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이며 공적인 신앙 - 오늘날 교회는 복음을 어떻게 외면하는가> / 윌리엄 스트링펠로우 지음 / 김가연 옮김 / 비아 펴냄 / 176쪽 / 1만 2000원
<사적이며 공적인 신앙 - 오늘날 교회는 복음을 어떻게 외면하는가> / 윌리엄 스트링펠로우 지음 / 김가연 옮김 / 비아 펴냄 / 176쪽 / 1만 2000원

[뉴스앤조이-여운송 기자] 자칫 상투적으로 들릴 수 있는 "그리스도교는 종교가 아니다"는 선언을 누구보다 강렬하고 날카로운 필치로 웅변하는 책. '20세기 가장 창조적이면서도 충격적인 성공회 신학자'라고 불린 미국의 평신도 신학자 겸 변호사·활동가 윌리엄 스트링펠로우(William Stringfellow, 1928~1985)가 썼다. 저자는 현대 미국 교회가 처한 근본적인 위기는 복음을 잃고 대중화·상품화한 '종교'로 전락해 버린 데 있다고 보고, '오늘날 교회가 복음을 어떻게 외면하는지' 비판한다. △종교의 어리석음 △개신교의 망령 △그리스도인의 단순한 삶 △하느님에 대한 두려움 등 짧은 글 4편을 엮은 이 책에서, 저자는 종교성에 매몰돼 삶의 현장과는 상관없게 된 교회, 성직·평신도직의 애먼 분리로 결국 둘 다 부재하게 된 교회, 어디에서나 함께하는 하느님 말씀을 분별하지 못하는 교회, 자기 보존에 대한 집착으로 세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교회 모습을 비판한다. "신앙은 원칙적으로 지극히 사적인 문제일 뿐만 아니라 지극히 공적인 문제"(7쪽)라는 저자의 확신이 곳곳에 묻어 난다. 책 후반부에 전 캔터배리 대주교 로완 윌리엄스의 해설과 저자의 생애를 다룬 글을 실어 보다 입체적인 독서를 도왔다.

"이제 우리는 그리스도교 공동체로서, 교회로서 개신교가 왜 그토록 철저하게 타락했는지, 그리고 왜 교회가 세상에 전해야 할 소식을 두려워 한 나머지 종교 단체, 혹은 기껏해야 조금 이채로운 문화 집단이 되어 버렸는지를 물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오늘날 개신교에 던져야 할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진짜 위기는 개신교가 순전히 종교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1장 '종교의 어리석음', 17~18쪽)

"전도라는 사명이 교회 밖이 아니라 교회 안을 향하고, 교회 생활의 핵심이 예배가 아니라 복음을 배우는 것이 되어 버린 현상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중략) 저잣거리가 아닌 회중이 복음 전도의 대상이 될 때 세상과 예배당에는 입에 발린 말만 떠돌게 된다. 이러한 현실에서 성직자와 평신도의 관계는 모호하고 혼란스러우며 과민한 상태가 된다. 평신도는 암묵적으로 성직자를 자신과 마찬가지로 복음화되어야 할 존재로 취급하고, 성직자는 평신도를 암묵적으로 이교도 취급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상황에서는 참된 복음화(전도)도, 예배도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 그리고 성직자와 평신도들의 시선에서 세상은 사라진다." (2장 '개신교의 망령', 61~62쪽)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