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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어떻게 신앙을 더 깊게 만드는가 - 시와 소설과 그리스도인> / 이정일 지음 / 예책 펴냄 / 396쪽 / 2만 원
<문학은 어떻게 신앙을 더 깊게 만드는가 - 시와 소설과 그리스도인> / 이정일 지음 / 예책 펴냄 / 396쪽 / 2만 원

문학은 렌즈다. 삶을 조명하고, 종교가 규명하지 못한 실존을 해석한다. 토라(Torah) 대부분이 교리가 아니라 이야기로 이루어져 '삶은 삶으로 해석하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최근 들어 기독교와 인문학이 조우遭遇하고 있다. 한스 W. 프라이의 <성경의 서사성 상실>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현대 교회는 성경을 해석에서 '서사'를 잃었다. 성경 서사성 상실은 교리와 교조주의적 성향에 경도된 해석이 마치 진리인 것처럼 왜곡했다. 삶은 삶으로 해석된다. 예수는 진리를 설파할 때 언제나 삶의 맥락을 놓치지 않았다.

'시와 소설과 그리스도인'이라는 책의 부제가 호기심을 유발했다. 단숨에 읽었다. 하지만 글로 옮기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책 내용이 의외로 깊었다. '인문학'을 논하는 기존 기독교 서적과도 차이가 있었다. '기독교 인문학'이란 용어가 있기 전에 ,'기독교와 문학이 공존할 수 있는지', '공존할 수 있다면 둘은 어떤 관계인지'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있었다.

이제 기독교와 문학의 공존 여부를 묻는 유치한 논쟁은 불필요하다. 이는 1990년대 초중반, '예배 중 드럼과 기타를 연주하는 일이 과연 기독교적인지' 논쟁하는 것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문학의 필요성을 자각하고 어떻게 응용할지 논의해야 한다. 이 책은 정확히 그 지점에서 문학적 상상력을 통한 성경 해석 방법을 조명한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성경과 일상이라는 두 개의 텍스트를 주셨다. 하지만 요즘 우리는 일상(현실)이라는 텍스트를 잃어버린 것 같다. 이 두 텍스트를 잘 연결시킬 수 있어야 '인생'을 제대로 살 수 있는데, 문학은 바로 이 일상이란 텍스트를 읽는 연습이다. 즉 문학을 읽으면서 작품 속 메시지를 해석할 줄 알게 된다면 평범한 일상에서 펼쳐지는 우리의 삶을 하나님이 얼마나 섬세하게 살피고 계신지 깨닫게 된다." (17쪽)

이 책의 큰 매력은 문장에 있다. 저자는 문학 작품을 통해 일상에 담긴 통찰의 언어를 캐냈다. 삶을 살아 보지 않으면 알지 못할 맥락적 언어다. 책에는 "누구나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22쪽), "저마다의 삶에는 북쪽이 있다"(35쪽)와 같은 실존적 고백의 언어로 가득 차 있다. 읽다 보면 밑줄을 긋지 않을 수 없다. 

수년 전 어떤 문제를 안고 상담을 받아 온 신자 한 분을 만났다. 기존 교회의 언어로는 답을 줄 수 없었어서 기도만 해 주고 돌려보냈다. 문제는 교회 안에서 통용되는 언어가 얼마나 제한적이고 보수적인지 그때서야 알았다.

그러나 문학은 다르다. 문학은 종교 언어가 아니지만 진리가 무엇인지 이야기로 전달할 수 있다. 저자는 문학 속에서 길어 올린 통찰을 우리에게 제시한다. 성경은 짧게는 2000년에서 멀게는 3500년 전 이야기다. 성경의 배경은 우리가 사는 시대와 언어도 문화도 다르다. '문학적 상상력'을 더해 읽지 않는다면, 성경은 유대인의 유물에 불과할 것이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매력적이다. 문학적 관점으로 성경을 읽으면 새로운 해석이 가능하다. 신학적 언어로 해석할 수 없는 다양한 삶의 의미와 문제를 풀어 준다. 한번 읽기 시작하면 놓기 힘든 책이다. 읽다 보면 어느새 하나님 앞에 기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모든 이에게 일독을 권한다.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이 글은 <크리스찬북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정현욱  /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인, 서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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