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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의 종교 노트 - 기독교 편> / 곽영직 지음 / Mid 펴냄 / 416쪽 / 1만 8000원
<과학자의 종교 노트 - 기독교 편> / 곽영직 지음 / Mid 펴냄 / 416쪽 / 1만 8000원

과학과 신앙은 역사적으로 항상 다퉈 왔다. 과학은 객관적인 사실을 근거로 논리적으로 추론한다. 신앙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믿음으로 추론한다. 과학은 신앙의 객관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신앙은 과학적 기준으로 하나님의 초월적인 사건을 바라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과학과 신앙 사이에 건널 수 없는 큰 간극이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과학자의 종교 노트>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의 저자 곽영직 교수는 물리학자다. 그는 기독교 관련 다큐멘터리 영상을 보고 난 뒤 몇몇 사건만으로는 기독교 역사를 자세히 알 수 없다는 생각에 직접 주제별로 정리에 나섰다. 신을 향한 갈망, 도시에 수없이 늘어선 십자가를 보며 박해와 역경을 이겨 낸 유대인의 민족종교가 어떻게 세계종교로 발전할 수 있었는지 해답을 찾고자 했다.

이 책은 사도행전에서 시작한다. 로마 시대, 예수에 대한 다양한 논쟁, 로마제국 내 황제와 교황의 갈등, 기독교와 이슬람 세계의 대립, 16세기 종교개혁, 영국국교회와 재세례파, 기독교 내전과 교리 논쟁, 기독교 신학에 영향을 준 철학과 문화, 17세기 이후 나타난 새로운 교단과 교회일치운동에 이르기까지, 기독교 2000년 역사를 쉽고 간명한 문체로 정리했다.

과학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계를 알아 가는 과정이다. 생명과학을 통해 하나님이 창조하신 인간에 대해 알 수 있고, 자연과학을 통해 하나님이 창조하신 이 세상을 알 수 있다. 자연과학은 객관적 사실을 도출하기 위해서 관찰·실험이라고 하는 도구를 사용한다. 우리 일상에 알게 모르게 많은 영향을 준 '과학적 사고'는 워낙 자연스럽게 녹아 있기 때문에, 어느 영역에서나 과학적 객관화를 요구하곤 한다.

하지만 종교적 경험은 과학적 객관성과는 거리가 있다. 하나님을 만나고 알아 가는 과정은 사람마다 다르다. 같은 장소에서 신앙생활을 하더라도 각자 다르게 느끼고, 믿는 정도도 다르다. 서로 다른 종교적 경험을 과학적으로 도출해 내는 일은 불가능하다.

기독교 역사를 보면 과학의 발전을 통해 교회가 나아가야 할 길을 새롭게 적립한 사건을 볼 수 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태양중심설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종교재판을 받고 가택 연금당했다. 그러나 우주과학의 발전으로 갈릴레이 주장이 과학적 사실이라는 게 드러났고, 교회는 더이상 태양중심설을 부인하지 않는다. 

종교와 과학은 끊임없이 대립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창조 논쟁을 들 수 있다. 보수적인 신앙에서는 여전히 젊은 지구론을 주장하고 있고, 과학과 신앙의 교집합을 찾는 이들은 오래된 지구론을 주장하고 있다. 과학이 더 발전하면 이런 논쟁도 갈릴레이의 사례처럼 합의점을 찾을 날이 올 것이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과학과 종교 간 다양한 논쟁을 다룰 것으로 생각했지만, 논쟁보다는 교회 역사를 순차적으로 다루고 있다. 저자는 기회가 된다면 과학과 종교의 논쟁도 정리하고 싶다고 밝히고 있다. 이 책의 장점은 기독교 역사를 그리 많지 않은 분량, 어렵지 않는 문체로 잘 정리했다는 데 있다. 기독교 역사와 영향력을 알고 싶은 독자에게 유익한 책이다.

※이 글은 <크리스찬북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서상진 /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미래로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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