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인 중 서울시 공무원인 분이 계십니다. 그분이 현재 행정소송 중에 있습니다. (중략) 서울시 17명의 공무원은 서울행정법원에 서울시인권침해구제위원회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2021년 4월 1일 재판이 열리게 되어 기도 요청을 해 오셨습니다.
 

'동성애 반대'가 죄가 되는 일이 일어나면 안 됩니다. 동성애자를 혐오 대상으로 여겨서는 안 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동성애자를 위하여도 십자가에서 피 흘려 주셨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나 '동성애가 합법화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 역시 성경의 가르침입니다. '동성애 반대'가 죄가 되고, 직장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입니다. 기독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 일이 우리 사회를 얼마나 혼란스럽고 무서운 세상으로 만드는지를 명심해야 합니다. (중략) 우리도 그런 심정으로 '동성애 반대'를 처벌하고 징계하는 세상이 되지 않도록 이번 행정소송 판결을 위하여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선한목자교회 유기성 목사가 3월 26일 페이스북에 올린 이 글은 '좋아요'를 1200개나 받았고 200회 가까이 공유됐다. 반동성애 운동에 열심인 개신교인들 역시 유기성 목사가 언급한 이 소송에 주목했다. 변론 기일이 다가올 때마다 "(반동성애) 공무원들이 패소하면 차별금지법 제정이 탄력을 받는다"며 승소할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는 사진·글·영상을 퍼 날랐다.

이 사건은 서울시 공무원으로 구성된 서울시청기독선교회(기독선교회) 회원 17명이 2019년 5월 7일,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퀴어 문화 축제를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퀴어 문화 축제가 음란하기 때문에 폐쇄된 실내에서 진행해야 한다며 서울시와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가 주최 측의 광장 사용을 불수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100명도 안 되는 인원이 참여한 설문 조사를 근거로 "서울시 다수 공무원은 퀴어 문화 축제에 반대한다"고 과장하기도 했다.

이를 지켜본 한 서울시민은 공무원이 이런 성명을 발표한 것은 성소수자 차별이라고 봤다. 그는 서울시 인권 기본 조례 6조 2항 "인권침해를 당한 시민 또는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나 단체는 인권 부서에 그에 관하여 상담 등을 신청할 수 있다"는 조항에 의거해 5월 10일 서울시 인권 담당 부서에 구제를 신청했다.

서울시 기독 공무원 17명은 2019년 5월, 서울광장에서 퀴어 문화 축제가 열리면 안 된다는 취지의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서울시 기독 공무원 17명은 2019년 5월, 서울광장에서 퀴어 문화 축제가 열리면 안 된다는 취지의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공무원에 의한 인권침해 사례를 조사하는 서울시 시민인권침해구제위원회(구제위원회)는 그해 12월, 기독선교회 회원 17명의 성명 발표가 성소수자 차별에 해당한다고 결정했다. 구제위원회는 △이들은 퀴어 문화 축제의 특정 몇몇 장면만을 들어 주관적·자의적으로 판단했고 △공무원의 성명 발표는 시민 입장에서 업무가 공정하게 이루어진다는 신뢰를 떨어뜨리는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성명서 내용은 명백히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표현에 해당되고 △소수 의견을 다수인 것처럼 과장해 발표한 것도 문제의 소지가 크다고 했다.

구제위원회는 서울시장에게, 공무원들의 공무 수행과 관련해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 표현이 발생하지 않도록 혐오 대응 시스템을 구축하고, '서울시 공무원 복무 조례'를 개정해 차별 및 혐오 표현 금지 조항 신설을 권고했다. 권고를 받은 서울시장은 기독선교회 회원 17명에게 결정 사항을 통지했다. 이들은 이의를 신청했으나 기각됐다.

이들은 계속해서 구제위원회 결정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기독선교회 한 아무개 회장은 2020년 2월 29일 <국민일보>에 기고한 글에서 "상대방의 인간적 존엄성을 모독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퀴어 행사의 문제점에 대해 자유롭게 외치는 표현의자유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그건 공직자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현재의 혐오 프레임은 상대방이 누리는 표현·양심·사상의자유를 침해하기 위한 장치로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독선교회 회원 17명은 작년 5월, 구제위원회 권고 결정이 부당하다며 서울행정법원에 소를 제기했다. 이들이 청구한 내용은 △구제위원회 권고 결정 취소 △서울시장의 시정 권고 결정 통지 취소 △권고 결정을 서울시 홈페이지나 사례집에 공표 금지 △회원 17명에게 각 10만 원 손해배상 △인권 및 차별 금지의 정의, 구제위원회 설치와 활동을 명시한 서울시 인권기본조례 일부 조항 위헌 심사 등이다.

서울행정법원은 6월 8일, 이 청구들을 모두 각하했다. '각하'는 소송 여건이 충족되지 않기 때문에 누가 옳고 그른지 다툴 필요조차 없는 건에 내리는 결정이다. 반동성애 진영에서 활동하는 주요 변호사들이 기독선교회 대리인으로 대거 참여했지만, 정작 링에는 오르지도 못하고 끝나 버렸다.

기독선교회 회원 17명이 제기한 소의 성격은, 행정관청의 위법한 처분이나 부작위로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당사자가 재심을 요구하는 '항고소송'이다. 이 항고소송은 행정관청의 '처분'이 있어야 성립되는데, 법원은 구제위원회의 시정 권고 결정은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처분이 아니라고 봤다. 권고 미이행에 대한 아무런 법률적 강제 규정이 없기 때문에, 공무원들의 구체적인 권리·의무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했다.

설령 구제위원회 시정 권고가 '처분'에 해당된다고 해도, 권고 결정을 받은 대상이 기독선교회 회원들이 아니기 때문에 이들은 소를 제기할 자격이 없다고도 했다. 구제위원회가 시정을 권고한 대상은 서울시장이다.

법원은 홈페이지 및 사례집에 공표·게시 금지, 손해배상 및 원상회복, 서울시 인권기본조례 위헌·위법 심사 청구 역시 부적합하다고 했다. 일단 구제위원회의 권고 결정이 이들을 향한 게 아니기 때문에 위헌·위법 여부에 따라 사건의 결론이 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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