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성교육'을 한다며 복수의 여성 교인을 성추행한 송 아무개 목사가 소속 노회에서 징계를 받지 않고 '사직' 처리됐다. 이 과정에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경기노회(마두락 노회장)는 공식 치리 절차를 밟기 원하는 피해자들 의견을 묵살했다.

송 목사의 여성 교인 성추행 사실은 4월 6일 <뉴스앤조이> 보도로 드러났다. 그가 지난 두 교회를 사임한 이면에는 반복된 성 문제가 있었다. 기자가 확인한 피해자만 7명이었다. 피해자들은 기자와의 대화에서, 송 목사가 공적인 자리에서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회개 과정을 거치길 원했다.

피해자 A는 언론 보도 전, 송 목사가 소속한 예장통합 경기노회 마두락 노회장과 직접 통화하고 메일을 주고받았다. 마 노회장은 피해자들이 원하는 대로 처리하겠다고 했다. 그는 A와 주고받은 메일에서 "노회장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도록 하겠다. 무슨 행동을 취하게 되면 미리 A와 의논하겠다"고 했다.

피해자들은 정식 치리 과정을 거치길 원했지만, 노회는 송 목사를 '사직 처리'했다.

언론 보도 이후, 피해자들은 송 목사를 노회에 정식 고발하기로 했다. 노회장이 신뢰를 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경기노회 사무실에 전화해 절차를 문의했다. 직원은 '고소'하게 되면 예납금(재판을 진행하기 위해 미리 납부해야 하는 소정의 금액 -기자 주)을 내야 하니, 차라리 '고발'을 택하라고 친절하게 알려 줬다. A는 4월 9일, 다른 피해자들 진술서와 <뉴스앤조이> 기사를 스크랩해 경기노회 사무실에 보냈다.

하지만 이틀 뒤, A는 노회 임원에게 "송 목사가 사직 처리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송 목사가 이미 노회에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임원회에서 이를 처리했기 때문에, 송 목사는 더 이상 경기노회와 아무 관련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이미 노회 목사가 아니기 때문에 A의 고발장은 접수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노회가 공식적으로 이 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송 목사가 사과하고 회개하는 모습을 기대했던 A는 "모든 게 무너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노회 임원에게 '그럼 우리는 어디에 가서 사과를 받아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언론에 가시든지 알아서 하시라'고 답했다. 우리가 원한 건 이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는 조금 더 자세한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마두락 노회장에게 연락했다. 송 목사가 사직 처리된 과정을 묻는 기자에게, 그는 "송 목사는 더 이상 목사가 아니다. 임원회에서 적법하게 처리했으니까 더 이상 문제가 안 됐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합법이라도 면직과 사직은 많이 다르지 않느냐는 질문에, 마 노회장은 "목사직을 수행하지 못한다는 것에서는 똑같다"고 말했다.

성폭력이 드러나도 이를 근거로 징계를 받는 목사는 많지 않다. 교회는 이런 사실을 쉬쉬하며 목사를 내보내기 바쁘고, 목사를 관리 감독해야 할 노회마저 그를 징계하지 않고 사직 처리하는 선에서 '정리'하는 현상이 최근 지속되고 있다. 지난 3월, 예장통합 부산동노회도 여성 교인을 성추행한 목사를 '사직' 처리했다. 이들은 "징계 절차를 밟으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이유를 댔다.

남성 중심 목사 세계에서, 아직도 성폭력을 개인 문제로 치부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 홍보연 원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피해자들이 원하는 바가 명확했는데도 노회가 그것을 고려하지 않았다. '면직' 대신 '사직'이라는 방법을 택한 것은 노회가 이번 일을 교회의 공적 문제로 보지 않는다는 걸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목회자 성폭력은 교회 구조, 권력의 문제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렇게 보지 않으면,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또 개인 일탈로 치부하고 넘어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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