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교회 S 목사는 춘천에서 20년 넘게 사역했다. 교회는 작지만 지역 내에서 영향력이 있었다고 한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D교회 S 목사는 춘천에서 20년 넘게 사역했다. 교회는 작지만 지역 내에서 영향력이 있었다고 한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강원도 춘천에서 교회와 지역 아동 센터를 운영했던 목사가 미성년자 강제 추행으로 징역형을 받고 수감됐다. 춘천지방법원은 1월 29일, 춘천 D교회 S 목사(72)에게 청소년 강제 추행, 위력 추행 등을 적용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S 목사에게 피해를 당한 사람은 그를 고소한 A와 B뿐만이 아니었다. 재판 과정에서 3명이 추가로 증인으로 나서 피해 사실을 증언했다. 게다가 S 목사가 2017년 12월, 미성년자 강제 추행으로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된 바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피해자들은 모두 D교회와 교회가 운영하는 지역 아동 센터에 다녔던 사람이었다.

S 목사의 범행은 그루밍 성범죄의 전형적인 특징을 보여 준다. 피해자 A와 B는 아버지의 음주와 폭력, 어머니의 가출 등으로 가정환경이 열악했다. 청소년 시절 의지할 곳이 교회와 아동 센터밖에 없었다. 이들은 S 목사에게 피해를 당하고도 이것이 성폭력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으며 가정환경상 교회를 떠날 수도 없었다. S 목사는 이런 사정을 모두 알면서 목사와 아동 센터장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범행을 반복했다.

그는 주로 자신의 방에 청소년들을 한 명씩 불러 추행을 저질렀다. 범행은 상습적이었고 수위도 높았다. 음란한 말을 하거나 사진을 보게 하는 일부터, 추행, 유사 성행위까지 있었다. 몇몇 피해자에게는 범행을 저지른 후 1만 원을 주기도 했다. B와 친구들은 한 명이 S 목사에게 불려 갈 때마다 불려 간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모면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도 했다.

A와 B가 S 목사를 고소한 시기는 2019년 7월로, 둘 다 성인이 된 지 수년이 지난 후였다. 성인이 된 후 우여곡절 끝에 D교회를 떠나기는 했지만, S 목사의 범행 때문에 계속해서 트라우마를 겪었다. 그러다 2019년 5월, 자신들의 가족이 S 목사와 아무렇지도 않게 지내는 모습을 보며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고소를 결심했다.

수사 과정에서 청소년 시절 함께 D교회와 아동 센터를 다녔던 친구들과 연락이 닿았고 그들도 비슷한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친구들도 용기를 내 법정에서 증언했다. 피해가 발생한 지 10년도 더 지났지만 어렵게 기억을 되살렸다. A와 B는 친구들이 여전히 피해 사실 때문에 힘들어한다고 했다. 목사뿐 아니라 개신교인 자체가 두려워 지금까지 교회를 멀리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한편, S 목사는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범행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피해자들이 신천지고, 자신을 음해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A와 B는 D교회를 떠난 후 지금까지 10년 이상 기성 교단에 소속된 교회에 다니고 있다. 결국 법원은 S 목사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범행을 인정했다.

"이 사건 각 범행은 교회 목사이자 지역 아동 센터 운영자인 피고인이 자신이 운영하는 교회와 지역 아동 센터에 다니는 여자 청소년들을 여러 차례 추행한 것으로서 죄질이 매우 나쁘다. 특히, 피고인은 자신이 목사로서 갖는 권위 및 피해자들의 가정환경 등으로 피해자들이 피고인의 행동에 반항하거나 주변에 도움을 청하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하여 범행을 반복해 저질렀다. 유사 성행위를 하는 등 추행의 정도도 무겁다. 피해자들은 피고인의 범행으로 범행 당시뿐만 아니라 고소에 이르기까지 긴 시간 동안 정신적 고통을 겪어 왔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사건의 본질과 무관하게 피해자들을 '신천지'로 몰아세워 비난하는 등의 태도를 보이며 반성하는 모습을 조금도 보이지 않고,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했다."

현재 이 판결을 두고 검찰과 S 목사 쌍방이 항소한 상태다. 검찰은 죄질에 비해 형이 너무 가볍다고, S 목사는 여전히 무죄라고 주장하고 있다.

S 목사는 피해자들이 신천지 신도라고 주장했다. D교회 문에는 '신천지 OUT'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S 목사는 피해자들이 신천지 신도라고 주장했다. D교회 문에는 '신천지 OUT'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뉴스앤조이>는 2월 27일 A와 B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들은 법원 판결에 안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쉬워했다. 공소시효 만료 등으로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없는 피해 사실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A는 S 목사에게 비슷한 수법으로 강간과 강간 미수, 반복적으로 유사 성행위를 당했다고 증언했지만 법적으로 인정받지는 못했다.

A와 B는 S 목사의 행태를 볼 때 피해자가 더 있을 것 같다며 인터뷰에 응한 이유를 밝혔다. 이들은 "S 목사는 20년 넘게 춘천에서 교회와 지역 아동 센터를 운영해 왔다. 교회는 작지만 춘천경찰서·춘천교도소 등에서 설교하는 등 대외 활동이 잦았고 법무부장관 표창을 받았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S 목사가 자꾸 청소년들을 마주칠 수 있는 환경이었던 것이다. 지역사회에 S 목사의 위험성을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무엇보다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랐다. A는 현재 상담사로 일하며 자신과 같이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을 상담해 주고 있다. 그는 "S 목사는 오갈 데 없는 아이들에게 범죄를 저질렀다. 상담하다 보면 아이들의 환경을 바꾸는 일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아이들이 이런 환경에 놓이지 않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싶다. S 목사를 처벌받게 한 것은 그 첫걸음이다"라고 말했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 기침 총회에 공문
춘천지방회, S 목사 징계 논의 예정

S 목사는 기독교한국침례회(기침·박문수 총회장) 춘천지방회(김기만 회장) 소속이다. 피해자들 말대로, 교회는 작지만 춘천에서 오래 사역한 만큼 지방회 회장도 지내고 교경협의회 임원도 맡는 등 어느 정도 영향력이 있었다.

피해자들을 지원하고 있는 기독교반성폭력센터(노경신 사무국장)는 2월 25일 기침 총회에 공문을 보내, S 목사의 범행과 수감 사실을 알렸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는 "총회는 원칙에 따라 S 목사에게 목회자로서의 도덕적·윤리적 지위에 합당한 징계를 조속히 내려 달라", "교단 안에 성범죄 사건이 반복되지 않도록 예방과 사후 처리 과정을 어떻게 진행할 예정인지 답변해 달라"고 요청했다.

기침 총회는 다음 날 기독교반성폭력센터에 "3월 9일 임원회에서 심도 있게 논의한 후 결과를 회신하겠다"고 밝혔다. 춘천지방회 회장 김기만 목사는 3월 2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우리도 이런 일이 처음이라 당황했지만 심각한 사건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소속 목사가 사회 법정에서 징역형을 받고 수감됐으니 지방회에서 징계 절차를 밟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D교회 측이 춘천지방회에 탈퇴서를 제출했다고 했다. 성범죄를 저지른 목사가 자진해서 탈퇴서를 제출하고 교단이 이를 받아 주는 관행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하자, 그는 "구체적인 건 임원회에서 논의해 봐야겠지만, 벌써 임원 몇몇 분은 강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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