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신천지가 예배당으로 쓰는 공간들이 합법적 종교 시설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김종천 과천시장은 3월 9일 신천지가 본부로 쓰고 있는 과천 이마트(구 뉴코아아울렛) 9~10층 공간이 위반 건축물에 해당해 시정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김종천 시장은 "별양동 이마트 건물 9~10층은 문화 및 집회 시설과 운동 시설로 용도가 정해져 있으나, 신천지에서 예배당으로 사용하고 있다. 3월 20일까지 해당 내용을 시정하라고 계고했다. 이 공간을 계속 예배당으로 사용한다면 건축법 80조에 따라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거나 79조에 따라 행정대집행을 실시하고, 예배당 사용 금지 명령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

신천지 과천 본부가 건축법을 위반했다는 사실은 신천지 피해자들과 이단 전문가들이 숱하게 제기했던 문제다. 이에 과천시는 2015년과 2019년 두 차례 신천지를 건축법 위반으로 고발한 바 있다. 2015년 사건은 이 공간을 예배당으로 사용했다는 점을 입증하기 어렵다며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됐고, 2019년 사건은 공소시효 도과에 따라 불기소됐다고 했다.

앞서 코로나19 확산의 도화선이 됐던 신천지대구교회(다대오지파) 역시 위반 건축물 의혹이 짙다. 31번 확진자는 2월 9일과 16일 주일예배를 4층에서 참석했다고 밝혔다. 이 건물은 건축물대장상 지하 1층과 8층만 교회로 지정돼 있고, 4층은 교육 연구 시설이다. 대구 남구청은 이 건물에 대한 방역 폐쇄 조치가 끝나면 현장을 조사할 계획이다.

이제야 주목받은 신천지 건축법 위반
교회라 밝혔는데, 건축물대장엔 음식점·학원
이미 실사한 후 형사 고발된 사례도 있어

<뉴스앤조이>는 신천지가 지난달 공개한 전국 교회 및 부속 기관 1100개 리스트를 토대로, 과천이나 대구처럼 지역 교회 중 건축법 위반 소지가 있는 곳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했다. 신천지가 교회로 사용한다고 밝힌 76곳 중 33곳이 건축법 위반 소지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건축법상 교회는 건물 용도가 '종교 시설'로 분류된 곳에서만 예배를 열 수 있다. 단 상가 임대 교회들 현실을 고려해, 교회가 사용하는 공간이 총 500㎡(약 150평)에 미치지 못하면 '근린생활시설'로 분류된 공간에서 예배해도 된다. 그러나 500㎡를 초과할 경우, 관할 지자체에 용도 변경 신고 및 허가를 거쳐야 한다(건축법 19조). 그렇지 않고 시설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다 적발됐을 경우 '위반 건축물'이 되며 이에 따른 이행강제금을 내야 한다. 끝까지 시정을 거부할 경우 관할 지자체는 건축주나 공사 시공 업체를 고발할 수 있다. 이들에게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도시지역 기준)이 부과된다.

신천지 다대오지파가 사용하고 있는 대구교회는 '8층'만 종교 시설로 지정돼 있다. 그런데 31번 확진자가 4층에서 주일예배에 참석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건축물 용도 위반'이 지적됐다. 신천지는 이 건물 대다수 층을 예배 목적으로 사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신천지 다대오지파가 사용하고 있는 대구교회는 '8층'만 종교 시설로 지정돼 있다. 그런데 31번 확진자가 4층에서 주일예배에 참석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건축물 용도 위반'이 지적됐다. 신천지는 이 건물 대다수 층을 예배 목적으로 사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신천지는 아산시 한 건물 1~3층을 '교회'로 사용한다고 공개했다. 그러나 해당 건물 건축물대장과 등기부 등본을 열람한 결과, 이 건물은 1~3층 전체가 종교 시설이 아닌 '제1종 근린생활시설'으로 지정돼 있었다. 합계 면적은 831㎡로 임의로 종교 시설로 사용할 수 없는 건물이었다. 그런데도 이 건물 외벽에는 신천지 마크와 '시온교회'라는 간판이 부착되어 있다.

구미에 있는 신천지 교회도 마찬가지다. 신천지는 건물 2~3층을 교회로 사용 중이라고 공개했는데, 건축물대장에 등록된 용도를 보면 2층(380㎡)은 '대중음식점', 3층(390㎡)은 '의원'이다. 구미시 관계자는 "개별 층이 500㎡ 미만이더라도 두 공간을 모두 합쳐 사용하면 500㎡가 초과한다. 위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김해 장유에 있는 신천지 교회는 한 빌딩 6층을 사용한다고 공개했는데, 이 건물 6층 약 1000㎡ 전체가 '학원'으로 지정돼 있다. 김해시 관계자는 "위법 사실이 확인되면 엄정히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남양주시 다산동과 별내동에도 신천지 교회가 있다. 다산동 교회는 구리에 있던 구리 시온교회가 다산신도시 개발 이후 남양주시 2청사 뒤편으로 이전해 온 것으로, 다산동 빌딩 4층을 쓰고 있다. 이곳 역시 '제2종 근린생활시설(일반음식점)'과 '제1종 근린생활시설(미용원)'로만 지정돼 있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최초에는) 종교 시설로 사용하는 면적이 500㎡ 미만으로 보여서 단속하지 못했다"고 했다.

거제시에 있는 신천지 교회는 한 빌딩 6~9층을 교회로 사용하고 있는데, 전부 '의원' 또는 '공연장'으로 등록돼 있었다. 한 개 층당 400㎡씩 모두 1600㎡를 사용하고 있다. 거제시는 3월 11일 <뉴스앤조이> 취재 이후 현장 실사를 진행했다. 시청 관계자는 "실사를 하러 가서 해당 건물이 종교 시설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조만간 위반 사항에 대한 행정 조치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지자체 담당 공무원들은 현재 신천지 관련 시설이 방역 폐쇄된 만큼, 사태가 진정되면 현장 조사에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아산에 있는 신천지 교회는 건축물대장상 건물 전체가 '중고 용품 매장'이다. 그런데 신천지는 이 공간을 전부 교회로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0년 2월 찍힌 로드뷰에도 신천지 교회임을 나타내는 간판이 달려 있다. 카카오 로드뷰 갈무리
아산에 있는 신천지 교회는 건축물대장상 건물 전체가 '중고 용품 매장'이다. 그런데 신천지는 이 공간을 전부 교회로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0년 2월 찍힌 로드뷰에도 신천지 교회임을 나타내는 간판이 달려 있다. 카카오 로드뷰 갈무리

부천시는 이미 지난해 신천지 교회의 위반 사항을 적발하고 행정 조치 중이라고 밝혔다. 신천지는 부천시청 인근 한 빌딩 2층, 4층, 8층을 부속 기관으로 활용하고, 7층 전체를 교회로 활용 중이라고 보고했다. 그런데 이 건물 건축물대장상 7층은 '제2종 근린생활시설'(287.1㎡)과 '업무 시설'(848.68㎡)로 구성돼 있다. 신천지가 업무 시설을 예배 장소로 사용했기에 건축법에 저촉됐다는 것이다.

부천시청 관계자는 "지난해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고 건축법 위반으로 형사 고발한 상태다. 건축물대장에도 이 건물을 '위반 건축물'로 지정해 놓았다. 절차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위법 소지가 있는 신천지 교회는 공주시, 군산시, 서산시, 광양시, 김포시, 안동시, 인천시 연수구, 용인시 기흥구, 양산시, 창원시 성산구, 창원시 마산합포구, 통영시 등 전국 33곳이다. 20곳은 건물 일부가 건축물대장상 종교 시설로 등록돼 있지만, 신천지대구교회 사례처럼 종교 시설이 아닌 층에서 예배가 열릴 수 있기 때문에 현장 실사가 필요하다. 건물 전체가 종교 시설로 지정돼 있어 문제없다고 판단되는 곳은 23곳에 불과했다.

신천지, 용도 변경 신청해도 지자체가 불허
법원도 불허가 공익성 인정
"건축 허가 내주면 지역사회 갈등 초래"

용도 외 사용은 현행법 위반으로, 비단 신천지만 문제가 아니다. 기성 교회들도 간혹 공간을 용도에 맞지 않게 사용해 제재를 받는다. 무단 용도 변경은 화재 등 재난 사고를 키우는 원인이 된다. 건축물 용도에 따른 주차장 확보 기준이나 소방 설비 규정이 조금씩 달라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7년 제천 스포츠센터 참사나 올해 2월 동해 펜션 가스 폭발 사고에서는, 건물주가 모두 불법으로 용도를 변경해 사용했다는 점이 드러난 바 있다.

신천지가 건축법에 따라 용도 변경을 신청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과천 본부의 경우 용도 변경을 6번이나 신청했다. 과천시 관계자는 "신천지는 지난 10년간 용도 변경을 6번 신청했고, 시에서 2번 불허했다. 4번은 신천지가 자진 취하했다. 민원이 극심하고 허가를 내줄 경우 지역 갈등이 심화할 수 있기 때문에 해소 방안을 가져오라고 했는데 해결이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부천시는 시청 인근 신천지가 사용하는 빌딩을 이미 '위반 건축물'로 지정하고 이행강제금 부과 및 형사 고발 조치까지 했다고 전했다. 신천지는 이 건물 7층을 교회로 쓰고 있으며, 2층과 4층, 8층은 부속 기관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 정보 조회 시스템 갈무리
부천시는 시청 인근 신천지가 사용하는 빌딩을 이미 '위반 건축물'로 지정하고 이행강제금 부과 및 형사 고발 조치까지 했다고 전했다. 신천지는 이 건물 7층을 교회로 쓰고 있으며, 2층과 4층, 8층은 부속 기관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 정보 조회 시스템 갈무리

법원은 신천지와 지역 간 갈등에 대해 한 차례 판단한 바 있다. 신천지는 2011년 익산에 예배당을 건축하려 했으나, 익산시는 신축 건물이 학교와 밀접해 있고 민원이 많다는 등을 이유로 건축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신천지는 건축 불허가 처분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고등법원은 신천지 손을 들어 주고 시청이 건축 허가를 내줘야 한다고 판결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뒤집었다.

대법원은 "원고(신천지)가 소속된 종교 단체가 심각한 폐해를 유발하는 이단인지에 관한 사실 여부를 차치하더라도, 이 사건 신청에 대하여 허가를 하는 경우 극심한 지역사회의 갈등이 현실화되어 오랫동안 계속되고 그 갈등으로 말미암은 사회·경제적 손실이 막대할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중략) 종교 시설 신축을 불허가할 공익상 필요가 있고, 이는 그 불허가로 인하여 원고가 입게 되는 불이익을 정당화할 만큼 중대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4개월 후 확정됐다.

수년간 신천지의 건축법 위반 사실을 지적해 온 <바른미디어> 조믿음 대표는 지자체들이 '공익' 관점에서 용도 변경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3월 11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신천지는 종교의자유 침해라고 주장할지 모르겠지만, 대법원은 건축 허가를 내주지 않은 익산시청이 정당하다며 공익성을 근거로 들었다. 지자체 공무원들이 이런 판례를 토대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믿음 대표는 "이번 기회에 각 지자체가 책임감 있게 건축법 위반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천은 그 공간에서 예배가 열린다는 점을 신천지피해대책연대 관계자들이 입증했고, 대구는 31번 확진자 동선이 공개되면서 예배당이라고 신고한 8층이 아니라 4층에서 예배한 점이 드러났다. 지자체가 이런 물증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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