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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와 상담 - 곤경에 처한 교인 목약의 기초> / 제레미 피에르·디팍 레주 지음 / 차수정 옮김 / 개혁된실천사 펴냄 / 192쪽 / 1만 2000원
<목사와 상담 - 곤경에 처한 교인 목약의 기초> / 제레미 피에르·디팍 레주 지음 / 차수정 옮김 / 개혁된실천사 펴냄 / 192쪽 / 1만 2000원

성경적 상담을 배울 때 고정관념이 하나 있었다. 국내 신자들은 목사에게 상담을 요청하기보다 세속 심리 상담을 자유롭게 이용하니, 몇몇 신앙적·교리적인 도움이 필요할 때만 목사의 목양이 필요하다는 생각이었다. 한국은 서구처럼 특별한 문제가 없을 때도 목사와 자연스럽게 상담하는 문화가 정착하지 않았기 때문에, 목회 상담의 필요성이 크게 강조되지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문화와 권위주의적 사회구조가 변하면서 목사의 개인 상담도 필요해졌다. 이에 따라 성경적 상담학 관련 교재는 국내에 꾸준히 소개됐고 신학교나 기관에서도 상담을 전문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목사에게 상담은 여전히 비전문 분야다. 곤경에 처한 교인을 실제로 목양하는 기술은 단순히 책을 몇 권 읽는다고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문 분야인 설교나 교회 운영에 들어가는 시간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상담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공적 가르침뿐 아니라 사적 가르침 ,즉 상담도 목양에 필수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성경적 상담학의 원리나 성경적 기초, 가치와 필요성을 원론적으로 다룬 책은 목사가 장기적으로 도움을 얻어야 할 책이다[이를테면 존 맥아더와 웨인 맥이 쓴 <상담론>(부흥과개혁사) 등]. 그렇다면 당장 이번 주에 상담 요청이 들어왔을 때 성경적으로 목양하는 방법을 알려 줄 책은 없을까?

제레미 피에르는 켄터키주 루이빌 소재 클리프턴 침례교회 담임목사다. 남침례신학교에서 성경적 상담 부교수로 일하고 있다. 디팍 레주는 마크 데버가 목회하는 캐피톨힐침례교회에서 성경적 상담 사역을 담당하고 있는 목사다. 성경적상담연합(Biblical Counseling Coalition)의 이사회 의장이기도 하다. 두 사람이 쓴 <목사와 상담>(개혁된실천사)은 목사가 신자를 조금 더 전문적으로 상담할 수 있도록 돕는다. 1~3장은 성경적 상담의 기초를 간략하게 정리한다. 4~6장은 첫 상담부터 마지막 상담까지 상담 프로세스를 설명한다. 7~8장에서는 목사가 협력할 수 있는 다양한 목양 협력 자원을 소개한다. 부록은 상담 시간에 활용할 수 있는 인적 사항 서식, 상담 노트 정리법, 상담 체크리스트 등을 제공한다. 시리즈 서문에서 밝힌 것처럼 "최고의 기독교 서적은 언제나 신학과 실천을 동시에 갖춘다."(16쪽) 이 책이 바로 그렇다.

피에르와 레주는 성경을 근거로 목양이 신자의 연약함과 죄를 식별하고, 신자를 위해 하나님께 기도하고, 하나님을 대신해 말씀을 선포하는 일이라고 정의한다(36쪽). 상담은 단순히 문제를 해결하는 데 목적을 두지 않고, 문제를 겪고 있는 신자가 "그리스도를 더 닮아가도록 안내"(47쪽)하는 것을 궁극적 목표로 삼아야 한다. 성경적 상담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바로 복음이다. 목사는 복음이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고 피상담자의 "가장 큰 가치, 숨겨진 갈망, 세계관이 하나님의 관점과 일치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좌절과 역기능으로 점철된 삶을 살 것"(47쪽)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복음은 잃어버린 양을 찾는 데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그 양을 기르는 데도 필요하다.

 많은 그리스도인이 세속 상담에 의존해 마음의 반응을 무신론 철학에 따라 다룬다. 기독교 상담을 활용할 때도 '하나님'과 '성경'을 언급하지만, 정작 피상담자가 하나님 말씀을 기초로 생각하도록 돕지 않는다. 목양은 결국 신자가 영혼의 목자이신 하나님을 신뢰하고 의지하게 만드는 것이다. 믿음의 주요 또 온전케 하시는 예수를 깊이 생각하고 닮도록 돕는 일이다. 성경적 상담이 세속 상담, 기독교라는 설명이 붙은 여타 상담과 다른 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저자들은 바로 이런 상담을 준비하도록 도와준다. 물론 책 마지막 부분에서는 전문 상담 기관이나 의료 기관과 어떻게 협력을 맺을 것인지도 설명한다. 하지만 "영혼에 대한 책임을 (중략) 이양해서는 안 된다"(165쪽)고 말한다.

두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상담의 시작·과정·마무리에 필요한 여러 사항을 실질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독자는 상담 준비를 하면서 이 책을 참고해 더욱 효과적으로 상담할 수 있을 것이다. 책 말미에 저자들이 강조한 것처럼 상담은 단지 목사의 업무가 아니다. 모든 신자가 함께해야 할 일이라는 문화가 교회에 퍼질 필요가 있다. 목양은 목사와 신자 사이 일대일 관계에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신자 간 다양한 관계 속에서 서로 죄를 고백하고, 권면하고, 돌아보아, 사랑과 선행을 격려할 때 가장 효과적으로 이루어진다.

히브리서 기자는 신자들에게 "너희를 인도하는 자들에게 순종하고 복종하라 그들은 너희 영혼을 위하여 경성하기를 자신들이 청산할 자인 것 같이 하느니라"(히 13:17)라고 했다. 사도 바울은 밤낮 쉬지 않고 3년이나 눈물로 각 사람을 훈계했다(행 20:31). '나를 사랑하면 내 양을 먹이고 돌보라'는 소명을 받은 목사는 맡은 영혼을 목양할 책임이 있다. 이는 특권이자 의무다. 목양 결과가 자신에게 달려 있다고 생각하면 실망과 좌절로 금세 포기할 만한 일이지만, 양들을 자라게 하시는 분은 목자장 예수님이시다. 목사는 맡겨진 일에 충성을 다할 뿐이다. 이 책은 목사가 목양에 더욱 충성할 수 있도록 하는 좋은 자원이다. 이 책이 '곤경에 처한 교인 목양'을 해야 하는 곤경에 처한 목사에게 좋은 '기초'를 제공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이 글은 <크리스찬북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조정의 /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유평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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