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활민 목사가 최 아무개 권사로부터 받았다는 돈 뭉치를 공개했다. 은급재단 납골당 문제의 비리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예라고 했다. 자신은 조사위원도 아닌데 돈을 받았으니, 위원들은 어떻겠냐는 것이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100회 총회 둘째 날 저녁. 특별위원회 보고 순서 중 은급재단납골당문제후속사법처리전권위원회(납골당처리위)의 보고가 이어졌다.

그러나 납골당처리위의 보고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위원회는 10년 넘게 이어진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은급재단이 납골당을 처분하자고 청원했지만, 허활민 목사(산서노회)의 등장으로 묻혀 버렸다. 허 목사가 납골당 사건으로 총회와 소송전을 진행 중인 최 아무개 권사에게 돈을 받았다며 준비해 온 돈뭉치를 총대들에게 꺼내 보인 것이다. 그는 "납골당처리위원도 아닌 나한테도 와서 돈을 줬다. 그럼 조사위원들이나 은급재단 관계자들은 어떻겠는가"라고 했다.

5만 원권 네 뭉치를 든 허 목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자신에게 납골당 건으로 로비를 받은 사람들 명단도 있다고 했다.

둘째 날 오전까지만 해도 비교적 조용하던 장내는 소란스러워졌다. 총대들은 당장 명단을 공개하라고 거세게 요구했다.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총대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백남선 전 총회장을 비롯한 여러 총대들이 발언대에 올랐다. 각각 '명단을 공개하면 총대들이 명예훼손으로 법에 저촉될 수 있다', '조사위원도 아닌 허 목사의 문건에 과연 신빙성이 있는가'라는 의견에서부터 '공익을 위해 공개하는 것이므로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 '총회에게 손해를 끼친 사람들이므로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난무했다.

▲ 허 목사가 로비 명단의 존재를 폭로하자, 장내가 소란스러워졌다.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 하면 안 된다를 놓고 논쟁이 오갔다. 일부 총대들은 단상 위로 올라가 총회장에게 항의하기도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이 문제로만 두 시간 이상 설전을 벌여 회의는 밤 10시 반까지 지속됐다. 박무용 총회장은 일단 중재안으로, 명단에 있는 사람들의 총대권을 일시 정지하기로 했다. 만약 혐의가 확인되면 총대권을 5년간 제한하고 사법 처리하기로 결의했다. 그러나 명단 공개에는 부정적이었다. 검증되지 않은 문서고, 명예훼손 우려가 있으니 임원회에서 검토 후 내일 아침 공개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총대들은 동의 대신 고성으로 맞섰다. 오늘 밤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이유에서였다.

백남선 전 총회장이 "이름 중 한 글자만 가리고 하면 되지 않겠느냐"고도 했고, 다른 총대들이 "공익을 위해 오늘 공개하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했지만, 박무용 총회장은 공개 대신 정회를 선택했다. 결국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다. 정회가 선포되자, 동의하지 못하겠다며 항의하던 대부분의 총대들은 마무리 찬송과 기도가 끝나기 전에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 박무용 총회장이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정회를 선언하자, 총대들은 즉각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찬송과 기도가 이어졌지만, 이들은 실망감을 크게 표출하며 퇴장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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