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성폭력은 권력 관계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권위적인 문화에서는 폭력이 일어나기 쉽다. 교회 성폭력도 마찬가지다. 교회 성폭력 대부분이 권력 관계가 뚜렷한 남성 담임목사와 여성 부교역자·교인 사이에서 일어난다. 대전 ㅂ교회 이 아무개 목사(38)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증언한 피해자들은 ㅂ교회 역시 '리더'로 불리는 이 목사를 정점으로 한 피라미드식 구조라고 말했다.

ㅂ교회는 이 목사 밑에 전도사들이 있고 이들이 각 소그룹을 관리하는 구조였다. 피해자들은 "이 목사 부부를 비롯해 교인 대부분이 청년이기 때문에 모두가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문화다. 허그와 같은 스킨십은 일상이었다"며 "ㅂ교회는 젊은 교회라는 인식이 있어서 처음 오는 사람들은 자유롭고 세련된 분위기라고 느끼게 된다. 하지만 계속 있다 보면 제자 훈련이라는 명목으로 청년들을 옭아맨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이 증언하는 이 목사의 언행은 비상식적인 것이 많았다. 이들은 "청년들이 이 목사 집에서 자주 놀았다. 이 목사는 샤워한 후 나체로 화장실에서 나오곤 했다. 이 목사가 '나간다'고 하면 거실에 있던 여성 청년들은 이 목사가 방으로 들어갈 때까지 모두 엎드리고 눈을 가렸다"고 말했다. 이 목사와 그의 아내 김 아무개 씨가 간밤의 꿈을 토대로 하나님의 뜻이 이렇더라고 얘기한 적도 많았다고 했다. 한 피해자는 이 목사에게 '썅년', '싸가지 없다'는 등의 폭언도 여러 차례 들었다고 했다.

청년들의 삶은 통제됐다. 피해자들은 "친구나 가족을 만날 때에도 먼저 이 목사에게 물어야 했다. 이 목사가 가지 말라고 하면 못 갔다. 청년들이 무엇을 해도 되냐고 전도사에게 물어보면, 전도사는 다시 이 목사에게 물어보고 대답해 주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또 "사역자들에게는 청년들 휴대폰 비밀번호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이 목사와 사모는 수시로 청년들 휴대폰에서 대화 내역을 살폈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ㅂ교회에 있는 동안 교회 밖 친구들과는 관계가 끊기다시피 했고 가족과도 멀어졌다고 했다.

전도사들은 ㅂ교회에서 수년간 일하며 월 20~30만 원밖에 받지 못했다고 했다. 피해자들은 "개척 후 1년간은 모두 '십이조'를 했다. 언제나 돈이 없어서 아르바이트를 병행해야 했다. 정규직으로 취직할 수도 없었던 게, 이 목사와 사모가 허락한 일터와 시간에만 일해야 했고 교회에 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그만둬야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수년간 ㅂ교회에 있다가 떠나게 된 피해자들은 "삶의 주체성을 잃었다"고 말했다. 사진 출처 플리커
수년간 ㅂ교회에 있다가 떠나게 된 피해자들은 "삶의 주체성을 잃었다"고 말했다. 사진 출처 플리커
폐쇄적 공동체, 목사의 비상식적 언행
수시로 들었던 "리더 수치는 가려 줘야"

피해자들이 사건 후 이 목사를 대한 태도를 살펴보면 통제적인 분위기 속에서 이 목사에게 그루밍당한 정황이 보인다. 피해자들은 사건 직후 오히려 이 목사를 용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혼자만 피해 사실을 알고 있었을 때도, 나중에 서로 피해 사실을 알게 됐을 때조차도 그랬다. 이 목사가 아니라, 용서함으로 극복하지 못하는 자신들을 탓했다.

실제로 사건 후 피해자들이 이 목사와 나눈 대화를 보면 이런 생각들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이 목사가 왜 피해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했느냐고 하자, 한 피해자는 오히려 이 목사에게 죄송하다고 했다. 사건 후에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평소처럼 사역하며 이 목사에게 사랑을 표현하기도 했다.

피해자들은 <뉴스앤조이>와 만나 "이 목사에게 '리더의 수치를 가려 줘야 한다'는 메시지를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다. 노아의 아들 중 함만 저주받은 이유는 리더의 수치를 가려 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목사는 수시로 자신이 교인들의 영적 아버지라고 하며, 리더의 권위를 강조하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수년간 이 목사와 함께 사역했던 피해자들은 "내가 당한 피해를 생각하기보다는, 이겨 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컸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무리 억누르려 해도 피해를 당한 기억은 사라지지 않았다. 피해자들은 ㅂ교회를 나온 이후 다른 교회에도 가기가 힘들어 수개월간 방황했다. 우울증과 공황장애가 찾아오기도 했다. 이들은 "그런 곳에 수년간 있다가 나오니 삶의 주체성을 잃었다. 그루밍당했다고 생각한다"며 "공론화도 하나님 뜻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미뤄 왔는데 이제는 아니다. 내 신앙을 위해서도 이 사건이 어떻게 해결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청년들을 통제하고 폐쇄적으로 ㅂ교회를 운영해 왔다는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피해자들 증언을 토대로 한 <뉴스앤조이> 질문들에는 답하지 않고 "질의 내용이 대부분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그동안 진심으로 모든 사역자를 교회의 소중한 일원으로 대하고, 성별로 이들을 차별하지 않았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 깊이 성찰하고 성장하는 목회자가 될 수 있도록 고민하겠다"고만 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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