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 독서 캠페인 '탐구생활'(탐독하고 구도하는 그리스도인의 독서 생활)에서 독자들에게 추천하는 책입니다. 아래 내용은 평자가 책을 읽고 주관을 담아 작성했습니다.
<어둠 속의 촛불들 - 코로나 시대의 신앙, 희망, 그리고 사랑> / 로완 윌리엄스 지음 / 김병준 옮김 / 비아 펴냄 / 204쪽 / 1만 4000원
<어둠 속의 촛불들 - 코로나 시대의 신앙, 희망, 그리고 사랑> / 로완 윌리엄스 지음 / 김병준 옮김 / 비아 펴냄 / 204쪽 / 1만 4000원

일요책방 북큐레이터 용도사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 연장. 책 읽는 내내 4단계였고, 연장됐다. 이 말은 종일 서너 살 아이들과 집에 박혀 전쟁을 치러야 하는 상태라 독서나 서평 쓰기가 불가능에 가까웠다는 뜻이고, 거기에 애정을 담아 사려 깊은 해석·관점으로 타이핑을 하는 것은 더 어려웠다는 뜻이다. 이 책을 만난 불행한 타이밍이 한탄스럽지만, 그래도 이 책은 나와 같은 이들을 위한 책이기에 견디며 읽었다. 화장실에서, 보채는 아이를 한 손으로 달래며 다른 한 손에 책을 들고, 기절하기 직전 한 쪽이라도 더 읽으려다가 침대맡에 떨어뜨리며…. 평소 로완 윌리엄스의 책은 늘 기대 이상의 것을 선사했는데, 이번 독서·리뷰는 그걸 찾기보다 내 상황과 감정에 솔직해야 할 것 같았다. 그것이 코로나 시대를 사는 평범한 이들을 위한 신앙·희망·사랑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의 다른 책에 비해 평이하고, 정치적‧사회적 메시지는 실제로 도움이 되진 않았으며, 영국의 현 상황에 대한 메시지는 '그런가 보다' 싶었다. 이런 판에 박힌 아쉬움부터 언급하는 이유는, 그럼에도 역시 로완 윌리엄스답게 혹은 역시 그가 선보이는 복음답게 위안을 줬기 때문이다. 아무리 과학의 시대라 하지만, 인간이 다만 유전자 세포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메시지보다, 드라마·신화에 가까울지언정 아래와 같은 메시지가 결국 나를 살린다. 나와 비슷하게 하루하루 우울과 분노와 정신없음 삼연타를 당하며 독서는커녕 생각할 여유도 없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그리스도교 신앙이란 바로 이를 믿는 것입니다. 이것이 신앙이 우리에게 던지는 도전입니다. 모든 일이 잘 돌아갈 때, 삶이 의미 있다고 느낄 때뿐만 아니라 의미 없다고 느낄 때, 모든 일이 잘 돌아가지 않을 때, 춥고, 어둡고, 앞날마저 불투명할 때, 이 말씀을 신뢰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신앙입니다. '모든 시간이 그분의 것입니다.' 우리가 어느 곳에 있든, 어떠한 시간을 보내고 있든 우리의 삶에 '무의미'한 순간이란 없습니다. 삶에 '허비'란 없습니다. 살아 계신 예수께서 그 모든 순간, 모든 곳에 우리와 함께하시며, 활동하시기 때문입니다."(34쪽)

한 줄 평 : 평이하지만, 해내고야 마는 그리스도교가 건네는 위로의 메시지

박혜은 서울책보고 매니저

여름에는 어쩐지 여백이 넓은 책을 읽고 싶다. 코로나 시국에는 어쩐지 단순하면서도 힘을 주는 글을 읽고 싶다. 그런 마음을 알았을까. 진실은 어렵고 복잡한 속내를 지니고 있다는 듯 시적 언어로 말을 건네던 로완 윌리엄스가 짧고 다정한 메시지로 우리를 찾아왔다. 그가 교회 소식지에 적은 스물여섯 개의 짧은 묵상들은 하나하나 '코로나19'라는 어두운 거리를 밝히는 작은 가로등 불빛같이 은은하다. 고통과 불안 속에 더욱 빛을 발하는 그리스도교 신앙을 되짚는 가로등1, 욕망의 대상이었던 동물과 자연이 인간과 얼마나 긴밀한 관계였는지 일깨우는 가로등2, 열두 번째 사도 마티아가 묵묵히 자기 몫을 감당했음을 조명하는 가로등3, 마스크를 쓴 현실이 오히려 온몸으로 하느님께 나아가게 되는 길임을 역설하는 가로등4. 코로나 앞에서 한없이 작은 존재인 나를 직시하도록 도우면서 사회에서 배제됐던 타자를 생각하도록 시야를 넓히고 공동체의 역할을 상기시키는, 이 지당한 언어의 불빛들은 로완 윌리엄스가 2020년, 동시대 인간 동료에게 건넸다는 데에 그 힘이 있겠다. 당연한 말도 누가 어느 타이밍에 하느냐가 중요하므로. 목회적 돌봄이 충만한 문장을 읽을 타이밍에 제대로 도착했다.

한 줄 평: 거리 두기 4단계로 발이 묶이고 날도 더워 책은커녕 휴대폰 들 힘도 없지만, 영혼의 보양식은 필요한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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