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여운송 기자]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이만희 총회장) 대학부서에 8년간 몸담으며 부구역장·구역장·문화과장·신앙관리팀장·관리부장 등을 거쳐 최근까지 12지파를 총괄하는 본부 전국대학부장으로 활동한 박 아무개 씨가 8월 26일 서울시 금천구 한 카페에서 신천지 탈퇴 기자회견을 열었다. 구리이단상담소(신현욱 소장)와 그루터기상담협회(유에스라 회장)의 도움으로 기자회견을 연 박 씨는, 신천지가 코로나19 사태 때 방역 정보를 은폐·조작했다고 폭로했다.

박 씨는 신천지가 사회적으로 지탄받고 있기에 4월 탈퇴 후 기자회견을 열기까지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아직 신천지 내부에 있는 친구들을 돌이키고 싶은 마음이 컸다. 이만희 총회장 및 총회 간부가 구속되어 있는 상황에서, 그들이 저지른 불법과 대내외적 기만행위가 드러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신천지에 8년간 활동하며 본부 전국대학부장까지 역임한 박 아무개 씨가 신천지 탈퇴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신천지에 8년간 활동하며 본부 전국대학부장까지 역임한 박 아무개 씨가 신천지 탈퇴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박 씨는 지난 2월 대구를 중심으로 확산한 코로나19 1차 파동 시, 신천지가 관련 모임 정보를 의도적으로 은폐하고 방역을 방해했다고 말했다. 박 씨에 따르면, 신천지는 2월 15일 신천지 과천 본부에서 총회 전도부장 주도로 전국 12지파 특별전도팀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대학생선교회(CCC·박성민 대표) 침투 교육'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대구에서 온 대학생 신자도 10명 참여했다.

3일 후, 대구 31번 확진자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폭발적으로 확산했다. 박 씨는 "모임 이후 대구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자, 신천지는 15일 모임 자체를 언급하지 말라고 지시하고 관련 자료를 모두 파기했다. 31번 확진자와 함께 예배한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도 은폐했다. 방역에 적극 협조했다는 신천지 주장은 진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2월 25일 신천지 과천 본부에 대한 경기도의 긴급 강제 역학조사 당시 신도 명단 조작 논란이 일었던 것에 대해서도, 신천지가 실제로 은폐·조작을 시도했다고 폭로했다. "2월 25일 오전 텔레그램 임원방을 통해, 정부 당국이 명단을 가지러 올 수 있으니 신자 명단에서 공무원·정치인·의사·기자 등을 제외하라고 지시가 내려왔다. 나도 그 방에 있었기 때문에 직접 보고 들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직접 캡처한 대화방 사진을 증거로 제시했다.

박 아무개 씨는 신천지가 경기도의 긴급 역학조사 당시 신도 명단에서 공무원·정치인·의사·기자 등을 삭제해 조작하려 했다고 밝혔다. 사진 제공 그루터기상담협회
박 아무개 씨는 신천지가 경기도의 긴급 역학조사 당시 신도 명단에서 공무원·정치인·의사·기자 등을 삭제해 조작하려 했다고 밝혔다. 사진 제공 그루터기상담협회

코로나19와 관련해 신천지발 감염이 일파만파로 퍼지자, 이만희 총회장은 3월 2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러나 박 씨는 이만희 총회장의 이후 행보를 공개하며, 이 총회장 행동이 대내외적 기만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기자회견 장면을 보면서 수많은 신천지 신도가 눈물을 흘렸다. 외출을 삼가고 아르바이트와 직장을 그만둬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신도도 많았다. 그런데 이만희는 그 후 얼마 안 돼 가평 평화의궁전 내에서 신천지 37주년 자축 파티를 벌였다. 신도들 활동을 제약하면서 자신은 벚꽃 놀이를 즐기기도 했다"며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박 씨는 이만희 총회장이 인덕원 소재 자택에 있을 때, 과천 청년회 임원들을 동원해 순찰을 지시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오전조·오후조·저녁조·차량조로 나눠 순찰을 지시했다. 차량조는 총회장 집 앞에 수상한 차량이 보이고 그 안에 사람이 타 있을 시 차량 번호와 차종을 찍어서 보고하는 일을 맡았다. 그러는 동안 총회장은 집에 편하게 칩거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신천지의 이 같은 행위는 온 국민에 대한 우롱일 뿐 아니라, 명백하게 코로나19 방역을 의도적으로 방해한 것이다. 전 국민이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상황에서 관련 정보를 은폐·조작한 신천지 관계자들을 정부와 검·경 수사기관이 신속하게 조사해 확실히 처벌받을 수 있도록 조치해 달라"고 촉구했다.

박 씨는 신천지 관계자들에 대한 신속한 조사와 처벌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박 씨는 신천지 관계자들에 대한 신속한 조사와 처벌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한편, 신천지는 박 씨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신천지 본부 윤주목 홍보부장은 8월 26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감추거나 조작하려 한 적 없다. 2월 15일 과천에서 있었던 교육은 금시초문이다"고 말했다. 강제 역학조사 당시에도 경기도에서 신도 명단 원본을 그대로 가져갔다고 말했다.

임원진 대화방에서 공무원·정치인·의사·기자 등 명단을 조작하라는 지시가 있었는지 묻자 "그런 얘기가 있긴 했는데 애초에 100% 제대로 제출했다"고 답했다. 조작 시도 자체는 인정하는 것인지 재차 묻자 "공식적 지시를 내린 적은 없다. 몇몇 사람이 그렇게 행동했는지는 모르겠다. 재판을 하고 있는 사항이라 자세히 얘기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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