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역 광장 앞에는 상반된 피켓을 든 사람들이 대치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제2회 인천 퀴어 문화 축제가 안전하게 끝났다. 축제는 8월 31일 '퀴어 있다'라는 주제로 부평역 북광장에서 열렸다. 오전 11시 부스 운영을 시작으로 무대 행사를 거쳐 오후 5시 퍼레이드까지 탈 없이 진행됐다. 반동성애 운동가들과 지역 보수 개신교인들이 인근에서 반대 집회를 열었지만, 경찰 감독 아래 양측은 충돌하지 않았다.

지난해 9월 제1회 인천 퀴어 문화 축제 때 경찰은 방관자처럼 행동했다. 개신교인들이 주최 측을 둘러싸 고립하고 폭언을 퍼부으며 폭행을 가해도 양측을 분리하는 데 소극적이었다. 올해는 완전히 바뀐 모습을 보였다. 아침부터 부평역 북광장은 경찰 버스로 둘러싸였다. 입구를 한곳으로 통일해 오가는 사람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축제에는 다양한 부스 50개가 자리를 잡았다. 서울 퀴어 문화 축제에 주로 참가하던 해외 대사관 부스도 여럿 보였다. 프랑스·영국·아일랜드·독일·호주·뉴질랜드와 북유럽 4개국이 한 팀을 이뤄 참석했다. 지난해 폭력 사태로 퀴어 문화 축제 개최가 무산되는 모습을 보고, 성소수자 가시화에 힘을 실어 주고자 참석했다고 밝혔다.

무지개예수가 준비한 축복식에는 성직자 세 명이 참석해 축복 기도문을 읽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성소수자 그리스도인 당사자와 지지자 모임 '무지개예수'도 부스를 열고 참석자들을 맞았다. 한국 사회에서 동성애를 반대한다고 외치는 가장 큰 세력은 교회다. 일부 10대 참가자는 성소수자를 긍정하는 그리스도인 모임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반가움을 표했다. 자신을 '웨슬리안'이라 밝힌 50대 남성은 "한국교회가 뭐라고 말하든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직접 눈으로 보고 싶어 찾았다. 성서에 대한 다른 해석을 접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부평역에서 약 750m 떨어진 부평공원에서는 인천광역시기독교총연합회(인기총·황규호 총회장)가 주관한 '인천 퀴어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인천 지역 기독교인이 대거 참석했다. 황규호 총회장은 "인천시민 300만 중 100만 명이 기독교인이다. 인천은 기독교 출발지이자 관문이고 전래지다. 인천에서 부정한 일이 일어나는 것을 인정할 수 없고 그대로 있을 수 없어, 이번 집회는 1만 명 참석을 목표로 했다. 기독교 위상을 보여 주고, 우리가 반대한다는 것을 보여 주자"고 말했다.

인기총도 여론을 의식한 듯, 집회 모토는 '안전'이라며 상대방을 자극하지 말자고 했다. 강영주 사무총장은 광고 시간을 이용해 "질서를 잘 지켜 주셔야 한다. 이번 집회 모토는 '평화 집회'다. 만나는 사람이나 경찰에게 절대 이상한 말 하시면 안 된다. 행진할 때도 앞의 지시를 잘 따라 달라"고 말했다.

퀴어 퍼레이드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양측은 크게 충돌하지 않았다. 어쩌다 한 사람씩 뛰어들면 경찰이 제지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집회를 마친 이들은 퀴어 축제가 열리는 부평역 광장 인근까지 행진했다. 부평역 북광장 길 건너에는 교계 반동성애 활동가들이 주축이 돼 만든 단체들이 자리를 잡고 집회를 진행하는 중이었다. 이 집회에서는 자신을 '학부모'라 밝힌 이들이 주로 발언했다. 반동성애 진영이 그동안 주장해 온 "동성애 하면 에이즈 걸린다", "청소년이 항문 성교 아르바이트를 해 에이즈가 확산된다"는 발언이 반복적으로 나왔다.

부평공원을 떠난 인천 지역 기독교인들은 부평역 광장에 있던 반동성애 단체들과 합류해 집회를 이어 갔다. 이들은 △대한민국과 인천 땅에 음란의 영을 떠나가게 해 달라 △인천 땅을 지켜 달라 △가족을 지켜 달라 △교회를 살려 달라고 기도했다. 퀴어 퍼레이드가 시작될 무렵에는 모두 일어나 퍼레이드 시작 지점을 향해 서서 "기도로 악한 영을 막아야 한다"며 통성으로 기도했다.

퍼레이드 역시 경찰 통제 아래 별다른 사고 없이 진행됐다. 부평역 북광장을 출발해 산곡 입구 삼거리까지 약 2.7km를 돌아오는 코스였다. 약 1000명의 퍼레이드 참가자가 3차선 도로 200m 정도를 가득 메웠다. "동성애를 반대한다"고 외치며 행렬 앞에 뛰어든 사람이 간혹 있었지만 이내 경찰에게 제지당했다.

참가자들은 2.7km를 돌아오는 코스 행진을 탈 없이 마쳤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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