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본부 전국대학부장 출신 박 아무개 씨가 8월 26일 신천지 탈퇴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이 CCC 와해를 목적으로 집중 포교 지시를 내렸고, 대학생 신도들이 이를 전국 단위에서 조직적으로 수행해 왔다고 폭로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신천지 본부 전국대학부장 출신 박 아무개 씨가 8월 26일 신천지 탈퇴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이 CCC 와해를 목적으로 집중 포교 지시를 내렸고, 대학생 신도들이 이를 전국 단위에서 조직적으로 수행해 왔다고 폭로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뉴스앤조이-여운송 기자]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 교주 이만희 총회장이 한국대학생선교회(CCC·박성민 대표)를 와해할 목적으로 대대적 신도 투입 및 포교를 지시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올해 4월 신천지를 탈퇴한 본부 전국대학부장 출신 박 아무개 씨는 8월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CCC가 2019년 6월 19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를 탈퇴하자 이만희가 즉각 지시를 내려 전국적·조직적 활동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박 씨는 지난해 6월 21일 이만희 총회장이 신천지 총회 전도부장에게 "CCC를 전도하라"고 직접 지시했고, 전도부장을 중심으로 7월부터 본격적인 전략 회의와 모임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이후 신천지는 대학생 신도들에게 CCC 가입 및 활동을 지시하고 경과보고를 받아 왔다고 했다.

이만희가 직접 특정 동아리를 지목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고 했다. 박 씨는 "총회장이 CCC에 기독 대학생들이 다 모여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CCC의 한기총 탈퇴와 더불어 교세를 확장하는 좋은 방법이라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19년 7월 31일 신천지 교주 이만희 총회장이 신도들에게 보낸 메시지. 사진 제공 그루터기상담협회
2019년 7월 31일 신천지 교주 이만희 총회장이 신도들에게 보낸 메시지. 사진 제공 그루터기상담협회

박 씨는 신천지가 지난해 하반기에만 전국 21개 대학교에 42명의 대학생을 CCC에 가입시켰으며, 그중 30명이 순장(CCC에는 순장과 순원을 중심으로 한 멘토·멘티 제도가 있다 - 기자 주) 제의도 받았다고 했다.

박 씨가 제시한 2020년 2월 18일 자 '12지파 CCC 추수밭팀 모임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신천지의 2020년 CCC 전도 목표는 21개 대학과 90명의 위장 신도를 포함해 총 42개 대학 CCC에 132명의 위장 신도를 투입하는 것이다. 31번 확진자가 나오기 3일 전인 올해 2월 15일 과천 본부에서 전국 단위로 모인 것도 CCC 포교 전략을 위한 회의 때문이었다고 했다.

CCC 타깃 포교 내용을 담은 신천지 내부 보고서. '신 ○○년'은 신천지가 설립된 1984년을 기준으로 한 신천지 내부 연도 표기 '신천기'다. 신천기 37년은 2020년이다. 사진 제공 그루터기상담협회
CCC 타깃 포교 내용을 담은 신천지 내부 보고서. '신 ○○년'은 신천지가 설립된 1984년을 기준으로 한 신천지 내부 연도 표기 '신천기'다. 신천기 37년은 2020년이다. 사진 제공 그루터기상담협회

박 씨는 신천지 신도의 위장 전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CCC가 기독교 동아리이다 보니 신천지로 의심받지 않기 위해, 신도들에게 정통 교회 등록과 정기적 출석을 지시했다. 동아리 내에서 신천지로 의심받고 부모님께 연락이 갈 경우를 대비해, 신천지 내 장년부를 위장 부모로 매칭해 CCC에서 전화 올 상황을 대비했다"고 말했다.

전국 동시다발적 CCC 공략을 위한 조직적 관리망을 구축하고 있다고도 증언했다. 그는 "신천지가 지파별로 CCC 출신 신도를 선출해 활동팀장으로 배치했다"며 "활동팀장은 CCC에 투입한 신자들에게 매주 각기 다른 미션을 지시하고 하나하나 피드백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신천지의 CCC 포교 실태를 고발하면서도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는 "이미 현재 전국 대학 중 4개 대학 총학생회장과 5개 대학 총동아리연합회장이 신천지 신도다. 올해 목표는 각 지파에서 총학생회장과 총동아리연합회장을 2개 대학 이상씩 확보하는 일이다. 현직 회장은 후대 회장직을 신천지 신도에게 물려주는 것을 목표로 활동한다"고 말했다.

신천지의 2019년 대학 캠퍼스 주요 임원 달성 현황과 2020년 목표. 표에서 A는 총학생회장, B는 총동아리연합회장을 의미한다. 자료 제공 그루터기상담협회
신천지의 2019년 대학 캠퍼스 주요 임원 달성 현황과 2020년 목표. 표에서 A는 총학생회장, B는 총동아리연합회장을 의미한다. 자료 제공 그루터기상담협회

기성 교회를 다니다 신천지에 빠지는 경우가 대부분일 거라는 과거 교계 인식과 다르게, 최근 3~4년 추이를 살펴보면 새로 유입되는 신도 중 60~70%가 신앙생활을 신천지에서 처음 시작하는 청년이라고 했다. 박 씨는 신천지가 이를 위해 인문학·철학·심리학 강연 등 청년들을 끌어들일 위장 전도 프로그램을 열고 있다고 밝혔다.

박 씨는 "신천지는 위장 단체를 만들고 또 다른 위장 단체와 양해 각서(MOU)를 맺는 식으로 부피를 키운 뒤 지자체 후원 행사 등을 진행한다. 행사장 내 활동 부스 전체가 신천지 신도가 운영하는 콘텐츠로 구성된 행사도 있었다. 선량한 청년·시민들이 부스에 참여하고 인적 사항을 적으면 그대로 신천지 전도인 찾기 명단에 올라가게 된다"고 말했다. "심지어 국회에서도 신천지 행사가 여러 차례 진행됐다. 유명인·정치인을 앞세워 공신력 있어 보이는 행사나 강연을 한 후 일대일 멘토를 만나게 하고 신천지 센터로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 행사에 참여할 때는 주최 단체를 꼼꼼히 체크해 달라"고 말했다.

박 씨는 갈수록 대담해지는 신천지 포교 활동으로 사회적 폐해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CCC를 비롯한 각 동아리·단체·대학 등에 "취직을 준비하며 성실하게 학업에 임하고 있는 청년들이 신천지의 거짓 포교에 미혹되어 청춘을 허비하지 않도록 강력한 대응책과 예방책을 세워 달라"고 호소했다.

2020년 2월 15일 과천 본부에 모인 신천지 12지파 특별전도팀. CCC를 타깃으로 한 대학생 신도들이었다. 이날 박 씨도 강연에 나섰다. 사진 제공 그루터기상담협회
2020년 2월 15일 과천 본부에 모인 신천지 12지파 특별전도팀. CCC를 타깃으로 한 대학생 신도들이었다. 이날 박 씨도 강연에 나섰다. 사진 제공 그루터기상담협회

박 씨가 폭로한 CCC 타깃 포교에 대해 신천지 본부 윤주목 홍보부장은 26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총회장님이 할 일이 없어서 그런 것까지 일일이 지시했겠나. 금시초문이다. 작년 6월이면 1년도 넘었다. 기억에 없다"고 말했다. 과천 본부에서 12지파가 모여서 정신 교육을 받은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과천에서 전국 12지파가 어떻게 다 모이겠느냐. 한 부서에서 하는 것은 전혀 모른다. 우리가 개종해서 나간 사람(박 씨) 말을 믿어야 하나"라고 말했다.

위장 단체들을 이용해 포교 활동을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전면 부인했다. "전도 목적으로 행사를 한 사실은 전혀 없다. 전도는 알아서 해서 수료식 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디 가서 전도하라고 지시하지 않는다. 그분(박 씨)도 무슨 교육을 받았기에 그렇게 얘기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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