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동성애 교인: 나의 사랑하는 아들딸들아, 주께서 너희를 창조하신 그 모습 그대로 남자로, 여자로 가정으로 돌아가. 인천은 동성애 청정 구역이야. 당장 너희 집으로 돌아들 가!

퀴어 축제 참가자: 아저씨, 저도 교회 다녀요. 교회 다니는 사람이 이렇게 해도 되는 거예요?

반동성애 교인: 예수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모든 동성애자들은 지옥 불에 떨어져라!

퀴어 축제 참가자: 아저씨, 진짜 기독교 신자 맞아요?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같이 너희도 서로를 사랑하라고 말씀하셨어요.

반동성애 교인: 사랑하니까 반대하는 것이다.

'드래그 퀸' 예수: 야, 잠깐만. 너 지금 뭐라고 했어? 너 어느 교회 다녀?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전철 원장) 채플에 '드래그 퀸(Drag queen, 성별 정체성과 상관없이 의상과 메이크업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성소수자 문화의 일종 - 기자 주) 예수'가 등장했다.

드래그 아티스트팀 '페스타'와 '블랙 냉장고'가 '인천 퀴어 문화 축제에 온 예수'라는 제목으로 연극을 공연했다. '페스타'의 멤버 썸머(활동명)는 짙고 긴 속눈썹, 금색 가발, 하얀 바탕에 화려한 금색으로 치장한 겉옷으로 드래그 퀸 예수를 표현했다. 연극은 한 반동성애 개신교인이 인천 퀴어 문화 축제에 참석한 퀴어 커플을 핍박하고, 이를 본 드래그 퀸 예수가 그를 나무라며 '서로 사랑하라'는 교훈을 남긴다는 내용이다. 반동성애 개신교인들의 폭력 행사로 성소수자와 앨라이(지지자) 참석자들에게 큰 트라우마를 남긴 제1회 인천 퀴어 문화 축제 현장을 모티브로 했다.

1회 인천 퀴어 문화 축제에 온 예수(왼쪽 뒷편)가 퀴어 커플을 바라보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1회 인천 퀴어 문화 축제에 온 예수(왼쪽 뒷편)가 퀴어 커플을 바라보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그런 퀴어 커플을 비난하는 반동성애 개신교인. 그는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이라고 적힌 팻말을 몸에 둘렀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그런 퀴어 커플을 비난하는 반동성애 개신교인. 그는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이라고 적힌 팻말을 몸에 둘렀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보다 못한 '드래그 퀸' 예수가 내려와 반동성애 교인에게 "어느 교회 다니냐"고 묻는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보다 못한 '드래그 퀸' 예수가 내려와 반동성애 교인에게 "어느 교회 다니냐"고 묻는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결국 예수는 사랑으로 모두가 하나 되게 만들어 줬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결국 예수는 사랑으로 모두가 하나 되게 만들어 줬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채플의 각 순서는 10월 1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 한신대 신대원 예배당에서 사전 녹화한 후 10월 6일 한신대 신대원 내부 인터넷망을 통해 송출했다. 녹화는 화기애애하면서도 다소 긴장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드래그 아티스트들은 신대원이라는 낯선 공간에서 공연하는 것에 의의를 두고 최선을 다해 연극에 임했다.

'페스타'의 산사(활동명)는 1일 기자와의 대화에서 "내가 생각하던 예수의 진면목을 보여 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산사는 "예수는 서로 괴롭히거나 차별하지 말고 서로 사랑하라고 하셨다. 여기에 다른 뜻이 숨겨져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신대원 예배에서 공연하게 된 것과 관련해 "비대면이라 학생들을 직접 만나지 못하는 게 아쉽다. 기독교인만 있는 자리에 공연하는 것은 처음이다. 우리 공연이 문제가 될 수도 있을 텐데 불러 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연극 후에는 드래그 아티스트들이 나와 가요 '손에 손잡고'를 배경음악으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연극 후에는 드래그 아티스트들이 나와 가요 '손에 손잡고'를 배경음악으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비대면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해 공연하는 드래그 아티스트들. 뉴스앤조이 이은혜
비대면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해 공연하는 드래그 아티스트들. 뉴스앤조이 이은혜

이날 설교는 제2회 인천 퀴어 문화 축제 성소수자 축복식으로 기독교대한감리회 교단 재판을 받고 있는 이동환 목사(영광제일교회)가 맡았다. 그는 '우리의 땅끝'이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전했다. 이 목사는 사도행전 1장 8절 말씀에 나오는 '땅끝'이 단지 지리적인 의미로만 쓰인 게 아니라고 했다.

"누구나 자신만의 담과 울타리를 쌓아 경계를 지어 놓는다. 그것이 나의 종교적 신념이든 시대적 윤리이든 내가 갖고 있는 이데올로기이든 말이다. 땅끝으로 간다는 것은 지리적인 의미가 아니다. '저 사람만큼은, 저것만큼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담과 울타리를 허물고 마음의 벽을 무너뜨린다는 뜻이다."

이동환 목사는 "각자가 쌓은 경계와 담을 허물고 그 자리에 예수를 더하자"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이동환 목사는 "각자가 쌓은 경계와 담을 허물고 그 자리에 예수를 더하자"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그렇기 때문에 땅끝은 종착지가 아니라 계속 개척해 나가야 할 길이라고 했다. 이동환 목사는 개척하는 이에게는 시련·고난·핍박이 따르겠지만 "신앙의 본이 되는 예수 그리스도를 좇아 우리 안에 있는 담과 경계를 허물고 그곳에 예수를 더하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설교 후에는 성소수자 축복식이 재현됐다. 신대원 민중신학회 이성철 회장, 썸머, 이동환 목사가 나란히 서서 축복 예식문을 번갈아 읽었다. 예식문을 다 읽은 후 꽃잎을 뿌리며 예배를 마무리했다.

2019년 열린 제2 인천 퀴어 문화 축제 축복식을 재현하며 예배를 마무리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2019년 열린 제2회 인천 퀴어 문화 축제 축복식을 재현하며 예배를 마무리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한신대 신대원은 매주 수요일 오전·오후 채플을 진행한다. 신대원 내 여러 단위가 채플을 직접 구성하거나 한 순서를 맡아 참여할 수 있다. 신대원 성정의위원회와 예배를 공동 주관한 민중신학회 이성철 회장은 녹화 당일 기자를 만나 기획 취지를 설명했다. 이 회장은 "성소수자를 축복하다 정직을 당한 이동환 목사를 보면서, 각 신학교 안에 있는 성소수자 학생들과 어떻게 연대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들에게 힘이 되고 싶은데,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건 예배라는 생각에 이번 예배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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