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사역해 온 대전 ㅂ교회 이 아무개 목사(38)가 여성 사역자와 교인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신학교 시절부터 청년 사역을 주로 해 왔던 이 목사는 2016년 ㅂ교회를 개척했다. ㅂ교회는 기성 교회 시스템과 다르게 열린 예배를 지향하고 교인 80~90명 중 대부분이 청장년층인 젊은 교회다. 이 목사는 이곳에서 '리더 목사'로 불리고 있고, 20대 전도사들이 중간 리더로 사역했다.

성추행 피해를 증언한 사람은 ㅂ교회 전도사와 교인 총 3명이다. <뉴스앤조이>는 2월 17일 피해자 2명을 직접 만났고, 18일 전화 통화를 통해 나머지 1명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피해자들은 이 목사가 ㅂ교회를 개척하기 수년 전부터 그에게 배우고 사역을 도왔다. 이들은 2018~2019년 강제 추행 피해를 입고 ㅂ교회를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증언은 일시와 장소까지 구체적이었다. 피해자들은 이 목사와 단둘이 목양실에 있을 때 추행을 당했고, 다른 사람들과 같이 있을 때도 이 목사가 원하지 않는 스킨십을 했다고 말했다. 피해자 중 2명은 사건 후 ㅂ교회에 계속 있기가 힘들어 떠나겠다고 몇 차례 이 목사와 이야기했고, 그때는 이 목사도 가해 사실을 인정했다고 했다.

실제로 사건 이후 피해자와 이 목사의 메신저 대화 내용을 보면, 이 목사는 명시적이지는 않지만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듯한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사건 초기, 이 목사는 피해자들끼리 피해 내용을 공유하는 일을 꺼렸다. 한 피해자에게 "저번에 너에게 목사님이 잘못했던 일 ○○이가 아니?", "그만 좀 이야기하고 다녀라", "○○이가 이 일을 XX에게 말하고 △△, □□이 너랑 알고 있는 거니? 지금 목사님은 기도 중에 있어.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하나 싶어서", "오늘 아내랑 모든 일을 다 나누고 이야기를 할지 기도 중에 있다. 아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고민이 돼서"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

한 피해자는 사건 1년 후 이 목사를 직접 만나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왜 교인들에게 진실을 이야기하지 않느냐는 피해자 질문에, 이 목사는 피해자들 이름을 언급하며 "내가 그런 이야기를 하면 너희들은 괜찮겠니? 너희들 여성으로서 괜찮겠냐고"라고 말했다. 그는 가해 사실을 인정하라는 피해자의 말에 명확한 대답을 회피하며 피해자가 녹음하고 있는 건 아닌지 수차례 확인하기도 했다.

피해자들은 처음에 이 목사를 용서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피해자가 있다는 사실과, 이들이 ㅂ교회를 떠난 이유에 대한 잘못된 소문들이 떠도는 것을 알게 된 후 마음을 바꿨다. 이들은 이 목사의 진실한 회개와 공개 사과를 원했다. 하지만 이 목사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주변인들에게 계속 다른 이야기를 퍼뜨렸다고 했다.

ㅂ교회는 대전 지역에서 '젊은 교회'로 통한다. 이 목사가 설교하는 모습. ㅂ교회 유튜브 갈무리
ㅂ교회는 대전 지역에서 '젊은 교회'로 통한다. 이 목사가 설교하는 모습. ㅂ교회 유튜브 갈무리
동료 목사들은 '중립', 교단은 신뢰도 낮아
피해자들 "회개할 기회 여러 번 있었다"
이 목사 "대부분 사실 아냐"

이 목사가 태도를 바꾸자 피해자들은 이 목사가 참여하는 한 대전 지역 목회자 모임에 피해 사실을 알렸다. 모임 대표격이자 이 목사와 자신들 모두를 알고 있는 목사를 찾아가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피해자들은 "처음에는 우리 이야기를 잘 들어 주시고 공감하시는 듯했다. 그런데 이 목사 이야기까지 듣고 난 후에는 '다 같이 만나서 잘 풀어 보라'는 식으로 말씀하시더라"고 했다.

목사들은 한마디로 '중립'이었다. 피해자들은 "우리는 이 목사의 공개 사과를 바랐는데, 목사님들은 '우리가 이 목사에게 각서를 받고 녹음도 해서 보관해 놓겠다'고 하셨다. 나중에 또 비슷한 일이 벌어지면 그때 내놓겠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왜 그래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피해자들은 그 목회자 모임에서 사건을 해결할 수 없다고 보고 일을 더 진행하지 않았다.

이 모임에 참여하는 한 목사는 2월 1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리도 사건이 잘 해결되기를 바랐는데 현실적인 한계가 있었다. 양쪽 이야기가 완전히 다른 상황에서 우리가 조사할 권한이 있는 것도 아니니 해결까지 나아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도 이 목사를 만나 목회자 양심을 걸고 진실하게 행동하라고 강하게 권면했다. 그래도 이 목사가 아니라고 하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고 말했다.

교단법 절차를 밟는 것도 생각해 보지 않은 건 아니었다. 이 목사는 기독교한국침례회(기침) 소속이다. 피해자들은 "목회하는 친구들에게 들어 보니, 목회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이 목사 말을 더 신뢰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했다. 기본적으로 성폭력에 대한 교단들의 대처에 희망을 걸 수 없는 상태였는데, 저런 소문까지 들으니 교단을 통한 해결은 아예 기대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교회 교단들이 목회자 성폭력 문제를 제대로 해결한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다. 특히 기침은 '회중 교회'를 지향하기 때문에 교단이 개교회 일에 관여하지 않는 성향이 강하다. 기침 총회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총회 규약에 징계 조항이 있기는 하다. 교회 분쟁처럼 표면적으로 드러난 경우라면 지방회가 절차를 밟아 총회에 징계를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성폭력같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경우는 현실적으로 교단 차원에서 징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기독교한국침례회 총회 규약 중 징계 관련 내용. 총회는 소속 목회자에 대한 징계 권한이 있지만, 개교회 목회자를 처벌하기는 어렵다. 기침 총회 홈페이지 갈무리
기독교한국침례회 총회 규약 중 징계 관련 내용. 총회는 소속 목회자에 대한 징계 권한이 있지만, 개교회 목회자를 처벌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한다. 기침 총회 홈페이지 갈무리

이후 피해자들은 지인을 통해 성교육상담센터 숨 대표 정혜민 목사와 연결됐다. 정 목사는 피해자들과 이 목사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후 이 목사에게 문제가 있다고 보고, 피해자들 뜻에 따라 이 목사의 공개 사과와 사역 중지, 성 상담 치료 등을 골자로 하는 각서를 준비했다. 하지만 이 목사는 피해자들 주장을 모두 부인하며 합의를 거부했다.

피해자들은 <뉴스앤조이>에 "처음부터 언론에 공론화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우리는 이 목사가 진실로 회개하고 사과하기만을 바랐다. 개인적으로도 시도했고, 그다음에는 이웃 교회 목사님들을 통해, 그다음에는 상담 기관을 통해 사과를 요구했다. 회개할 기회가 많이 있었는데 이 목사가 다 거절해 버렸다"고 말했다. 이들은 "우리가 성추행이 아닌 다른 이유 때문에 ㅂ교회를 떠났다는 소문이 돌아 계속해서 2차 피해를 입고 있다. 또 ㅂ교회에는 여전히 많은 여성 청년이 있고 새로운 사람들이 유입되고 있다. 이 목사가 계속 인정하지 않는다면 법적 조치도 고려 중이다"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는 서면으로 인터뷰하겠다는 이 목사 뜻에 따라 이메일로 질문지를 보냈다. 강제 추행 사실을 인정하는지, 사실이 아니라면 왜 사건 직후 피해자들과의 대화에서 잘못을 인정하는 듯한 말을 했는지 등을 물었다. 이 목사는 2월 19일 회신에서 각 질문에 답하지 않고 "질의 내용은 대부분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혹시라도 내 행동 중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부분이 있었을지 다시 한번 깊이 고민하는 계기로 삼겠다. 다만, 그동안 진심으로 모든 사역자를 교회의 소중한 일원으로 대했고 성별로 차별하지 않았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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