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경희(23)·경우(19)(가명) 남매는 각각 중학교 2학년, 초등학교 3학년을 끝으로 학교와 담을 쌓았다. 대신 부모와 함께 출석했던 ㅇ교회가 운영하는 대안 학교에서 교육받았다. 대안 학교 원장은 김 아무개 목사. 그는 2004년 부산 영도구에 개혁주의 청교도 신앙을 강조하는 ㅇ교회를 세웠다.

대안 학교는 ㅇ교회 건물 안에 있다. 경희·경우 남매는 ㅇ교회 건물 기숙사에서 살며 교회와 대안 학교를 경계 없이 오가며 살았다. 1월 17일 <뉴스앤조이>와 만난 남매는 ㅇ교회가 '외딴섬' 같았다고 했다. 김 목사가 아이들을 위한 일이라는 구실로 훈계·체벌을 빙자해 폭력을 휘둘렀다고 주장했다. 경우 씨는 김 목사에게 4시간 동안 맞아 혼절해 병원에 실려 가고, 경희 씨는 고막까지 터졌지만 문제를 제기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곳에서는 김 목사가 왕이었고 그의 말이 곧 법이자 진리라고 했다.

ㅇ교회를 두고 김 목사의 '왕국'이라고 증언한 이는 남매만이 아니다. 장익준(31·가명) 씨는 ㅇ교회에서 4년 조금 넘게 생활했다. 장 씨는 1월 1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곳은 교회가 아니라 김 목사의 왕국이자 아우슈비츠 수용소 같은 곳"이라고 말했다. 그 역시 김 목사에게 폭행을 당해 치아가 부러진 경험이 있다고 했다.

이들은 모두 ㅇ교회를 떠났다. 장 씨는 교회에서 보낸 끔찍한 기억이 깊은 트라우마로 남았다. 지난해 11월, 부모와 함께 ㅇ교회를 떠난 경희·경우 남매는 천천히 사회에 적응하는 중이다. 그곳에서 있었던 일이 신앙을 빙자한 영적 학대라는 걸 깨달은 이들은, 더 이상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ㅇ교회 실태를 알리고 있다.

"청년·아이 가리지 않고
탁구채·각목 등으로 무차별 폭행
때린 후에는 보상으로 길들여"
교인들 "우리가 맞을 짓해서,
잘되라고 때리는 줄 알았다"

대안 학교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성인과 똑같이 신앙생활해야 했다. 하루 일과는 대충 이렇다. 합숙 생활하는 아이들은 새벽 5시 30분 기상한다. 5시 50분 시작하는 새벽 예배에 참석한 뒤 성인들과 아침 식사를 한다. 수업은 8시에 시작한다. 점심·저녁 식사를 제외하고는 전부 공부하는 시간이다. 어린아이를 제외하고는 학생들 대부분이 밤 12시가 넘어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취침 시간은 고작 5시간 정도였다.

잠도 제대로 못 자게 하면서, 수업·설교 시간에 졸면 바로 훈계를 가장한 폭행을 가했다고 했다. 경우 씨는 12살이던 2014년, 목사에게 4시간 동안 맞고 기절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청테이프를 감은 각목으로 엉덩이부터 종아리까지 사정없이 매질당했다"고 했다. 경우 씨가 쓰러졌다는 소식에 하던 일을 멈추고 달려온 아빠 김동명 씨(가명)는 그길로 아이를 데리고 응급실에 갔다. 지금도 그때의 기록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김동명 씨는 <뉴스앤조이>와의 대화에서 "당시 병원에서 아동 학대를 의심해 경찰에 신고했다. 김 목사는 자기가 때린 게 알려지면 골치 아파질 수 있다며 내가 때린 걸로 하자고 했다.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지만, 그때는 그게 교회와 목사를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목사 말에 깊이 세뇌돼 있었다"고 말했다.

김동명 씨는 이후 아동 학대 혐의로 재판도 받았다. 경우 씨가 설명을 보탰다. "그때 경찰에게 '아빠는 좋은 아빠고, 내가 맞을 짓을 해서 맞은 것'이라는 식으로 진술했다. 김 목사가 그렇게 하라고 해서 따른 건데, 그때 왜 사실대로 말하지 못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렇게 해야만 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이런 폭력이 한두 번 발생한 게 아니라고 했다. 김 목사가 갖가지 이유를 대며 아이들을 폭행했다는 것이다. 경희 씨는 "청소년들이 수업·설교 시간에 졸았다는 이유로 얼굴을 때렸다. 공부하는 태도가 안 좋다고 때리고, 금지돼 있는 휴대폰을 소지했다고 때리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경희 씨는 영어 단어 시험을 많이 틀렸다고 뺨을 맞고, 컨닝을 했다고 구타당했다고 말했다. 그가 보여 준 상해 진단서에는 "폭행으로 인한 좌측 중심부 고막천공"이라고 적혀 있었다. 경희 씨는 "정신없이 맞다가 눈을 떠 보니 김 목사 손도 시뻘겋게 부어올라 있었다. 그 정도로 심하게 맞았다"고 말했다.

경희 씨는 대안 학교의 유일한 교사 성 아무개 씨와 아이들이 전부 무릎을 꿇고 지켜보는 가운데 폭행을 당했다고 했다. 경희 씨를 다 때린 후 김 목사는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사 주며 달랬다고 했다. 때린 후에 자신도 마음이 아프다며 같이 우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였다고도 했다. 경희 씨는 "김 목사는 채찍과 당근을 번갈아 사용하며 아이들을 세뇌했다"고 말했다. 

청년들도 김 목사의 폭행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장익준 씨는 김 목사에게 맞아 이가 부러진 날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는 여성 청년들 사이에서 벌어진 다툼을 말리려다 이유 없이 김 목사에게 맞았다고 했다. ㅇ교회는 교인 사이에 일어나는 모든 일을 김 목사에게 보고하는 구조다. 이날 싸움도 김 목사 귀에 들어갔다. 장 씨는 김 목사가 손에 들고 있던 탁구채로 자신과 여성 청년들을 때렸다고 전했다.

"수요 예배 마치고 김 목사가 탁구를 치고 있었다. 우리를 보더니 탁구채 날을 세워서 우리를 사정없이 때리더라. 맞던 자매가 팔로 막으니까 '이년이 막아?' 이러면서 정말 미친듯이 때렸다. 옆에 있던 나도 한 시간은 넘게 맞은 것 같다. 얼굴은 피떡이 되고 정신이 없을 정도로 맞았다."

경희·경우 남매는 1월 17일 <뉴스앤조이>와 만나, 그동안 ㅇ교회 김 목사에게 어떻게 구타를 당했는지 설명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경희·경우 남매는 1월 17일 <뉴스앤조이>와 만나, 그동안 ㅇ교회 김 목사에게 어떻게 구타를 당했는지 설명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이 같은 폭행 의혹에 대해 김 목사는 "다 꾸며 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월 12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내가 청교도신학을 공부했다. 일반 교회는 교인이 도덕적인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그냥 놔두지 않느냐. 나는 일대일로 불러서 얘기하고 책망하는데, 이걸 못 받아들이고 불만을 품고 나간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이 다 말을 맞춰서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동 폭행에 대해서는 "훈계를 위해 몇 대 때린 건 있지만 누가 기절할 때까지 때린 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더 자세하게 해명해 달라는 요청에 김 목사는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다. 모든 게 끝나고 나면 그때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사회와 단절된 채 약 10년을 보낸 경희·경우 남매는 "북한에 갔다 온 것 같다"고 했다. 경우 씨는 "교회를 나왔는데 버스 요금이 얼마인지, 휴대폰은 어떻게 개통하는지, 인터넷은 어떻게 연결하는 건지 하나도 모르겠더라"고 말했다. 장익준 씨 역시 "전혀 다른 세상에 있다가 온 것 같다. 그런 건 시간이 지나면서 적응됐는데, ㅇ교회 사람들과 김 목사가 집에 찾아올까 봐 무서웠다"고 말했다.

이들은 심한 폭행을 당하면서도 저항할 수 없었다고 했다. 대안 학교를 운영하는 ㅇ교회는 '교회'가 아니라 "김 목사가 교주로 있는 종교 사기 집단이나 마찬가지"라고 입을 모았다. 김 목사가 지속적인 세뇌를 통해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심어 주고, 학생·교인들이 서로를 감시하고 고발하게 만들어 지금과 같은 착취 구조를 지속해 왔다는 것이다.(계속)

[반론 보도] 부산 ㅇ교회 담임목사 관련
2021년 3월 2일 오전 10시 48분 현재.

<뉴스앤조이>는 지난 1월 22일 '개혁주의 청교도 신앙 지향하는 부산 ㅇ교회 김 목사, 아동·청년 상습 폭행 의혹' 및 후속 기사에서 해당 교회의 목사가 교인인 청년들과 아동들을 상습 폭행하고, 청년들을 세뇌시켜 가족 및 다른 사람들과 단절시키고 감시하는 한편, 교인들에게 수입의 대부분을 헌금으로 내게 하고 목사는 억대 수입차를 탄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부산 ㅇ교회는 "보도 및 이단 사이비라는 영상의 내용은 제보자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며 본 교회의 목사는 교인들을 폭행한 적이 없고, 청년들을 가족 등과 단절시키거나 감시한 바는 없으며, 교인들이 자발적으로 낸 교회 헌금은 목사의 개인 재산과 철저히 분리되어 있다"고 알려 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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