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에 있는 한 목사가 조카를 상대로 오랫동안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주에 있는 한 목사가 조카를 상대로 오랫동안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처음 당했을 때 '왜 하필 나일까' 생각이 들었다. 그 일 이후 하루하루 사는 게 지옥이었다. (트라우마 때문에) 평범하게 사는 건 꿈도 못 꾼다. 가정도 일구고 아이도 낳고 싶었는데…."

[뉴스앤조이-이용필 편집국장] 이수영 씨(가명)는 중학교 1학년 때 이모부 유 아무개 목사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말했다. 집에 부모님이 안 계시던 틈을 타 이모부가 찾아와 자신을 강간했다는 것이다. 이후 대학교에 진학할 때까지 수십 차례 성추행·성희롱 피해를 입었다고도 했다. 5월 26일 천안에서 기자와 만난 이 씨는 가해자 유 씨가 당시에도 목사였다고 했다. 그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소속으로 총신대학교 재단이사도 지낸 바 있다.

이수영 씨는 성폭력 사건으로 20년 넘게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꾸준히 병원을 오가며 치료를 받기는 했지만, 괴로움이 극에 달할 때면 자해를 시도하기도 했다. 그와 달리 유 목사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평온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였다. 더는 참을 수 없었던 이 씨는 지난해 8월 유 목사에게 항의성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그러자 유 목사는 즉각 용서를 구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 왔다.

"내가 너무나 죽을죄를 져서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중략) 그런데 내가 악마에게 씌워서 그랬는지 그만 너에게 너무나 큰 상처를 주고 말았다. 너를 보기가 두려웠고 용서를 구할 용기도 사라지고 늘 불안한 삶과 너에게 찾아가서 사죄를 구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유 목사는 이 씨와의 전화 통화에서 "시간만 내주면 찾아가서 무릎 꿇고 빌겠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어떻게 하면 상처를 씻어 줄 수 있을까? 너한테 입이 천 개라도 할 말이 없지", "미안하고 죄송하고 용서해 주라. 내가 너한테 정말 사죄할게."

이수영 씨는 유 목사에게 성폭력당한 사실을 20여 년 만에 가족에게 알렸다. 이 씨 가족의 항의가 이어지자, 유 목사는 작년 9월 중순 이 씨 어머니에게도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한 가지 변명이지만 성폭행은 없었습니다. 추행은 충분히 인정하고 사죄하고 용서를 구합니다. 용서해 주세요. 수영이한테도 여러 번 용서를 구했지만 용서를 백 번이라도 구하겠습니다."

납작 엎드리는 듯했던 유 목사의 태도는 며칠 안 가 돌변했다. 이 씨가 유 목사의 자녀들에게 성폭력 사실을 알린 후였다. 유 목사는 '가룟 유다'를 언급하면서 이 씨를 저주했다.

"(과거 교회) 중등부 회계를 시켰지. 너를 가장 믿었기 때문에. 그런데 너는 헌금을 훔쳐서 썼지. 가룟 유다처럼 말이야. 가룟 유다는 헌금을 너처럼 쓰고 스스로 목을 매달아 떨어져 창자가 터져 죽었지."

이 씨 "용서해 달라더니 태도 돌변
뉘우치지 않으니 지탄이라도 받아야"
유 목사 "헌금 훔쳐서 때린 것뿐"

이수영 씨와 가족은 지난해 10월 유 목사를 강간 및 강제 추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은 이 씨를 직접 불러 조사했다. 하지만 경찰은 올해 1월 18일,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를 종결했다.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수사 결과 통지서에는 "피해 진술에 신빙성이 있고, 피의자를 무고하기 위해 허위로 꾸며 진술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는 진술 전문 분석가의 의견이 들어가 있었다.

이 씨는 유 목사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첫 공판은 6월 2일 열릴 예정이다. 이 씨는 기자에게 "용서해 달라고 할 때는 언제고 갑자기 태도가 돌변했다. 나는 돈을 바라고 과거 일을 들추는 게 아니다. 뉘우치지 않으니 사회적으로 지탄받았으면 좋겠다. 목사 직위도 박탈했으면 한다. 나는 그 사람(유 목사) 때문에 교회에 가지도 못한다. 목사가 그 사람으로 겹쳐 보여서 힘들다"고 말했다.

유 목사는 부적절한 신체 접촉이 있었을지 몰라도 성폭행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3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씨가) 헌금을 훔쳐서 때린 거지, 성폭행은 없었다. 경찰 조사에서 '공소권 없음'으로 끝이 난 사안이다"고 말했다. 기자가 "경찰은 피해자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하자, 유 목사는 "분명 그런 일은 없다. 내가 이 일로 두 번이나 쓰러졌다. 안 한 걸 가지고 (이 씨 측이) 자꾸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 내가 내일모레 70이다. 죽으면 하나님 앞에 가면 되지 뭘 두려워하겠나. 교회도 개척하고 할 만큼 다했다"고 했다.

이 씨 어머니에게 "성폭행은 없었고, 추행은 충분히 인정한다"는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느냐고 묻자, 유 목사는 "그렇다. 중3 때 2~3번 다독거린 적이 있었지, 성폭행은 없었다"고 말했다. 다독거린 것 때문에 피해자에게 "입이 천 개라도 할 말이 없고, 용서해 달라"고 한 것인지 묻자, 그는 "이 문제로 할 이야기가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한편, 유 목사는 경찰에 고소당한 지난해 10월 자신이 개척하고 줄곧 시무해 온 전주 ㅅ교회에서 사임했다. 이와 관련해 ㅅ교회 한 장로는 "구체적인 사임 이유는 모른다. 목사님께 직접 물어보라. 우리는 새 목사님을 뽑기 위해 청빙 절차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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