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통합 105회 총회에 교회협을 규탄하는 헌의안이 다수 올라왔다. 에큐메니컬 운동을 지지하는 목사들은 교단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일이라며 반발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예장통합 105회 총회에 교회협을 규탄하는 헌의안이 다수 올라왔다. 에큐메니컬 운동을 지지하는 목사들은 교단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일이라며 반발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김태영 총회장) 105회 총회 주요 이슈는 '명성교회 수습안',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이홍정 총무) 제재', '포괄적 차별금지법 반대'다. 명성교회 부자 세습 문제는 최근 2년간 총회를 들썩이게 만든 핫이슈였다. 반면, 교회협 제재와 차별금지법 반대 안건은 올해 처음 올라왔다. 명성교회 건 못지않게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교회협 전신은 1924년 출범한 조선예수교연합공의회다. 당시 분열되기 전인 조선예수교장로회와 기독교대한감리회가 뜻을 모아 세운 연합 기구다. 교단을 넘어 선교에 협력하자는 취지로 만들었다. 1950년대 교단이 쪼개질 때도 예장통합은 교회협에 동참하며 민주화 운동, 인권 운동에 기여했다. 정치적·신학적으로 보수 성향이 짙은 예장통합 특성상 일부 목회자·교인만 교회협 운동에 적극 참여했지만, 그 자체로 예장통합의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 줬다.

100년 가까이 교회협에 몸담아 온 예장통합에서 제재 내지 탈퇴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차별금지법과 관련 있다. 교회협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지지하기 때문에,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예장통합 입장과 다르다는 것이다. 이에 에큐메니컬 운동에 참여해 온 예장통합 목회자들은 반발했다.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예장통합이 어느 순간부터 '극우'로 치닫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남동부기독교교회협의회와 일하는예수회 호남지회 등은 9월 7일 성명을 내 "예장통합의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운동은 합리적 대화와 토론, 조정조차 불가능해 보일 정도로 극단에 치우쳐 있다"며 "예장통합이 예수 그리스도 복음에 위배되고 인류 보편적 인권과 평등에 어긋나는 일에 열심을 내서 안타깝다. 명성교회 세습 문제를 덮기 위해 엉뚱한 희생양을 찾는 건 아닌지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대구기독교교회협의회 소속 예장통합 목회자들도 9일 발표한 성명에서 "교회협 탈퇴나 파송된 총무 소환을 운운하는 것은 우리 정체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자가당착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교단 안에서 탈퇴 발언이 나오지 않도록 에큐메니컬 신학에 기초한 교단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문제가 있다면 합리적으로 대응하라고도 했다. 이들은 "총회의 무조건적 반대는 사회의 저항을 부르고 있고, 교회 고립을 자초할 것이다. 사실에 기초한 구체적 대안 법안을 제시해 차별금지법안에 넣도록 제안하는 등 절충안을 제시해 달라"고 언급했다.

성명을 낸 예장통합 목회자들은 교단이 극우로 치닫고 있다고 우려했다(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성명을 낸 예장통합 목회자들은 교단이 극우로 치닫고 있다고 우려했다(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두 단체를 이끄는 예장통합 소속 목사들은 극으로 치닫는 교단이 우려돼 입장문을 발표했다고 말했다. 전남동부교회협 김종옥 총무는 9월 1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예장통합은 토론이나 합리적으로 사고하는 균형 감각을 잃어버렸다. 아예 다른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게 한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대다수 국민은 평등법을 지지하는데, 우리 교단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교권을 쥔 지도부의 사회 인지 감수성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방적 주장만 전달하는 교계 언론 행태를 꼬집기도 했다. 김 총무는 "예장통합 교단지 <한국기독공보>나 CTS 등을 보면 균형 있는 정보를 주지 않고 있다. 토론회를 해도 동성애 반대자만 불러다 이야기하게 한다. 그렇다 보니 교인들도 가짜 뉴스에 오염돼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교회협 박성민 총무는 "예장통합과 합동이 갈라진 건 결국 에큐메니컬 운동에 관한 입장 때문이지 않나. 교회협을 제재해 달라는 헌의안이 올라간 것부터가 우리 정체성을 부정하는 일이라고 본다. 정말 차별금지법이 문제라면 교단 안에서 논의하면 되는데, 왜 탈퇴·소환 이야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기독교도 한때 소수로 분류되던 시절이 있는 만큼 역지사지로 소수자를 고려해야 한다고도 했다. 박 총무는 "우리 사회에서 기독교는 그동안 지배 담론을 만들어 왔다. 소수 그룹 이야기를 듣지 않고, 성경 말씀을 앞세워 타인을 혐오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성경 말씀 전체가 오늘 사회에 그대로 적용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이번 성명을 내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고 밝혔다. 박 총무는 "이런 성명을 내면 일선에서 목회하시는 분들은 곤욕을 치른다. 신앙 양심에 따라 입장을 표명하면 여기저기서 공격해 온다. 하지만 우리마저 침묵해 버리면, 바깥에서 봤을 때 예장통합은 다 저렇게 반대하고 혐오하는 줄로 알 것"이라고 말했다.

에큐메니컬 운동을 지지하는 예장통합 목회자들은 '교회협 및 차별금지법 지지'를 위한 목회자 1000명 서명을 받고 있다. 이들은 "인간다운 삶과 민주화를 위해 차별금지법 제정은 당연한 것이다. 이 법의 취지는 보다 성숙한 민주 사회,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는 길로 나가기 위한 것이다. 교회협이 차별금지법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탈퇴를 주장하는 것은 마치 주인이 자기 집을 떠나겠다는 어리석은 발상이다. 105회 총회를 통해 동성애, 차별금지법에 대한 전문가 신학자 목회자들의 폭넓은 연구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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