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한 추석 연휴 보내세요

독자님 안녕하세요? 추석 연휴가 다가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와 함께 맞는 두 번째 추석이네요. 방역 지침상 흩어져 사는 가족들과 최대 여덟 명까지 모일 수 있다고 하는데, 어떻게 보낼 계획이신가요? 저희 가족은 부모님이 백신 접종을 완료하셨고 저와 아내도 1차 접종을 완료해서 작년에 건너뛴 추석 가족 모임을 올해는 하려고 해요.

저희 부부는 아이가 태어난 후에 한 가지를 약속했어요. 설과 추석 양대 명절에 각각 두 사람의 본가 중 한 곳만 방문하기로요. 아이가 태어나기 전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질러야 하는 양가의 거리가 너무 멀어 고속도로 위에서 지옥의 행군을 자주 했거든요. 감사하게도 부모님들께서 서운함을 달래시며 저희 생각을 수긍해 주셔서 설 연휴에는 아내 본가에, 추석 연휴에는 제 본가에 다녀온답니다.

사실 양가의 거리가 먼 것은 표면적으로 부모님들께 말씀드리기 편한 이유이고요. 더 근본적인 이유는 아내와 제가 조금이라도 평등한 명절을 보내기 위해서예요. 대한민국 사회가 많이 변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보통의 기혼 여성들에게 명절 연휴는 가부장적 문화가 만들어 놓은 '며느리'라는 역할을 강요받는 시간이잖아요. 1년에 두 번 있는 명절 연휴 중에 한 번은 며느리가 아닌 '딸'로 온전히 명절을 누릴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물론 아내의 본가에 가서 명절 연휴를 보낸다고 해도 성차별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에요. 그곳에서도 가사 노동이 장모님을 비롯한 여성들에게 집중되는 게 현실이니까요. 솔직히 그 현실에 틈을 만들어 내기가 쉽지 않더군요. 문제의식을 공유하지 못하는 가족들 앞에서 저 혼자 유난스럽게 구는 것 아닌가 하는 부담에 쭈뼛거리게 되고, 무엇보다 어려서부터 뼛속 깊이 몸에 밴 '안 해도 되겠지'라는 생각이 자꾸 엉덩이를 무겁게 만드는 것 같아요.

흩어져 지내던 가족들이 오랜만에 안부를 확인하고 즐거운 시간을 향유해야 할 명절 연휴가 제가 사랑하는 여성들(엄마와 아내)에게 고단하고 불평등한 시간이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그러자면 ‘안 해도 되겠지’라는 생각부터 분연히 떨쳐 버려야겠습니다. 저와 같은 남성 독자님들께도 제안해 보아요. 이번 명절에는 텔레비전 앞 소파가 아닌 주방 바닥에 열심히 엉덩이를 디밀어 보자고요. 평등한 가사 노동으로 명절의 평화를 일구는 은총이 저와 여러분에게 함께하길!

사역기획국 은석

친절한 뉴스B

만방에 복음을 전했을지언정 재물 앞에서는…

입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여의도순복음교회 출입을 맡았어요. 당시 (지금도 그렇지만) 세계에서 제일 큰 교회는, 설립자 조용기 원로목사의 재정 문제와 일가 비리 의혹으로 상당히 시끄러웠어요. 한쪽에서는 비리 의혹을 제기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막고 수습하느라 정신이 없었죠. 결과적으로 조 목사의 배임은 사실로 드러났고, 일가의 재정 전횡도 확인됐지요. 조 목사나 그의 일가와 관련한 돈의 규모는 억대도 아닌 백억대로 어마어마했어요.

이 돈은 어디서 나왔을까요. 네 맞습니다…. 바로 교인들이 낸 헌금이죠. 조 목사 일가는 교회 돈으로 세우거나 투자한 기관(<국민일보>, 영산조용기자선재단, 한세대 등)의 요직을 차지하고 사실상 사유화했죠. 하지만 교회 측은 이 사실을 모두 알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어요. 세계 최대 교회를 세운 '설립자'가 직접적으로 관련돼 있었기 때문이죠.

"낮은 곳에 임한 '하나님의 종'…절망의 시대 희망 꽃피우다", "가난한 영혼의 언어로 구원 메시지 전파한 선각자", "지구 120바퀴 돌아 1500만 명에 복음 전파"…. 조용기 목사가 별세하자 <국민일보>는 이렇게 칭송했어요. 세계 최대 교회를 일구고 만방에 복음을 전했을지언정, 재물과 권세 앞에서는 그저 나약한 한 인간에 지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편집국 용필


 총회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처음 예장합동 총회를 갔을 때 모습이 잊히지 않습니다. 한 목사가 "양심선언을 하겠다"며 5만 원짜리 다발 네 개, 2000만 원을 흔들어 보인 건데요. 제 기억 속 예장합동 총회는 맨날 싸우고, 소리 지르고, 쓸데 없는 걸로 4박 5일을 허비하는 연례행사였습니다.

지난해 비대면으로 잠잠(?)했는데, 2년 만에 시끌벅적한 총회로 돌아왔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하루 만에 끝냈으니 망정이죠. '도대체 저게 왜 중요해?' 하는 이슈를 가지고 아주 박이 터지게 싸웁니다. 올해는 한 목사가 나와서 "왜 한국어를 사랑하지 않느냐. 'page'라고 하지 말고 '쪽'이라고 표기해라!"라며 열변을 토하고 들어갔고요. 다른 한 목사는 발언대로 나올 때 총회장한테 인사하지 않았다고 총대들에게 혼이 났습니다.

바뀐 규정이 이상하다고 총회장과 전 총회장이 싸웁니다. 몇 시간 전까지 화기애애하던 사람들입니다. "사람 바보 만들지 말라"며 싸우는가 싶더니, 이내 "녹취록 까 봐"가 나옵니다. 진짜 재작년 규정 제정 당시 현장 영상을 틀면서 또 열변을 토합니다. 한참 싸우다 보니 좀 전에 논의한 게 어떻게 처리됐는지 까먹는 경우도 있습니다.

총회는 이렇게 돌아갑니다. 처음으로 교단 총회를 취재했던 후배 기자가 "하루 만에 끝나서 다행"이라는 평을 남겼는데요. 독자 여러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슈, 한국교회를 위해 지금 반드시 다루고 밤샘 토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슈는 저~언혀 논의되지 않았습니다. 아마 내년도 이렇겠죠? 

편집국 승현


연극인 듯 연극 같은 연극 아닌 이야기

교회 청년부를 다룬 연극 하나를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오늘부터 개막하는 '청년부에 미친 혜인이'라는 연극인데요. 제목도 제목인데, 시놉시스상의 한 문장이 눈을 사로잡습니다. "그리고 벼락처럼, 혜인이는 지옥에서 온 페미니스트가 되어 청년부로 돌아온다." (두둥) 

벌써부터 연극인 듯 연극 같은 연극 아닌 이야기일 거라는 감이 오는데요. 극본을 쓰고 연출한 이오진 극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왔어요. 이 극작가는 20대 시절 직접 경험한, 사회와 괴리된 한국 개신교회의 행태, 특히 21세기에도 여전히 혼전순결 교육과 성 엄숙주의가 만연한 교회 청년부의 모습을 '코미디' 형식으로 연극에 담고자 했대요. 

'청년부에 미친 혜인이'라는 제목에는 중의적인 의미를 담았대요. 몸과 마음을 바쳐 교회 봉사와 예배 성수를 하는, 교회에 '미쳐 있는' 혜인이와 청년부에서 '미친 사람 취급'당하는 혜인이로 해석할 수 있어요. 성차별적이고 여성 혐오적인 교회 안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려면 '지옥'에서 온 페미니스트가 되거나, '미친 사람'이 돼야 한다는 이야기에 다시 한번 씁쓸해지네요.

그나저나 이 연극, 반응이 가히 폭발적입니다. 예매를 시작한 지 3일 만에 800여 석에 달하는 티켓이 모두 매진됐다고 해요. 소셜미디어상에서도 "예매에 도전했다 장렬히 전사했다"는 등의 후기가 쏟아지더라고요. 교회와 페미니즘을 다룬 연극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이만큼이나 된다니, 이제 교회는 신앙 여부를 떠나 누구나 (안 좋은 쪽으로) 궁금해하는 이야기가 됐나 봐요. 그나저나 교계는 얼마나 관심이 있을지 모르겠네요. 청년들과 담당 목사들이 함께 관람해도 참 좋을 텐데 말이죠. 혹시 몰라요. 퀄리티 높은 '여호수와 찬양팀'을 보며 은혜 받고, 인생살이에 도움되는 팁을 얻어 가실지도요. 

편집국 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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