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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코로나19로 혼란에 빠져 있다. 질병과 건강뿐만 아니라 경제·환경 등의 이슈도 만만찮다. 문제는 아직 현재 진행형이라는 사실이다. 팬데믹 상황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이 있다. 원인에 대한 분석, 해결책에 대한 모색 등 현재의 상황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 여러 해석이 있다.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누군가는 세계의 종말이 가까워졌다는 주장을 외친다. 미디어에서는 연일 당장 전 세계가 종말과 붕괴가 일어날 것 같은 이미지를 쏟아 낸다. 오래전부터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사람이 지구의 재난과 종말을 선후 관계로 인식했다.

이 책 제목인 <끝나지 않는 세계의 종말>(CLC)은 고대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모든 문명권에서 발견되는 세계의 종말에 대한 끈질긴 기다림에 대한 모순어법적 표현이다. 저자 다비드 아미도비치(David Hamidovic, 1974~) 교수(스위스 로잔대학교 종교과학신학)는 역사학자다. 그는 고대 유대교 역사를 비롯한 고대 중동 지방 역사, 유대교 묵시문헌 및 사해문서에 관한 전문가다(사실 이 책은 역자를 보고 구매했다. 역자는 주로 알랭 바디우의 책을 번역하는 전문 번역가다).

이전에 저자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었다. 책을 읽고 나니, 저자가 고대 문헌에 대한 이해가 탁월하다는 사실을 알 것 같다. 세심하게 자료를 해석한다. 더불어, 그 해석이 지금 현재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한마디로, 신뢰할 만한 저자다.

<끝나지 않는 세계의 종말> / 다비드 아미도비치 지음 / 박성훈 옮김 / CLC 펴냄 / 1만 원

2014년에 프랑스에서 출간된 이 책은 팬데믹 상황 가운데 대혼란을 겪고 있는 현재, 매우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진다. 이 책은 묵시론에 초점을 맞춘다. 즉 유대교와 기독교에 기원을 둔다. 그리하여 세계의 종말과 인간의 정체성이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제시한다.

저자는 묵시(아포칼립스)라는 표현이 원래는 '계시'를 지칭했다고 주장한다. 이 용어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저자는 면밀하게 관찰한다. 즉 용어 자체의 변화('의미의 미끄러짐')가 있었다. 묵시는 재앙을 통한 세계의 종말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미 많은 묵시문학을 통해 1세기 말엽 이후로, 하나님의 계시와 임박한 세계의 종말은 연결되었다. 심지어 고대에서도 아포칼립스라는 용어에는 세계의 심판이라는 메시지가 어느 정도 담겨 있었다.

저자는 다양한 묵시를 다룬다. 단순히 묵시문학만이 아니다. 요한계시록과 다니엘서를 폭넓게 활용하지만, 경우에 따라 호세아서와 이사야서, 에스겔서 등을 다룬다. 정경뿐만 아니라 성경 이외의 다양한 자료를 포함한다. 에녹서, 에제키엘서, 희년서, 집회서 등이 빈번하게 인용된다. 우리는 고대 문헌에 담겨 있는 종말론적 메시지를 대한다(이 책을 통해 다양한 고대 문헌, 특히 유대 문헌을 들여다볼 수 있는 또 다른 유익이 있다).

저자는 묵시론적 메시지의 핵심은 파국이 아닌 희망이라고 강조한다. 고대인들은 재난과 종말에 대한 메시지뿐만 아니라 희망의 모티브를 꼭 포함시켰다. 고대의 텍스트에는 더 나은 시대에 대한 갈망이 있다. 희망 없는 미래를 말하지 않는다. 고대의 문서를 해석하여 종말이 가까웠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이제 제대로 반응할 수 있다. 종말은 희망을 품고 있는 것이라고.

*이 글은 <크리스찬북뉴스>에도 실렸습니다.
모중현 / < 크리스찬북뉴스> 명예편집위원, 열방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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