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그린 엑소더스> 펴낸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이진형 사무총장 "'생태 사경회', '생태 환경 부서' 만들어 대처해야"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최근 들어 부쩍 이상기후 현상이 늘었다. 2019년에는 미세 먼지가, 2020년에는 폭우와 산불이 한반도를 덮쳤다. 코로나19가 세계로 확산하면서 신음하는 사람이 셀 수 없어졌고, 외부 활동이 줄어들면서 일회용·폐기물 쓰레기가 늘어나는 등 생태계 파괴 소식이 들려온다. 많은 전문가가 이런 현상을 두고 지구온난화가 낳은 재난이라고 진단한다.

암울하게도 이런 현상은 전조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끊이지 않는다. 2018년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는 인천 송도에서 '기후 위기'를 막지 못하면 세계적 재앙이 닥칠 것이라는 특별 보고서를 채택했다.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극적으로 줄여,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막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기후 위기 상황에서 그리스도인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지침을 제공하는 책이 나왔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기환연) 사무총장 이진형 목사가 펴낸 <그린 엑소더스>(삼원사)다. 2021년 기환연 중점 목표가 될 '그린 엑소더스'에서 책 제목을 따왔다. 출애굽을 뜻하는 '엑소더스'라는 단어를 통해, 탄소 사회에서 벗어나자는 '생태적 출애굽'의 의미를 담았다. △회색에서 녹색으로 △탐욕에서 은총으로 △절망에서 희망으로 전환하자는 목표도 세웠다.

이 목사는 그가 담임했던 청지기교회를 비롯해, 생태적 전환을 위해 노력하는 '녹색 교회'들 사례를 중심으로 책을 구성했다. 교회가 생태적 전환에 앞장서 '녹색 교회'를 만들고, 창조 세계를 보전할 구체적인 방법이 이렇게나 많다는 사실을 알게 한다. <뉴스앤조이>는 12월 18일 서대문 기환연 사무실에서 이진형 목사를 만나,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생태 전환' 움직임은 무엇이 있는지 자세히 들었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 이진형 목사는 "어떻게 하면 창조 세계를 보전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성경을 읽고, 작은 실천부터 시작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 이진형 목사는 "어떻게 하면 창조 세계를 보전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성경을 읽고, 작은 실천부터 시작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생태 문제는 영성 문제
그리스도인 인식 전환 필요
아주 작은 일부터 실천해야"

'기후 위기'는 개인이 감당하기에 너무 큰 문제처럼 보인다. 제도적으로 탈석탄 등 화석연료 비중을 줄이고 친환경 에너지를 공급하는 게 급선무인데, 많은 사람이 이 문제를 개인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진형 목사는 <그린 엑소더스>에서 개인과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주장한다. 일례로 아주 작은 사례 하나를 소개했다. 2020년 녹색 교회에 선정된 서울제일교회(정원진 목사)는 교인 수에 맞춰 주보를 인쇄하지 않는다. 노인 등 주보가 필요한 이들에게 사전에 신청을 받아, 필요한 만큼만 주보를 인쇄한다. 종이 낭비를 줄이자는 취지다. 이 목사는 이런 행위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한 생태적 전환의 발걸음이라고 했다.

"코로나19 방역은 국가적 정책이지만, 마스크 착용 등 방역을 철저히 준수하고 예배도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등 개인이 해야 할 일이 분명히 있다. 코로나19에 비하면 기후 위기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더 큰 위기다. 주보 낭비를 줄이는 것은 아주 작은 일이지만 '개인이 뭘 할 수 있느냐'는 생각 대신 작은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더 큰 위기가 오더라도 감당할 역량이 생기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창조 세계의 근본을 지킨다는 마음으로 맡은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이진형 목사는 기독교환경운동연대가 매년 선정하는 '녹색 교회'들의 실천 내용과 기환연 가이드라인 등을 토대로 <그린 엑소더스>를 썼다. 다양한 성경 구절을 통해 기후 위기에 대응해야 하는 근거도 제시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이진형 목사는 기독교환경운동연대가 매년 선정하는 '녹색 교회'들의 실천 내용과 기환연 가이드라인 등을 토대로 <그린 엑소더스>를 썼다. 다양한 성경 구절을 통해 기후 위기에 대응해야 하는 근거도 제시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이진형 목사는 이렇게 지구 생태계를 보전해야겠다는 눈으로 사물을 바라보면 작은 것들이 새롭게 보인다고 했다. 당장에 공동 식사 후 배출되는 음식물 쓰레기, 탄소를 내뿜으며 거리를 활보하는 노후 경유 승합차 등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할 수 있다. 석회석(콘크리트) 대신 돌로 예배당을 짓고, 파라핀 대신 밀랍으로 만든 제단 양초를 쓰고, 일회용 종이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하는 것도 상상할 수 있다고 했다. 연례행사인 '사경회' 대신 '생태 환경 사경회'를 열어 보면 어떨지, 전도부·봉사부만 있는 교회에 '생태 환경 부서'를 만드는 건 어떨지도 생각해 보자고 말했다.

"생태 문제는 결국 영성 문제다. 성서를 어떻게 보느냐의 문제인 것 같다. 어떻게 하면 교회를 성장하고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까만 생각하면 그런 구절만 보인다. 그러나 어떻게 하면 창조 세계를 지키고 낮은 곳으로 가서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을까 관점에서 보면 그런 구절만 더 잘 보인다.

 

예를 들면, 예수님께서는 여행을 위해 옷을 두 벌 가져가지 말라고 하셨는데, 우리는 선교 여행 같은 데 갈 때 뭐든지 넘치게 싸서 간다. 그 구절을 생태적 관점으로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질적 성장과 풍요에 대한 욕망을 신앙으로 제어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선교도 방식을 조금만 바꿔 보자고 제안했다. 이 목사가 <그린 엑소더스>에 소개한 몽골 은총의 숲 프로젝트가 시초가 될 수 있다. 기환연은 2010년 몽골 사막지대에 나무를 가꾸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아무것도 없던 벌판에 나무가 자라나고 숲이 되는 모습을 보면서, 이웃 주민들도 이제는 '나무 더 달라'고 말할 정도로 인정을 받았다. 이런 반응을 보면서, 선교적 가능성도 꿈꾸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현지에 교회를 세우고 전도하고 지역사회에 선한 영향을 미치는 게 선교적 모델이었다면, 이제는 그 지역의 생태계를 회복하는 게 선교의 과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창조 세계를 온전히 되돌리는 게 선교적 과제인데, 그것을 빼놓고 영혼을 구원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은총의 숲은 의미 있는 모델이다.

 

앞으로는 그 지역에서 가장 훼손된 곳을 복구하는 모습을 통해 생태적 전환을 보여 주는 게 한국교회 선교의 방향이 되어야 한다. 필리핀이나 미얀마 같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밀림이 무성하다고 생각하겠지만, 그 지역도 새우 농장 조성으로 숲을 베어 내거나 고지대의 사막화 때문에 기후 위기를 겪고 있다. 한국교회의 네트워크와 선교 역량이면 '생태 선교'도 충분히 가능하다."

기환연은 2021년 그린 엑소더스 사업을 본격화하고, 생태 전환에 뜻을 같이하는 그리스도인과 교회가 참여하는 '기후위기기독교비상행동' 사업에 적극 참여할 계획이다. 이진형 목사는 많은 교회가 동참해 줬으면 한다고 부탁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회 내에서 생태에 관심을 갖고 토론하는 교인이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책에서 제안하듯이 교회에서 '생태 사경회'를 열고, '생태 환경 부서'를 만들어서 적극적인 움직임을 하는 데까지 나아가기를 바란다고 했다. "5~6명이 책을 함께 읽고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기를 권한다. 우선 교회에서 배출되는 종이부터 찾아보고 어떤 게 낭비되고 있는지 찾아보는 등 구체적 행동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이런 행동이 제직회와 당회를 움직이는 흐름까지 나아가 생태 전환을 논의하는 교회 공동체를 만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목회자와 중직자 등 교회 리더들에게는 인식 변화를 주문했다. 그는 교회 중직자들이 코로나19 이후의 기독교 같은 주제에는 관심이 많지만, 기후 위기에 대한 민감도는 낮다고 했다. "아직도 교회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은 기후 얘기를 하면 어릴 적 개울가에서 물장구치는 정도의 자연관을 갖고 있다. 지금은 기존에 누려 왔던 것을 포기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회복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더 절박하게 행동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교회의 회복' 같은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그러나 회복이나 부흥보다는 교회가 어떻게 하면 더 낮아지고, 더 의미 있는 공간이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할 때다. 새로운 성장을 이야기할 때가 아니다. 오늘날의 문제는 우리가 지구의 한계를 넘어서는 욕망을 가졌기 때문에 일어났다. 더 희생하고 헌신해서, 창조 세계로 돌아가려고 몸부림치는 공동체로 바뀌어야 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고 희생·헌신하는 것이야말로 그리스도인의 성공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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