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다음으로 '연금'? 

'짧고 굵게', '대면으로' 딱 하루만 열린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류영모 총회장) 106회 총회 취재를 다녀왔어요.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시기였는데도, 1500명에 이르는 총대가 한 교회에 모였어요. (꼭 이렇게까지 해야 속이 후련했냐아~‍) 3박 4일 일정을 하루로 축소해 진행했는데도 할 건 다 하더라고요. 총회장 이·취임식도 하고, 나가서 점심·저녁 식사도 하고…. 

짧은 시간 동안 여러 안건을 처리하긴 했는데, 고질적인 문제에서는 벗어나지 못했어요. 아무래도 수많은 사람이 회무를 하다 보니 집중력이 떨어지고, 때로는 정체되는 현상이 간간이 벌어지기도 했어요. 회의를 주재한 류영모 총회장은 "제가 방금 가부를 물었습니까? 안 물었습니까?"라고 묻기도 하고, 한 총대는 방금 안건이 통과됐는데 왜 결의를 하지 않느냐고 따지기도 했어요. 일부 총대는 핸드폰을 보거나 서성이면서 시간을 보냈어요. 매년 봐 온 그림인데도 여전히 적응이 안 되네요.

그.런.데. 예장통합 총대(특히 목사 총대)들의 집중력이 어느 때보다 또렷해지는 시간이 있어요. 바로 연금재단 이사회 보고 시간인데요. 연금재단은 목회자들의 노후를 책임지기 위해 만든 기구예요. 국내 교단 중 제일 많은 '돈'을 보유하고 있지요. 이번에 보고된 액수만 '5760억 원'. 이 큰돈을 연금재단 이사 11명(목사 8명, 장로 3명)이 관리·투자해 오고 있는데 말들이 참 많아요.

연금 수혜 대상인 목사 총대들의 경우 연금재단 이사회가 공개하는 수익률에 늘 "팩트입니까?"라며 의문을 표해요. 이번 총회에서는 "당신들 못 믿겠으니 이사 수를 4명 더 증원해 달라"는 요구까지 나왔어요. 그동안 연금재단 이사회가 사고(부실 투자)를 친 적도 있어서, 불신하는 목사들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긴 해요. 이사 수를 두 배로 늘려 달라는 것도 아니어서, 4명 정도는 받아들일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오히려 연금재단 이사장은 "이사가 늘면 밖에서 로비할 수 있는 인원도 늘기 때문에 부정적이다"는 황당한 말을 내뱉으며 반대했어요. 이건 뭐…, 사실상 연금재단 이사들이 로비를 받고 있다는 말처럼 들리더라고요. 

이후로도 목사 총대들과 연금재단 이사회는 오랜 시간 공방을 주고받았어요. 다른 안건을 논의할 때와는 다르게 적극적이고 때로는 투쟁적이었어요. 아마 노후를 책임질 '돈'이 걸려 있지 않았다면 이런 광경은 펼쳐지지 않았겠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예장통합 안에서는 '하나님 다음으로 연금'이라는 말도 나오기도 해요. 물론 돈도 노후 관리도 중요하죠. 

목사님들이 연금재단 보고 시간에 들이는 열정(열쩡!열쩡!열쩡!)만큼 다른 중요한 안건(교단 재판 개정안 등)도 외면하지 않고 챙겼다면, 적어도 '하나님 다음으로 연금' 같은 우스갯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 같네요.

편집국 용필

친절한 뉴스B

그래도 기장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106회 총회에서는 나름 유의미한 결정이 많이 나왔어요. 

・ 우선 목사·장로가 아닌 일반 '교인'도 6명이나(!) 총회 정회원 자격을 얻게 됐어요.‍ 이게 무슨 의미냐면, 평신도들이 총회에서 의견을 내고 표결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거예요. 지금까지 교단 총회가 늘상 비판받는 지점 중 하나가 '총회에 참석하는 총대들이 교회 구성원 전체를 대표하지 못한다'는 점이었거든요. 교회는 목사・장로로만 구성되지 않는데, 중요한 의사 결정은 이들이 모두 하니까요. 

・ 앞으로 기장에서 목사가 되려면 성폭력 예방 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하고, 이수했다는 증명서를 목사 고시 접수할 때 같이 제출해야 해요. 

・ 중증 장애인도 목사가 될 수 있도록 현장에서의 차별을 좁히는 방안‍을 연구하자는 안도 통과가 됐고요. 

・ 성소수자를 향한 목회 방향을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 연구하는 성소수자목회연구위원회도 별다른 이의 없이 1년 더 존속하게 됐습니다. 2015년, 같은 헌의안이 처음 올라왔을 때만 해도 "뜨거운 감자니까 아예 건드리지 말자"는 입장이 지배적이었는데요. 6년 사이 총대들 인식이 변한 걸까요. 관찰자 입장에서 볼 때 그저 신기하기만 합니다.

총회에 가기 전에는 늘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는데요. 역시 총회라는 조직이 교단 정치에서 차지하는 의미를 되새겨 보면 현장에 가길 잘했구나 싶어요. 유의미한 결과를 이끌어내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으니까요. 총회가 끝났다고 해서 모든 게 다 마무리된 건 아닙니다. 총회에서 내린 결정을 한 해 동안 어떻게 구체화하고 이어 나가는지 지켜볼 때입니다. 여러분도 함께 지켜봐 주세요. 

편집국 은혜


총회 속에 답이 있다

어쩌다 보니 예장합동과 기독교한국침례회에 이어, 예장통합까지 한 달 동안 세 곳을 다녀오게 됐어요. 각 총회가 열린 울산・대전・파주를 쏘다녔으니, 선배들은 제게 '총회 3관왕', '이달의 직원'이라네요. 제가 다녀온 곳은 모두 대면 총회로 열렸는데요. 현장에 출입하는 취재기자들에게 PCR 검사 결과를 요구하더라고요. 코로나 검사를 몇 번이나 했는지 거의 매 주말 선별 검사소에 다녀와야 했어요. 이제 그만 가고 싶어요.

여러 곳을 다녀온 제 느낌은 '이럴 거면 왜 전국에서 총대들을 불러 모아 총회를 여는 건지 도무지 모르겠다'예요. 임원 선거하느라 시간을 다 보내고, 위원회 보고에서는 정작 교회와 교인들과 상관없는 이야기들만 펼쳐 놓는 것 같았거든요. 중요한 주제나 안건들은 시간이 부족해 아예 다뤄지지 않거나 임원회로 넘겨졌으니까요. 제일 많이 보고 들은 말 중 하나가 "1년 연장"이었는데요. 무언가 제대로 하면 모르겠는데, 매번 위원회 임기만 연장하고 마땅한 연구나 사업은 하는 것 같지 않으니…. 교인들의 헌금만 낭비되고 있는 셈이죠. 

내용에만 문제가 있는 건 아니에요. 대부분 총회 현장에는 장소를 제공한 교회 교인·교역자들이 봉사하고 있었어요. 정작 회의장 안에는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하루 종일 안내・청소・주차 및 방역 관리까지 도맡았죠. '남성' 총대들을 위해 대다수 여성 화장실이 남성 화장실로 바뀌었는데, 여성 봉사자들이 화장실을 찾아 여러 층을 오가는 모습을 보니 '이게 뭐 하는 건가' 싶더라고요. 

특히 이번 주에 열린 예장통합 총회는 여러모로 아쉬운 부분이 많았어요. 

・ 여성 총대 할당제 결의에도 불구하고 3%에도 못 미치는 여성 총대 수

・ 김운용 총장의 "우리 교수들이나 직원·학생들도 동성애는 죄라고 믿고 있다"는 발언(한 대학의 총장이 이런 말을 공개적으로 한다니요….)

・ '조건부 세습' 헌법시행규정 개정안을 1년 더 연구해 보겠다는 결정

・ 전광훈·인터콥의 이단 미지정까지.

・ 무엇보다 코로나 감염 폭발 상황에서 1500여 명이 모여 총회 현장 개최라니. 

아무리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킨다 해도 인근 주민들은 불안할 수밖에요. 실제 관할 시청에 민원이 많이 들어왔다는데요. 이들의 모습을 보니 한국교회 교인 수가 꾸준히 줄어드는 이유를 알 것 같아요. 

편집국 수진


사회적 약자 지키는 '크리스천 변호사' 

'성소수자 축복기도' 사건에서 이동환 목사의 변호를 맡은 최정규 변호사(원곡법률사무소)는 독실한 크리스천입니다. 한때 주 5일을 교회에서 살았고, 주석책마저 재밌게 읽을 정도로 열심이었다고 해요. 신혼여행도 종교개혁의 발상지 독일로 다녀올 정도인데요. 비텐베르크와 라이프치히 등을 돌면서, 종교개혁을 했던 마르틴 루터를 떠올리고, 독일 통일에 앞장선 교회의 모습을 회상했다고 해요….‍ 주변에 수많은 신앙인이 있지만, 최 변호사 같은 분은 처음 봤습니다. 

그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이라는 안정된 직장에서 나와 변호사 사무실을 열었어요. 그리고 신안군 염전 피해자를 포함해 이주 노동자, 장애인, 소수자를 변호해 왔어요. 그는 저서 <불량 판결문>(블랙피쉬)에서, 자신이 동행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 출입국·외국인청이나 고용노동부 공무원들이 민원인을 대하는 태도가 달랐다고 해요. 법률가로서가 아니라, 그저 누군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든든함을 느끼는 이주노동자,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곁을 지킨 것이죠. 강남 대형 교회 출신인 그는 현재 안산다문화교회를 출석하며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신앙생활 중이기도 해요. 

사회적 약자들의 권리를 찾아 주고, 그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최 변호사만의 일이 아닙니다. 그리스도인이라면 마땅히 나서야 할 일이기도 합니다. 최정규 변호사는 한국교회가 동성애 문제 등으로 경직되거나 정죄하기보다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의연하게 대처하며 소수자들을 더 돌보길 바란다고도 했어요. 그가 인용한 "교회는 기본적으로 비조합원들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진 협동조합이다"는 말이 오래 기억에 남네요. 

편집국 승현

뉴스앤조이 요모조모 

"'교회개' 그것도 영어를 발음 그대로 한글로. 의미가 무엇인가요?"

 l***** 님께서 남기신 질문입니다. 뉴스레터 리뉴얼 이후 구독자가 꽤 늘었으니, 아무래도 '처치독' 의미를 모르시는 분이 계실 것 같은데요. 저희가 앞서 3호에서 밝힌 이름의 의미를 다시 한번 남깁니다. 

"언론학자들은 언론을 개에 비유하곤 합니다. 권력을 감시하는 워치독(Watchdog), 권력에 빌붙어 기생하는 랩독(Lapdog), 기득권 체제에 편입돼 그 안에서 자기 권력을 지키려 하는 가드독(Guard dog), 그리고 중요한 이슈에 눈감는 슬리핑독(Sleeping dog). <뉴스앤조이>는 창간 이래 교회(Church) 권력을 감시하는 워치독(Watchdog)의 자세를 견지하려 애썼습니다. 처치독은 척박한 개신교 언론 현실 속에서 앞으로도 이 초심을 잃지 말자는 의미를 반영한 이름입니다. 

 

중의법이기도 합니다. 독자 여러분께서도 저희와 함께 눈을 부릅뜨고 교회 권력을 감시해 달라는 요청이자, 저희가 제대로 워치독의 길을 걷고 있는지 감시하고 지적해 달라는 부탁을 담고 있습니다. 뉴스레터를 통해 독자님들과 소통의 폭을 넓히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지난 20년간 곁을 지켜 주신 것처럼, 앞으로도 교회 개혁이라는 기치 아래 계속 함께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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