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A는 2013년 대학 졸업 후 충청남도 금산군에 있는 ㅅ금융협동조합(ㅅ조합)에 취직했다. ㅅ조합은 금산군 ㅈ교회 교인들이 주축이 되어 운영되는 곳이다. 직원 6명 모두 ㅈ교회를 다녔거나, 현재도 다니고 있다. 당시 다른 교회를 다니던 A는 취업 조건으로 ㅈ교회에 출석했다.

A는 평범한 직장 생활을 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입사 직후 사수 B가 지속적인 성추행을 가했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성추행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A가 반응을 보이지 않자, 성추행 강도는 점점 심해졌다. B는 CCTV가 설치되지 않은 주방·금고 등에서 A의 속옷이나 신체를 기습적으로 추행했다.

A는 성추행을 인지하고 가해자 B를 일부러 피해 다니고 모르는 척하기도 했지만, 이내 직장 내 괴롭힘이 시작됐다고 했다. A는 "B가 본인의 업무나 알려 주지 않은 일을 시키고는 '일을 못한다'고 한숨을 쉬곤 했다. 상사가 있을 때 무안을 주기도 했다. 연말에는 8개월치 서류 작성을 한꺼번에 맡기기도 했다"고 말했다.

성추행은 입사 후 1년이 넘도록 계속됐다고 했다. A는 주변에 도움을 요청해 볼까 생각도 했지만, 직장 동료 모두가 가족과 오래 알고 지낸 교회 식구여서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했다. 또, 자신이 성추행 피해 사실을 공론화할 경우 '작은 시골 동네'에 살고 있는 부모님 입장이 난처해질까 봐 걱정됐다고 했다.

A는 직장 동료이자 같은 교회에 다니는 B에게 1년 동안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당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A는 직장 동료이자 같은 교회에 다니는 B에게 1년 동안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당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아침이 오는 게 두렵고 출근하는 일이 공포였다."

A는 어렵게 용기를 내어 2014년 경찰에 B를 고소했다. 고소한 지 3일 만에 B는 ㅅ조합에 사직서를 냈다. 성추행 고소 사실이 알려지자 주변 지인들이 "서로 화해하고, 좋게 해결하자"며 회유하기도 했다.

법원은 가해자 B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 80시간을 명령했다. 법원은 "지휘하던 직원을 지속적으로 추행해 죄질이 불량하다"고 했다. B가 항소하지 않으면서 형은 그대로 확정됐다.

당시 이 사건으로 지역사회는 시끄러웠지만, ㅈ교회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침묵했다. 실망한 A는 ㅈ교회를 떠났다. 하지만 직장에서만큼은 도망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고 버텼다고 했다.

A가 확인한 ㅈ교회 설립 100주년 기념 예배 및 임직식 포스터에는 성추행 가해자 B가 안수집사 임직 대상자 명단에 올라 있었다.
A가 확인한 ㅈ교회 설립 100주년 기념 예배 및 임직식 포스터에는 성추행 가해자 B가 안수집사 임직 대상자 명단에 올라 있었다.

A는 최근 직장 동료들이 함께 있는 단체 채팅방에서 우연히 'ㅈ교회 설립 100주년 기념 예배 및 임직식' 포스터를 보게 됐다. 자신을 1년간 성추행한 B가 안수집사 임직 대상자 명단에 올라 있었다.

"고통스러웠던 지난날이 떠올라 숨이 막혔다."

A는 5월 12일 기자와의 대화에서 "교회가 성추행 가해자를 임직해도 되는 것인지 납득이 가지 않았다. 교회가 이래도 되는지 스스로 고민해 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피해자의 바람과 달리 ㅈ교회 측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ㅈ교회 전 아무개 담임목사는 1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개인적인 사생활은 다 알지 못한다. 다만 (그 사건은) 다 정리가 됐기 때문에 B를 집사로 임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직식을 앞둔 가해자 B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미 죗값을 다 치렀다. 정죄는 하나님이 하시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가 안수집사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B는 "기도하며 교회를 섬기는 것이라고 배웠다. 집사 임직은 여러 번 고사했는데 추천을 받아서 나서게 된 것"이라고 했다.

A는 가해자는 잊고 살지 몰라도, 성추행 피해자의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미 지나간 일이라면서 반성이나 제대로 된 사과조차 하지 않는 가해자에게 교회 직분을 맡겨도 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임직 사실을 알게 된 후 '다른 세상이구나, 그들만의 세상에서 아무렇지 않게 사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해자는 교회를 당당하게 다니고, 교회를 섬기는 집사로서도 인정받았다. 그럴수록 교회를 떠난 피해자의 정당성은 사라진다."
 

"기사가 나간다고 해서 교회가 임직을 없던 일로 하거나 B가 뉘우칠까 싶다. 적어도 교회라면 피해자 입장을 먼저 고려해 줬으면 한다. 특히 성추행 가해자에게 집사라는 직책을 주는 게 합당한지 진지하게 한번 생각해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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