔다. 성소수자를 인정할 수 있는 신학적 정당성을 연구·정립하고 어떻게 성소수자를 환대하고 포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연다. 이들의 활동으로 UCC는 1988년 총회에서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과 상관없이 예수를 그리스도라 고백하는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어펌유나이티드는 성소수자 인권 이외에도 다양한 차별 문제에 목소리를 낸다. UCC 소속 임마누엘대학교(Emmanuel College) 김혜란 교수(설교학)는 "창조의 다양성을 축하하고 다름을 인정·존중하는 신학은 정의의 문제와 직결된다. 따라서 어펌유나이티드는 연령·장애·성·인종·계급·문화·종교·언어 차별 및 생태계의 착취와 부정의 문제 등 사회에 만연한 다양한 억압과 차별 문제에 함께 저항해 왔다"고 말했다.

캐나다연합교회의 '어펌유나이티드'는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한 교회에 수료증을 수여하며 '환대하는 교회'로 인정하는 예식을 진행한다. 어펌유나이티드 공식 페이스북 갈무리
캐나다연합교회의 '어펌유나이티드'는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한 교회에 수료증을 수여하며 '환대하는 교회'로 인정하는 예식을 진행한다. 어펌유나이티드 공식 페이스북 갈무리

필리핀연합교단(UCCP)은 현재 필리핀에서 벌어지는 인권 활동가 탄압에 맞서 '인권 데스크'를 운영하며 인권 옹호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인권 운동에 두각을 나타낸 UCCP는 이미 2014년 총회에서 각 지역 교회·노회 등이 성소수자를 위한 피난처를 제공한다는 내용을 결의했다. 프랭크 허난도 목사는 "이 결의에는, 성소수자들이 제약없이 사회적 관계를 맺어 갈 수 있도록 교회가 환대의 장이 되어야 한다는 내용 또한 담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기독교단(UCCJ) 역시 성소수자에게 목사 안수를 주고 있다. 하지만 일본기독교단도 처음부터 전향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나가오 유키 목사는 "1998년 동성애자 신학생을 차별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총회에서 동성애 혐오 발언이 나왔는데 현장에서 반발하는 사람도 있었다. 교단은 찬반 양쪽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그런 자리는 결국 생기지 않았다. 그 신학생은 시간이 흘러 목회자가 되었는데 아무도 그때 일을 사과하지 않았다. 한쪽에서는 사과는커녕 논의도 없이 '귀찮으니까 없던 일로 하자', '안수 받았으니까 됐잖아'라는 태도를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까지도 비슷한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가오 유키 목사는 그동안 기독교가 절대 권력을 쥔 재판관 입장에서 성소수자를 죄인으로 볼 것인지 결정해 왔다고 했다. 나가오 목사는 "이런 불균형한 구조에서는 동등한 대화를 할 수 없다. 기독교는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을 계속 구별하는 사고방식을 유지해 왔다. 이런 기독교적 사고방식의 가장 큰 피해자는 성소수자다. 교회가 그동안 성소수자 차별을 적극적으로 행해 왔기 때문에, 지금은 반대로 성소수자를 긍정하는 메시지를 더욱 발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평등법 제정을 염원하는 그리스도교 단체들이 주관한 '세상을 바꾸는 여름'은 8번째 강의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단체들은 8월 30일 '차별과혐오없는평등세상을바라는그리스도인'을 공식 출범하고, 기독교 내에서 평등법 제정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이어 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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