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안팎에서 공격을 받고 있는 교회협 이홍정 총무가 차별금지법과 관련한 입장을 발표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교단 안팎에서 공격을 받고 있는 교회협 이홍정 총무가 차별금지법과 관련한 입장을 발표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이홍정 총무) 정의평화위원회는 4‧15 총선 다음 날, 21대 국회를 향해 성명을 발표했다. △양극화 극복을 위한 공정 국회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생태 국회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을 위한 평화 국회 △차별 없는 사회 구현을 위한 평등 국회 총 4가지 주제를 담았다. 차별 없는 사회 구현을 위한 평등 국회 대목에서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주문했다.

언론을 통해 성명 내용이 알려지면서 교회협에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교계 보수 단체와 언론 등은 차별금지법을 지지하는 교회협을 '사탄의 집단'이라며 공격했다. 교회협 회원 교단과 지역 교회를 상대로 탈퇴 운동 및 이홍정 총무 해임 운동도 전개했다.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의 기독자유통일당이 비난 행렬에 가세하기도 했다. 소기의 성과(?)도 거뒀다. 이홍정 총무가 소속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김태영 총회장) 105회 총회에 교회협 관련 헌의안이 다수 올랐다. 노회 7개가 이홍정 총무를 해임하고, 교회협특별대책위원회를 세워 달라고 요청했다. 교회협이 동성애를 조장하고 표현의자유를 비롯한 양심·신앙·학문의자유를 제약하는 차별금지법을 지지한다는 이유다.

이홍정 총무는 자신이 소속된 예장통합 교단에서 항의가 계속되자 8월 28일 공개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 총무는 2016년에도 '종북 좌파' 프레임을 통해 교회협 탈퇴 운동을 벌인 극우 보수 세력이, 이번에는 '동성애-차별금지법' 프레임을 들고나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막기 위해 무차별적 선전·선동을 동반한 가짜 뉴스를 뿌리는 등 한국교회를 극단적 분열로 몰아가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 총무는 A4용지 10장 분량의 글을 통해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한 이유를 세세히 설명했다. 차별금지법은 소수자의 사회·정치적 생명권을 보호하는 법이자, 한국교회와 소수자 사이에 만들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접점이라고 했다. 이 총무는 "한국교회는 혐오‧차별·배제 바이러스가 만연한 한국 사회에서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인간 누구도 어떤 조건에 의해 차별받지 않는 평등 사회를 이루도록 부름 받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차별금지법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을 향해 사랑이 정의임을 입증하는 '보호법'이라고도 했다.

차별금지법이 종교적 양심의자유, 표현의자유를 억압하는 역차별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총무는 오히려 이러한 해석이 평등법을 지지하는 교회협 회원의 양심의자유, 신학적 사유의 자유, 표현의자유를 억압한다고 지적했다. 또 동성애와 연결해 징계하려는 예장통합의 법적 규제는 적법성을 지니지 못한 반인권적 해석이라고 했다. 이 총무는 "차별금지법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양심의자유, 사상의자유, 표현의자유 역시 귀중하게 보호받아야 할 가장 기본적 인권이다"고 언급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찬성한다는 이유로 교회협이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 총무는 "만약 불이익을 준다면 세계 교회와 한국의 민주 시민사회는 이를 근본주의 신앙의 반지성적 횡포요, 신앙의 탈을 쓴 보수 이데올로기의 정치적 '광기'로 생각할 것이다. 훗날 역사는 이것을 한국교회 지도자들의 반지성주의적 무지와 오만, 편견이라고 기술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예장통합 지도부는 교단의 신학적 유산이자 정체성인 에큐메니컬 정신을 기반으로 교단 내부를 개혁하는 일에 더욱 힘써야 한다"고 했다.

이홍정 총무는 "차별금지법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향해 사랑이 정의임을 입증하는 '보호법'이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이홍정 총무는 "차별금지법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향해 사랑이 정의임을 입증하는 '보호법'이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차별금지법과 관련해 예장통합 김태영 총회장의 압박도 있었다고 폭로했다. 이홍정 총무는 5월 12일 예장통합 교회연합사업위원회에 소환됐다고 했다. 그 자리에는 직전 예장통합 총회장 림형석 목사가 나와 있었다. 이 총무는 림 목사가 김 총회장을 대신해 "차별금지법에 대한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내년 교회협 총무 재인준 추천을 해 주지 않겠다"고 통보했다고 썼다.

이 총무는 "마치 주홍 글씨를 달고 인민재판을 당하는 듯한 인권유린과 명예훼손, 생존권의 위협을 느낀다. 획일화한 교권 체제를 앞세워 힘과 수의 논리로 다른 편을 강제해 나가면, 다양한 목소리를 지닌 그리스도인의 사회적·영적 순례의 여정은 억압과 좌절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는 김태영 총회장이 압박한 게 사실인지 물어보기 연락을 취했지만, 김 총회장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앞으로의 계획도 밝혔다. 이홍정 총무는, 교회협은 교인들이 차별금지법 찬반 의견을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도록 안전한 시공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한국교회가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소수자들을 위한 하나님의 목회를 어떻게 할 것인지 연구하되, 획일화한 입장을 강제하거나 이를 집단적으로 주장하는 성명을 발표하지 않겠다고 했다. 차별금지법에 대한 상호 이해를 증진해 나가는 대화 과정을 보고서로 만들어 한국교회와 사회에 공유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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