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차별금지법·평등법이 통과된다고 '동성애 독재' 시대가 올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 개신교계는 '반동성애 독재' 시대다. '동성애 반대'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 언제 무차별적 사상 검증을 당할지 모른다. 아니, 동성애 반대 입장을 밝히더라도 소위 반동성애 강사들 입맛에 맞지 않으면 자기도 모르게 '동성애 옹호자'가 된다. 반동성애 강사들이 근거로 내세우는 것 대부분이 허위 정보에 기반하고 있으니, 마녀사냥을 당하지 않으려면 거짓말을 믿어야 하는 꼴이다.

교계 성소수자 관련 단체들의 태도를 보면 더 확연해진다. (실체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반동성애 단체는 십수 개에 달한다. 이들은 아주 당당하게 시위도 하고 기자회견도 한다. 지자체에 대놓고 항의 전화·문자 폭탄을 날리고 각종 인권조례 제정과 퀴어 문화 축제를 방해한다. 그러면서도 큰 교단·교회에 강사로 불려 다니며 무슨 투사라도 되는 양 대접받는다. 반면, 성소수자 인권을 옹호하는 교계 단체들은 수도 적고 점잖게(?) 활동한다. 그러면서도 언제 들어올지 모르는 교단이나 학교의 제재를 감당해야 한다.

이런 기울어진 운동장에 성소수자를 위한 단체가 하나 생겼다. '한국교회를 향한 퀴어한 질문'을 모토로 하는 '큐앤에이(Q&A)'다. 큐앤에이는 'Question and Answer', 'Queer and Ally'라는 중의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성소수자 축복기도로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이철 감독회장)에서 정직 2년 판결을 받은 이동환 목사가 만들었다. 이 목사는 7월 22일 페이스북에 큐앤에이 시작을 알리며 "예수가 선포한 복음의 의미를 기억하며 혐오와 차별의 시대에 우리 신앙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모든 존재에게 안전하고 평등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묻고 답을 찾아 가겠다"고 밝혔다.

허위 정보에 중독돼 한국 사회 인권 증진의 최대 걸림돌처럼 돼 버린 한국교회에 이런 단체가 생긴 일은 환영할 일이지만, 앞서 얘기했듯 교계 상황은 전혀 좋지 않다. 게다가 사무국장을 맡은 이동환 목사는 현직 감리회 목사에, 성소수자 축복기도로 정직 2년 징계를 받았고, 함께 일하는 김유미 간사도 현재 감리교신학대학교 학생이다. 언제 어떻게 교단과 학교에서 불이익을 받을지 모른다. 이들은 어쩌다 이런 용감한(?) 일을 벌이게 됐을까. 이동환 목사와 김유미 간사를 8월 23일 서울 중구 희년평화빌딩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봤다.

큐앤에이 김유미 간사(왼쪽)와 이동환 사무국장. 뉴스앤조이 구권효
큐앤에이 김유미 간사(왼쪽)와 이동환 사무국장. 뉴스앤조이 구권효
또 누군가를 잃지 않기 위해

- 안녕하세요~ 각자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이동환 / 감리회 소속 목사입니다. 영광제일교회 담임목사인데 2년 정직을 받은 상태이고요. 큐앤에이라는 단체를 만들어서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김유미 / 감신대 기독교교육학과에 재학 중입니다. 학교에서 여러 학생운동을 하고 있고요. 새길교회 교회학교 사역자이고, 큐앤에이에서 간사로 일하게 됐습니다.

- 이동환 목사님은 이제 어떻게 되는 거예요. 언제까지 정직 기간인가요?

이동환 / 재판비용 문제로 총회 재판이 각하됐다는 소식을 들은 지 벌써 한 달 반이 지났는데요. 그동안 아무 연락이 없었어요. 그래서 정직 기간도 확실하지가 않아요. 1심 판결부터 계산하면 내년 10월까지예요. 그런데 교리와장정상 재판에 회부되기만 해도 강단에 못 서거든요. 그 기간까지 치면 내년 6월까지고요. 2심 판결부터 계산하면 아직 총회에서 아무런 연락이 없으니 가늠조차 안 돼요. 총회에 문의하면 코로나19 때문에 모이지 못해서라고 하는데… 답답합니다. 현재 교회는 성도들이 유지하고 있어요.

- 정말 답답한 상황이네요. 그래도 무기력하게 있지 않고 큐앤에이라는 단체를 시작하셨습니다. 어떤 계기로 이런 단체를 만들게 되셨어요?

이동환 / 재판받으면서 지금 교계 상황이 심각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성소수자를 축복했다는 이유만으로 재판을 받는 것 자체도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대화할 때 느끼는 벽과 편견들, 그들의 근본주의적 신앙이 정말 심각하더라고요. 교회에서는 훌륭하고 인자한 목사님도 성소수자 문제에서는 악마처럼 변해 버리는 모습을 봤어요.

사회는 인권이 계속 발전해 나갈 텐데, 제일 발목 잡는 게 교회가 된 거예요. 재판 때도 늘 말했지만, 저는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고 여전히 교회에 희망을 가지고 있거든요. '교회가 이 땅에 남겨 두신 그리스도의 몸이라고 한다면 어떻게 기능해야 할까'라고 생각했을 때 예수님처럼 소수자 편에 서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교회가 좀 변했으면 좋겠고, 본연의 아름다운 모습을 회복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그래도 막상 단체를 만들자니 걱정되더라고요. 저는 남성 시스젠더(생물학적 성과 성 정체성이 일치하는 사람 -편집자 주)에 이성애자인데, 성소수자 단체를 해도 되는지, 주제넘은 게 아닌가 싶었어요. 성소수자 단체에 계신 한 분에게 조언을 구하러 갔는데, 그분이 이러시더라고요. "인권 증진에 가장 발목 잡는 게 교회라면, 그 교회를 변화시키는 게 결국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 아니겠느냐. 교회 변혁을 위한 일에는 당신이 당사자다"라고요. 제가 혹시 퀴어 커뮤니티에서 이런 기독교 운동 쪽에 바라는 점이 있는지도 여쭤 봤는데 "우리는 너희가 괴롭히지만 않으면 너무 잘 사니까, 우리를 도울 생각하지 말고 너희 내부를 변화시킬 생각을 해"라고 하시더라고요. 이 말씀이 많은 도움이 됐어요.

또 한 가지는…(웃음) '어차피 얼굴 다 팔린 거 그냥 내가 하자'는 마음도 있었어요. 교계 상황이 이러니까 성소수자 인권을 위해 일한다고 하면 낙인찍힐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잖아요. 근데 저는 뭐 자의 반 타의 반 이렇게 됐으니, 반대로 생각해 보면 또 이만큼 적기가, 적임자가 없겠다 싶더라고요.

김유미 / 저는 감신대 총여학생회 총무로 성소수자축복기도로재판받는이동환목사대책위원회(대책위) 활동에 참여했어요. 대책위를 하면서 교단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어요. 자연스럽게 이 사안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게 됐던 것 같아요. 한국교회 안에서 성소수자를 축복했다고 재판을 받는 이 상황이, 목회자를 꿈꾸는, 신학을 공부하는, 신앙생활을 하는 한 사람으로서 어떤 의미인지 고민했어요. 그래서 이동환 목사님 재판이 한 번도 제 일이 아닌 적은 없었어요.

큐앤에이에 합류하게 된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었어요. 목사님이 같이하자고 제안해 주셨는데, 처음에는 좀 주저하시더라고요. 단체가 뭐 사무실도 없고 기반이 아예 없으니까 같이하자고 말하기가 좀 머쓱하셨나 봐요. 그래서 제가 제대로 제안해 달라고 했어요. 잠깐 시간을 드릴 테니까 마음의 준비하시고 멘트도 좀 정리하셔서 다시 얘기하라고.(웃음)

- 이야기를 들어 보니까 역시 이동환 목사님 재판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고 볼 수 있겠네요. 실제로 재판 과정에서 당했던, 목격했던 성소수자 혐오는 구체적으로 어땠어요?

이동환 / 기본적으로 교회 지도자들이 성소수자에 대해 너무 무지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재판 이전에 받은 심사들, 재판 과정, 그리고 중간중간 계속 오는 연락들을 겪으면서요. 대부분 교단 목사·장로였는데, 너무 자극적이고 왜곡된 내용을 얘기하는 거예요. 뭐 항문 섹스, 소아성애, 수간, 이런 이야기들이요. 에이즈에 대해서도 그렇고요. 정말 세간에 떠돌아다니는 온갖 허위 정보를 총합으로 가지고 있으면서 맨날 그걸 반복하는 거예요.

제 전화번호는 어떻게 알았는지 대뜸 전화해서 욕하고 저주하는 사람도 많았고요. 새벽 4시에 전화해서 다짜고짜 방언을 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장로들 사이에서는 제가 게이라는 소문도 돌았대요. 이렇게 막 나가는 사람들의 공격들도 어려웠지만, 좀 더 어려웠던 건 '점잖은 혐오'였어요. 마치 자기는 다 알고 있고 이해한다는 양 말하면서, 사실은 어떤 생각도 가지고 있지 않고 정치적 실리만 따지는 사람들. 동성애에 대한 성경 구절 예닐곱 개만 근본주의적·문자주의적으로 해석하면서 '성경에 나와 있지 않느냐'고 말한다든지. 그런 태도가 제일 막막했던 것 같아요.

이동환 목사는 교단에서 재판을 받으며 교계 현실을 더욱 적나라하게 알게 됐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이동환 목사는 교단에서 재판을 받으며 교계 현실을 더욱 적나라하게 알게 됐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 목사님 재판할 때 제가 약간 충격받은 장면은, 청년들이 '죄는 축복할 수 없다'는 피켓을 들고 있었던 거였어요. 나이 많은 교단 중진들이야 그렇다 쳐도 젊은 사람들은 좀 다를 줄 알았는데, 제 착각이었나 봐요.

김유미 / 학교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수위만 좀 다를 뿐이지, 성경을 문자주의적으로만 해석하고 온갖 허위 정보를 되풀이한다는 점은 비슷해요. 직접적으로 동성애 찬성·반대 이런 이야기는 잘 나오지 않지만, 이런 의제가 한번 나오면 사람들이 딱 얼어요. 엄청 눈치 보고 마치 '해리포터'에서 볼드모트 얘기하는 것처럼, 자기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는 거죠. 익명 게시판에는 혐오 발언들이 좀 있고요. '어떤 교수는 퀴어신학 하더라', '쟤는 하는 거 보니까 레즈비언인 거 같다' 이런 식으로.

그래서 더 생각이 많았어요. '내가 지금 이때에 여기에서 이 사람들과 함께 공부하고 목회자를 꿈꾼다는 게 어떤 의미일까.' 이런 사람들과 함께 수업 듣고 과제를 하기도 하니까요. 재판 당사자는 이동환 목사님이었지만 저도 어떤 당사자성을 가지고 임했던 것 같아요. 선배 목사를 돕는다는 차원이 아니라 지금 한국교회에서 일어나는 일에 동참하고 있다는 생각으로요.

- 두 분이 각각 현직 목사와 신학생인데다가, 목사님은 지금 정직 상태인데요. 교단과 학교에서 또 불이익을 받지 않을지 고민이 많았겠는데요.

김유미 / 염려돼요. 그래도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해야죠. 만약 큐앤에이 활동이 문제가 돼서 학교를 졸업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오히려 큐앤에이를 더 열심히 해야겠죠. 사업 삼아.(웃음) 제가 좀 눈앞에 보이는 일에 충실한 스타일이에요. 졸업할 수 있을까, 신대원 갈 수 있을까, 목사 될 수 있을까, 이런 걱정하면 아무것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잖아요.

저는 대책위나 큐앤에이 활동하기 전에는 목회 뜻이 별로 없었어요. 공부를 더 하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오히려 활동하면서 목사가 돼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나 같은 목사가 필요하다'는 말이 좀 이상하지만 맞는 것 같아요. 이런 일에 목소리 내는 목사가 더 많아지면 좋겠다는 마음이 커요.

이동환 / 교리와장정에 가중처벌법이 있어요. 같은 사안으로 또 재판을 받을 경우 형량이 두 배가 돼요. 정직은 최대 2년이니까, 여기서 가중처벌되면 면직이나 출교가 되겠죠. 생각 안 한 건 아니에요. 그런데 오히려 성소수자를 축복했다고 정직 2년을 받는 이 현실이 이런 운동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됐어요. 물론 현실이 이러니까 좀 참는 사람도 있겠죠. 그것도 한편으로는 지혜로운 일이라고 봐요.

하지만 이런 일이 동료와 후배들에게 계속 벌어질 거라고 생각하면 가만있을 수가 없어요. 재판이라는 게 과정이 너무 힘들더라고요. 에너지가 많이 들고 상처받는 일도 많고요. 그리고 사람들이 쉽게 죄인이라고 정죄할 때, 성소수자들은 생사의 갈림길에 서요. 제가 받을 불이익보다 더 두려운 건 누군가를 잃는 거예요. 그걸 막을 수 있다면, 그거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겠다 싶어서 운동을 시작하게 된 거죠.

농성 천막에서 엿본 가능성

- 큐앤에이 이야기를 해 볼까요? 어떤 목적으로 어떤 활동들을 해 나갈 생각이신지요.

이동환 / 첫째는 성소수자 당사자와 앨라이들에게 안전한 공간이 되면 좋겠어요. 정기적으로 하는 예배에 중점을 두려고 해요. 보니까 교회에서 신앙생활 잘하다가 갑자기 들어오는 혐오 발언에 상처받고 마음을 확 닫아 버린 사람이 많더라고요. 이후로 교회는 다니지만 마음을 열지 못하고 예배에 집중도 못하는 거죠. 이런 분들이 맘 놓고 예배드리고 은혜 받는 공간이 됐으면 해요. 코로나19 상황이 좀 나아지면 대화·식사 모임 등도 기획하고 있고요. 성소수자 청소년들 상담과 함께 기초 성서 공부 같은 것도 해 보려 합니다.

둘째는 한국교회 변혁 운동이에요. 교단별로 퀴어·앨라이 모임들을 조직해 보려고 해요. 성소수자 친화적인 '무지개 교회'들도 더 찾아서 네트워크를 구축해 교류하면 좋을 것 같아요. 또 장로회신학대학교 신대원 무지개 퍼포먼스 사건처럼,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한다는 이유만으로 교계에서 불이익을 받은 일도 많아요. 그런 걸 모니터링하고 피해자가 원하면 같이 싸우고 저항하는 일도 하려고 해요.

문화적인 접근을 하고 싶어요. 지금 큐앤에이 운영위원회로 모인 분들이 젊고 반짝반짝해요. 이분들과 함께 미디어 콘텐츠도 만들고, 한국교회에 턱없이 부족한 성소수자 관련 여러 매뉴얼을 해외 자료 번역·출판을 통해 마련하는 일도 준비하고 있고요. 각종 독서·영화 모임 등 동아리 활동도 하면서, 성소수자와 앨라이들에게 안전한 공간을 계속 제공하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김유미 / 저희 모토가 '한국교회를 향한 퀴어한 질문'이에요. 이 질문을 거꾸로 하면 그게 목적이 될 수 있겠다 싶었어요. '큐앤에이가 던지는 질문으로 퀴어하게 되는 한국교회.' 그게 목적이죠. 요즘 주디스 버틀러 책을 읽고 있는데, 버틀러는 '퀴어'가 단순히 어떤 정체성을 이야기하는 말이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연대 자체가 퀴어다', '예기치 못한 만남들을 통해 생기는 연대가 퀴어다'라는 거예요.

큐앤에이가 앞으로 하게 될 활동들은 한국교회의 예기치 못한 만남들을 귀하게 여기는 활동이 아닐까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한국교회가 품을 넓히고 그 품으로 더 많은 사람을 맞이하는 모습을 바라고 있어요. 이동환 목사님이 말씀하신 대로 여러 활동을 상상하고 기획하고 있는데, 그것들이 모두 한국교회의 품을 넓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김유미 간사는 성소수자 축복기도 재판에 연대하며 '지금 신학을 공부한다는 것'의 의미를 고민해 왔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김유미 간사는 성소수자 축복기도 재판에 연대하며 '지금 신학을 공부한다는 것'의 의미를 고민해 왔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이동환 /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이 많은데, 이걸 좀 많이 불식시키면 좋겠어요. 26일간 감리회 본부 앞에서 천막 농성하면서 인상적인 장면이 많았어요. 처음 보는 사람들이 천막에 많이 찾아왔어요. 갑자기 앉아서 뜨개질을 하는 분도 계셨고.(웃음) 그런 많은 분과 너무 즐겁고 행복하고 재미있게 잘 지냈어요. 서로 배려하면서.

그러면서 서서히 자기 정체성도 오픈하더라고요. 그런 것들이 이 천막 안에서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그들과 함께 예배하면서 찬양 부르고 은혜를 나누는 경험을 하면서, '아, 한국교회가 이렇게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성 정체성에 상관없이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묶인 사람들, 교회가 그런 공동체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 큐앤에이의 목적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도 했어요.

김유미 / 저도 한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오랫동안 천막 농성에 함께해 주신 분이 있었는데요. 그분이 어느 날 자기 애인을 천막에 데려오셨어요. 그때가 좀 늦은 시각이었는데 굳이 같이 오신 거죠. 그걸 보는데 '아, 우리에게 소개해 주고 싶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뭔가 나름의 신앙 공동체로 묶인 우리에게 자기 애인을 소개해 주고 싶었던 거예요. '잘 어울린다', '잘 맞는 커플이다' 이런 말을 되게 듣고 싶으셨겠구나 싶더라고요. 어느 교회나 이분의 이 절실함을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농성장에서 재밌는 일이 정말 많았어요. 어떤 분은 재택근무 짐을 바리바리 싸 들고 굳이 천막에 와서 일하시고, 어떤 분은 수박을 썰어 오시고, 어떤 분은 한약도 지어서 주시고…. 할머니부터 손자까지 3대가 방문한 적도 있어요. 너무나 '정상 가족'인데 목사님한테 기도 받고 싶다고 오셨어요. 농성 시작하기 전에는 몰랐는데, 흩어져 있던 마음들이 모이는 게 보이니까 큐앤에이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 정말 감동적인 에피소드가 많네요. 큐앤에이가 해야 할 일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기본적인 운영비가 좀 받쳐 줘야 할 텐데요.

이동환 / 일단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려고 해요. 저희가 당장 사무실도 없어서. 후원이 많이 필요해요. 저희는 철저히 교회 내 운동을 지향하는데, 교회에서 후원받기 쉬운 의제는 아니잖아요. 보통 이런 단체를 시작하면 일단 아는 선후배한테 연락해서 도와 달라고 하는데, 성소수자 문제는 그것도 안 되는 거예요.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그렇게 지인 통해서 후원받는 것보다, 정말 이 의제에 동의하는 분들이 모이는 게 건강하겠다 싶어요. 더딜 수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단단하게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큐앤에이가 제작한 리플렛. 뉴스앤조이 구권효
큐앤에이가 제작한 리플렛. 뉴스앤조이 구권효

- 큐앤에이가 8월 28일 토요일 여름 수련회를 하네요. 수련회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세요.

김유미 / '여름 수련회'가 교회에서 갖는 특별한 의미가 있잖아요. 저는 아니지만, 신학교 온 계기가 '수련회 갔다가 은혜 받아서'인 경우가 많더라고요.(웃음) 여름 수련회는 한국교회에서 '은혜 받는 시간'이라는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퀴어 크리스천들은 아마 중간에 낀 느낌이 많이 들 거예요. 퀴어 커뮤니티 안에서는 자기가 신앙인이라는 정체성을 오픈하기가 어렵거든요. 기독교인들이 저지른 악행이 워낙 많으니까요. 반대로 교회 공동체 안에서는 퀴어 정체성을 밝히기가 어렵죠. 어느 공간에 가서도 일정 부분 자기다움을 포기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상황인 거죠. 두 가지 정체성 모두 공존할 수 있고, 눈치 보지 않고 은혜 받을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 싶어요.

이동환 / 진짜 그런 것 같아요. 교회에서도 깍두기, 퀴어 커뮤니티에서도 깍두기. 그래서 교회를 떠나 버린 사람도 있지만, 신앙을 포기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거든요. 너무 괴로워하면서도 교회에 남아 있는 사람들. 그들이 좀 편하게 모여서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 그들이 주인공이 되는 시간을 만들고 싶어요.

*큐앤에이 여름 수련회 참가 신청
*큐앤에이 후원 방법
- 후원 계좌: 신한은행 100-035-182490(예금주: 큐앤에이)
- 정기 후원:
https://view.hyosungcms.co.kr/shorten-url/CoK0krt5bS
- 해외 후원: https://www.paypal.com/paypalme/qnaforchurch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